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이야기

이적 버전의 “걱정말아요 그대” 가사 해석(29년 우울증경험자의 생존 에

by 박조건형

이적 버전의 “걱정말아요 그대” 가사 해석(29년 우울증경험자의 생존 에세이 9)


전에 글에서 연말에 1인 이야기 노래극을 하기로 공언을 했다고 말했다. 주말에 서울에 가는데, 울산역에 일찍 도착해서 그 공연에 마지막에 부를 노래 하나를 녹음해서 sns에 방금 올렸다.


29년 우울증 생존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면서 중간중간 일곱 곡의 노래를 부를 계획이다. 원래 일곱곡을 정했는데, 최근에 두곡이 추가가 되면서 기존에 있던 이상우의 노래 두곡을 뺐다. 라디오에서 듣고 이상우의 멜로디가 친숙하고 좋아서 골랐던 곡인데, 가사는 그냥 이별에 대한 내용이라 크게 와닿던 건 아니다보니 다른 더 좋은(나에게 좋은) 곡으로 대체 되었다.


1. 마이웨이 - 프랭크 시나트라

2. 민물장어의 꿈 - 신해철

3. 김현식 - 우리네 인생 - 카지노 ost

4. 타임 인 어 보틀 - 짐 크로스

5. 위대한 탄생 - 드렁큰 타이거

6. 앵두 - 최헌

7. 걱정말아요 그대 - 이적


이렇게 최종적으로 정했다. 모르지, 공연전까지 혹 더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으면 바뀌게 될지. 장르도 다양하게 했고, 특히 드렁큰 타이거의 위대한 탄생은 내게 큰 도전일듯 하다. 다른 노래는 그냥 연습만 하면 입에 익는데, 드렁큰 타이거의 힙합 노래는 익숙치도 않고 훨씬 많은 연습을 해야할 듯하다. 그러나 이런 작은 도전들이 나름의 최선을 다해 연습을 하고 실행을 했을때의 쾌감과 성취감을 알기에 나에게 주는 작은 도전이다. 원래는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이 마지막이었는데, 걱정말아요 그대를 듣고 불러보니, 마지막은 잔잔하게 마무리를 하는게 나을거 같아 위치를 바꾸었다.


김현식의 우리네 인생은 드라마 카지노 OST에 나온 노래라고 아는 선생님이 알려주셨는데, 듣고 나서 바로 나의 인생곡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 좋아서 바로 이 리스트에 넣었다. 김현식이 이런 노래도 불렀구나 하고 알게 되기도 했다. 노래가사가 상당히 단순한데도 뭔가 심오한 무언가를 담고 있는 압축적인 가사로 느껴졌다.


“흘러가는 데로 구르는 데로 부딪히는 데로 밀리는 데로

우리네 인생살이 그렇게 가는 게지”


인생이라는 것이 우리 뜻대로 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 않은가. 때론 저항할때도 필요하지만 그렇게 흘러가는대로 구루는대로 부딪히는대로 밀리는대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가끔 욕심이 나면 하고 싶은 일도 너무 많지만

산마루 구름처럼 쉬면서 가는 게지”


그렇게 흘러가다가도 문득 하고 싶은 일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마련이다. 때론 그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지기도 하고. 시간도 한정되어 있고 내 몸도 체력적 한계가 있게 마련. 그럴땐 그 욕심들을 잠시 내려놓고 쉬었다가 그렇게 살아가는게 좋지 않을까.


“어제 일은 뒤로 남기고 가는 곳은 내일을 향해

쉬었다가 다시 떠나네“


지난 일은 과거로 보내고 우리는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물론 과거에 있었던 상처나 아픔, 트라우마는 우리를 과거에 붙들어매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의 상처에 대한 작업은 물론 현재로 가져와서 작업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개인상담의 경우 그 작업을 하는 것이다. 과거의 아픔을 잘 정리를 하지 못하면 몸은 현재에 있지만, 내 마음과 감정은 과거에 머물러 현재를 적극적으로 살지 못하게 한다. 과거의 아픔은 내가 경험한 현실, 그 현실을 직시하며 우리는 조금이라도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가다보면 무얼 만나게 될까 새옹지마처럼 아무도 몰라

우리네 인생살이 그렇게 가는 게지”


과거에는 앞으로 무엇이 올지 모르는 미래가 두려웠다. 예측하지 못하는 것 만큼 겁나게 하는 것이 없었다. 나는 규칙적인 룰과 일정이 필요한 사람. 그 룰을 벗어나는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나는 당황스럽고 늘 도피하고 싶었다. 내 마음 작업을 잘 하고 안정적이 된 지금은 예상할 수 없는 미래가 더이상 두렵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그 예측할수 없음이 설레고 기대가 된다.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상황에서 나는 또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하고 방법을 찾아가서 헤쳐가게 될지 나도 정말 궁금한 것이다. 세상 일이라는게 정말 예상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드물고 그 예상밖의 상황들을 즐기며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현재의 나는 앞으로 무엇이 올지 모를 미래가 기다려진다. 29년 우울증의 기간동안 절대 생각지도 못했던 내 모습이다. 이런 나를 나는 절대 상상하지 못했다. 내가 과연 몇 살까지 살지도 상상하지 못 할 정도로 나는 늘 미래가 두려웠다. 언제 다시 무기력이라는 우울증의 심해로 빠질지 몰라 열심히 살던 때에도 불안하고 두려웠다.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고 간단한 생활조차도 힘든 그 상태의 반복이 나는 너무너무 지긋지긋하고 그래서 늘 심한 우울증이 오면 그때마다 죽고 싶었다. 그랬던 나였다.


