통영 사량도에서 만난 뉴질랜드에서 온 외국인 닉 과 함께(30일 드로잉
양산 등산밴드 “올라”에 가입해서 한달에 한두번 정도 등산이나 트래킹을 함께 한다. 이번에는 1주년 기념으로 통영 사량도를 1박2일로 다녀온 날 이었다. 산이 다이나믹해서 등산스틱보다는 네발로 걸어다니는 경우가 많은 산이었다. 산에서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데, 키큰 외국인 한명이 산을 오르는게 보였다. 그도 사진을 찍고 싶어하길래, 어설픈 영어로 말을 걸었다. 사진을 찍어주랴? 라고 물었다. 혼쾌히 나에게 핸드폰을 맡겼다. 사진을 찍어주고 계속 산을 오로는데, 속도가 비슷하다보니 그 외국인 자구 마주쳤다. 웨얼아유프롬? 왗츠유어 네임? 했더니 뉴질랜드 출신의 닉이라는 이름을 알려주었다.
나중에는 우리 일행이랑 사진도 찍어 달라고 하고, 많이 가까워졌다. 그때부터 나는 그에게 어슬픈 단어들을 조합해서 그에게 질문을 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는 10년넘게 영어를 배워온 민족이지 않은가. 10년넘게 배워온 단어는 대화나누기에 충분한 수준이었다. 나이는 52살이고, 세퍼레이트 라는 단어를 통해 이혼을 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여행일을 하며 한국을 여행중이라고 했다. 제주에서 2주, 통영에서 3일, 그 다음 행선지는 대구라고 했다. 취미는 하이킹과 테니스. 몸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은 것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통영 다음 여행지가 어디냐는 물음은, 예스터테이 통영, 투데이 통영, 투모로우 통영, 넥스트 시티 왓? 이런식의 질문을 통해 다음 여행지가 대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영어 울렁증이 있던 사람이었다. 외국인과 대화는 생각도 못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내가 안정적이 되고 자유로워지고 진화하다보니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는 것이 두렵지 않은 내가 된 요즘이다. 외국인에게 영어로 말을 걸었던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대화를 나누며 산을 내려오다보니 우리 일행에서 조금 뒤떨어져서 서둘러 산을 내려왔다. 닉의 인스타를 물어 팔로우를 하고, 내가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서 당신을 그려서 메세지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여행 경로는 인스타를 통해 잘 확인하고 있다. 닉에게 그림을 보내주었더니, 생각보다는 반응이 시쿤둥해서 그랬지만(ㅎㅎ)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부산 용궁사에 들른 인스타 피드도 잘 보았다. 그의 남은 여행들이 즐겁기를 바라고, 나또한 한번씩 이렇게 외국인들에게 말을 걸어볼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