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이야기

언니의 상담실(반유화)

by 박조건형

언니의 상담실(반유화)


10월 6일(금)에 있는 두번째 우울증 자조모임에서 미리 읽어와서 나눌 책이다. 참 마음에 드는 책이다.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아래는 밑줄을 그은 부분들인데, 왜 밑줄을 긋게 되었는지 내 생각들을 덧붙여 적어보자 한다.


p70 - 이렇게 아픈 스스로가 안쓰러워서 드는 속상함인지 아니면 ‘약한 것은 나쁘거나 부끄러운 것’이라는 전제에서 올라오는 속상함인지를 구분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 약한 것은 그저 안타까운 일일 뿐이고, 강한 것은 단지 다행스러운 일일 뿐 입니다.

-나는 우울증을 29년동안 힘겹게 경험했던 사람이다보니 내가 많이 나약하고 루저같고 평범하지 못하다고 느꼈다. 그건 다만 안타까운 일일뿐이다. 나도 지금같이 잘 지낼수 있는 시간이 오리라 결코 생각지 못했지만, 잘 생존해왔고 지금에 이르게 된 것 같다. 약한 사람은 약한대로 나름의 생존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으면 된다. 그러면 된다.



p72 - ‘나는 왜 이렇지!’ 라는 ‘왜’에서 주의를 돌려 최대한 ‘어떻게 하지?’, 즉 ‘어떻게’에 초점을 맞추어주세요. …..‘됐고, 그래서 어떻게 하면 지금 이 상태보다 더 괜찮아질 수 있지?’ 라고 물었으면 합니다.

-“왜”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은 한도 끝도 없다. 어떤 답을 찾아야 왜에 대한 답을 얻게될까. 개인상담을 오래 받았고 나의 어린시절을 살펴보아도 대략적으로 이런 상황들때문에 나의 우울증이 생기것으로 추축할 뿐,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다. 일단 지금의 나의 상태를 인정한다. 나의 현재 모습을 받아들이고 약하면 약한대로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그사람대로 생존방법을 찾아가면 된다. 사람마다 그 “어떻게“는 다 다르다. 내가 타인의 에세이 글을 열심히 찾아 읽었던 것은 그 어떻게 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들의 어떻게 들을 바탕으로 나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선택하고 나를 믿고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가 중요한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를 인정하고 수용하지 못하면 “어떻게”로 나아갈수 없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나의 지금 상태를 인정하고 나아가자. 못나면 못난대로, 약하면 약한대로 살아가야지.



p73 - 그래서 순서를 바꾸어 자신에게 “일단 좀 괜찮아지고 나서 생각하자. 어떻게든 괜찮아지고 나서 나를 의심하든 추긍하든 하자” 라고 말하며 협상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아 낫습니다.

-지금의 나는 하루하루가 생기 넘치고 신이난다. 나의 지금의 이야기가 우울증으로 너무나도 힘든 사람에게 가닿진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일단 그 힘듬에서 조금은 나올수 있는게 우선 목표다. 생존이 힘든 사람에게는 일단 생존이 목표이다. 괜찮아지는게 목표이다. 괜찮아지고 난 다음에 이제 무엇을할지 고민하고 찾아보면 된다. 일단 생존하자. 괜찮아지는 걸 목표로 하자.



p219 - 마음처럼 잘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스크래치가 덜 나면 됩니다

-모든 걸 잘 할수는 없다. 나름 여러가지를 고려한다고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내가 좋은 사람일수는 없다. 나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그 스크래치들을 내가 포용할수 있으면 된다. 어떻게 살더라도 나는 스크래치를 받을수 밖에 없다. 다만, 덜 스크래치를 받는 방법들을 찾을 뿐이다. 육아도 마찬가지다. 모든 육아서를 섭렵한다고 자녀에게 스크래치를 주지 않는 건 아니다. 어떤 육아방식이든 스크래치를 준다. 다만, 그 스크래치가 덜한 방식을 찾으려 노력할 뿐, 자녀에게 상처를 안주는 육아 방식이란 없다.



p250 - 혜원씨가 삶에서 실패를 품어보기로 결심했던 것처럼 관계에서도 실망하고 실망시키는 경험을 품어보기로 마음먹길 바랍니다

-가게 망한다고 실패가 아니다. 대회에 참석했는데 입상을 하지 못했다고 실패는 아니다. 실패는 그 과정속에서의 의미들을 발견하지 못하는 나의 태도와 생각이다. 어떤 삶을 살더라도 그 과정에서 걷어 올릴 것은 분명있다. 그 이야기들이 다만 개인마다 다를 뿐이다. 내 삶에서 29년의 우울증의 시간은 실패가 아니다. 우울증 때문에 복학과 휴학을 반복하다 대학을 졸업하진 못했지만, 내 인생이 실패는 아니다. 이제는 그 시간들에서 내가 왜 그렇게 할수 밖에 없었는지 안다. 서툴고 유약하고 경험치가 부족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내 삶에서 이제 대학 졸업장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대학졸업장 없어도 이렇게 재미있게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면 그만 아닌가.


<언니의 상담실>의 글은 내 개인상담 과정속에서 상담샘과 나의 대화를 통해 얻었던 통찰의 시간들과 닮았다. 정신과 의사들이 쓴 많은 이런 류의 책이 있지만, 이 책은 사려깊고, 내담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상담자의 진한 마음이 느껴져서 좋다. 선생님은 미끼를 던져줄 뿐, 이 책을 읽으며 내 삶속에서 자신의 문제를 풀어가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물론 혼자서만 끙끙대며 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혼자서 힘들면 도움을 받으며, 그렇지만 결국은 내 삶속에서 내가 풀어야 하는 과정이다. 지난하고 쉽지 않은 과정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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