이번엔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 가사를 살펴보자.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 합시다”


이젠 혼자라는 감각이 없다. 누군가 함께 손잡고 걸어가는 느낌이 참 따스하고 좋다. 많은 사람들과 친한건 아니지만 내게는 좋은 사라들이 곁에 있다. 느슨하지만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친구들도 있고 내 인생 최고의 파트너인 울 짝지가 14년째 함께 하고 있고, 남은 인생을 그녀와 보낼 것이다. 물론 혼자 무엇을 하는 것도 잘하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무얼 하는 것도 좋아한다. 양산 등산밴드에 가입해 있지만, 나는 혼자 등산하는 것에는 별 흥미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오르는 것이 좋다. 파워리프팅 운동을 시작한지 6주 정도가 되었다. 항상 밝은 에너지와 미소로 맞이해주는 두 코치님이 좋고 함께 운동을 하며 성장해 가는 여자, 남자 동료과 함께라서 좋다. 그래서 아무 걱정 하지 말라고 해주는 함께 노래 불러주는 이들이 좋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울증을 오래 경험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자신이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고 느끼며 남들보다 많이 뒤쳐졌다고 느낀다. 그런데, 그 주류(?)의 사람들보다 뒤쳐진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쫓아가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 왜냐면 그들도 앞을 향해 나아가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을 따라 잡으려면 그 사람들이 나아간 것에다가 뒤쳐진 만큼 열심히 살아야 하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앗싸리 그냥 쫓아가는 걸 포기하면 어떨까. 뒤쳐진 사람은 뒤쳐진대로 살아가도 되지 않을까. 왜 남은 인생을 그 뒤쳐진 상태를 만회하려고 애를 쓰며 삶을 즐기지도 못하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나는 29년의 우울증 기간동안 정말 많은 시간을 잠으로 도피를 했다. 그러다보니 남들보다 엄청나게 뒤떨어진 루저라는 느낌이 컸고, 친구도 없고 대학교도 졸업못하고 누군가를 책임지는 결혼도 할 자신이 없는 그래서 비혼을 선택한 그런 루저였다. 워낙 많이 뒤쳐지다보니 주류를 쫓아가야한다는 생각을 일찍 접을 수 있었다. 뒤쳐진대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런 비슷한 사례를 찾게 된다. 독서라곤 전혀 하지 않던 내가 그때서야 도서관속의 에세이 코너를 찾기 시작했다. 내가 찾는 것은 성공한 사람들의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아니었다. 그런 이야기는 오히려 내게 열등감만 안겨줄 뿐 이었다. 주류와는 다르지만 나름대로 각자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 읽었다. 이렇게 살아도 살아지는 구나 하는 사례들을 점점 접하며 내가 루저라는 인식도 사라지고 내 동료들이 여기저기 전국적으로 흩어져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나름의 의미가 다 있게 마련이다. 물론 내면의 힘이 부족한 사람은 그 지나간 시간의 의미를 해석할 힘이 없어서 그 시간을 부정적으로만 느낄 뿐이다. 나의 29년 우울증의 경험은 내 앞으로의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엄청나고 어마어마한 원동력이라는 걸 이제는 잘 안다.


“떠난 이에게 노래 하세요

후회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최근에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를 연습하며 많이 울었는데, 특히 이 가사부분을 부르며 엄청나게 울었다. 이별한 사람에게 하는 말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29년동안 내가 누워서 아무것도 안하고 도피하던 그 시간이 떠올랐다. 과연 그 시간을 후회없이 살았다고 나에게 말해줄수 있을까. 십대 이십대의 나는 관계가 너무 어려웠다. 어떻게 다가가야 하고 어떻게 친해는지 배운적이 없고 경험이 없으니 무언가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거나 열등감을 느끼면 무기력으로 잠으로 도피했던 그 많은 시간들. 관계 뿐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걸림돌들을 넘어갈 경험이 내게는 없다보니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것들이 내게는 너무 큰 걸림돌이었고 매번 나는 도망쳤다. 물론 그때의 나는 그게 최선이었다는걸 안다. 내가 생존하기 위해 도망을쳤다. 그런데 그런 내 모습에게 “후회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라고 내게 말을 해주는데 계속 눈물이 났다. 자동차 운전하며 노래 연습을 하는 편인데, 혼자니깐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펑펑 울었다. 꺼이 꺼이 울었다. 눈물이 나는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울어보는 것도 그 감정과 경험들을 해소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기에 원없이 울었다. 이 글을 적는 기차안에서도 눈물이 나는 걸 보면, 29년의 무기력과 우울증과 잠으로 도피하던 그 시절의 나에게 후회없이 살았노라고 계속 말해주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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