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영화 리뷰

정주리 감독님의 <다음 소희>를 보고- 다음 소희가 생기지 않도록 우리가

by 박조건형

부산노동권익센터에서 노동절 기념으로 영화의 전당에서 <다음소희> 무료 상영회를 한다는 소식들 접하고 신청했다. 감독님의 일정이 바쁘기도 하시고, 노동절에 노동자들은 집회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아 미리 땡겨서 상영날짜를 잡았다고 한다.


<도희야>를 인상적으로 봤던 기억이 있는데, 감정노동자를 다루고 있다는 정보만 알고 배두나 배우가 나옴에도 <도희야>의 감독님의 작품인지는 영화를 보고 GV때 검색을 해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두 작품보다 사회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으면서 담담하면서 강렬했던 작품으로 내게 다가온다.


고등학교 2학년인 소희는 대기업이라는 담임의 소개로 콜센터에 취직을 하게 된다. 팀장이 그나마 부당함에 대해 대응을 해주기는 해주지만 콜센터의 현실에서는 역부족이었다. 김의경 작가님의 소설 <콜센터>와 <믿을 수 없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게 억지스러운>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어서 콜센터의 감정노동을 조금은 안다고 생각했지만, 화면에서 묘사되는 현실은 내게 너무나 강렬하게 다가왔다. 사회에 어느 정도 적응한 어른에게도 버겁게 느껴지는데 사회초년생인 고등학생에겐 얼마나 버거운 감동노동일까. 고객들로부터 욕을 듣고 회사에서는 해지방어팀이라는 이유로 해지를 못하게 전화를 게속 돌리라고 압박받는 상황과, 야근을 하면 인센티브를 처준다고 해놓고는 실제는 지급하지 않는 현실을 보며 화가 치밀어 오르고 모멸감이 느껴져 눈물이 났다.


영화는 소희의 죽음으로 두 개의 이야기가 갈린다. 소희는 춤추는 걸 정말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취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댄스연습실에 발길을 끊는다. 힘든 노동현실에 지쳐 잠시 들렸던 연습실에서 형사 유진(배두나)과 잠시 엇갈린다. 1부는 소희가 죽음을 맞이하기 까자의 과정을 세밀하게 담았고, 2부는 사건을 맡은 유진이 간단히 처리하려다가 사건의 진실을 알게되면서 소희의 죽음에 얼마나 많은 어른들의 잘못이 개입되었는지 밝혀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이 너무 힘들었던 소희는 담임을 찾아가 그만두면 안되냐고 하면서 담임에게 “내가 거기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요?”라고 묻는 장면이 있다. 마이스터고인 학교에선 취업률에만 목숨을 걸뿐 그 취업률 때문에 아이들이 어떤 열악한 근무환경에 취업을 나가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경찰도 교육청도 서로 책임지지 않으려 모른척 할 뿐이다. 모두 그 놈의 취업률, 경쟁, 지원금이 줄어든다는 대답뿐이다. 우리는 각각의 노동현장에 대한 현실을 구체적으로 생생히 알지 못한다. 소희가 어떤 열악한 근무조건에 일하는지 아는 어른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소희를 살릴수도 있지 않았을까.


소희는 부모에게도 회사를 그만두면 안되냐고 묻는다. 부모들은 먹고 살기 바빠 아이의 현실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기도 했고, 아이에 대해서 잘 몰랐다. 유진은 시체안치실에서 부모에게 소희가 춤을 정말 좋아했다고 이야기 한다. 그런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던 부모는 오열한다. 유진은 소희의 친구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닌다. 그리고 너희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같이 춤추는 걸 좋아했던 학교 1년 선배 태준에게 마지막으로 찾아가서 부당한 일이 있을때 자신에게 말하라고 말한다. 그 말에 태준은 고맙습니다 라고 말하며 오열한다. 많은 분들이 이 장면에서 울었던 거 같고, 나또한 함께 울었다. 태준은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하는 직장에서 폭력을 당한다. 그래서, 잠시 택배배달원으로 일하지만 다시 그 직장으로 돌아가 근무를 해야 한다. <교복 위에 작업복을><쇳밧일지>를 읽어보면 현장실습생으로 산업기능 요원으로 일하며 직장선배들로부터 겪는 폭력적인 사내 문화 이야기가 나온다. 태준도 그 직장에 가기 싫지만, 다시 돌아가야 하는 현실이었다.


우리는 청년이라고 말하면 흔희 대학생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많은 수의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을 하지 않고 현장실습을 하며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일을 하게 된다. 이 영화는 대학을 가지 않는 청년노동자들이 처음 겪는 노동현실을 가시화한 작품이라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속에서는 사회는 다 그래, 부당하더라도 그냥 버티면서 어른이 되는거야 라고 말하는 어른들이 많이 등장한다. 자신이 그 부당한 현실을 바꿀 수 없는 위치에 있다면 최소한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경청이라도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사회초년생들이 겪을 그 부당함을 나도 겪었으니 너도 겪으라는 심보가 아니라 우리 같이 조금씩 바꾸어보자고 마음 먹어야 되는게 아닐까. 그게 다음소희가 생기지 않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어른의 의무가 아닐까.


노동문제, 감정노동 문제, 사회초년생들이 겪는 열악한 근무환경에 관심이 있는 많은 관객들이 함께해 주었다. 상영관이 별로 없고, 영화관에서 영화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누적관객수 11만을 넘었다고 감독님이 말씀해 주셨다.(영화관람후 콜센터에서 근무하시는 감정노동자께서 감독님과 함께 진행하는 GV가 이어졌다.) 부산에 내려오신 김에 그 다음날인 일요일에 양산 정의당에서 주최하는 상영회가 있으시다고 했다. 영화는 상영관에서 내렸지만, 좀 더 많은 곳에서 이 영화를 상영하고 그것을 보러 오는 관객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영화는 묵직한 주제 외에도 아름다운 장면들이 몇몇 곳에 등장하기도 하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연출에 있어서도 상업적으로 잘 만든 영화이다. OTT서비스로도 영화가 많이 풀렸으니 많은 분들이 찾아서 챙겨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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