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그 얼굴을 오래 바라보았다(이상희 지음)

by 박조건형


그 얼굴을 오래 바라보았다(이상희 지음)


무사이에서 북토크를 한다고 해서 읽게 된 책이다. 이상희 작가님의 남편분이 어느날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하고 머리가 바퀴에 깔리는 바람에 뇌에 문제가 생기고 응급실에서 오래 생활을 하게 되고, 작가님은 직장을 그만두고 오랜 간병생활을 하게 된다. 간병인도 쓰긴하지만, 그래도 남편의 상황이 많이 안좋은 상태이다 보니 늘 병원에서 함께 보낸다. 작가님은 간병을 하면서도 그 돌봄에 지치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려 애쓴다.


시간이 지나 몸의 기능들이 돌아왔지만 시력만은 돌아오지 않고 남편은 전맹 장애인이 된다. 남편은 병원에서의 긴 생활을 기억하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비장애인에서 장애인의 삶을 맞이하게 된다.


엄청난 고난을 극복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여서 나는 좋았다. 그 힘겨운 시간을 세세하게 관찰하고 기록해서 읽는 이로하여금 그 과정을 공유하게 만든다. 지금의 상황들을 직시하되(물론 그 수용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그 상황에서 할수 있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찾으셨다. 함께 산다는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기댈수도 있고, 도움받는 삶을 받아들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남편의 사고로 인해 두분의 삶은 정말 극적으로 바뀌었지만, 그 바뀐 상황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고민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탐색하고 찾아가고 계신다.


p61 - 슬퍼하는 사람에게는 아무 말을 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걸 모른다

: 누군가 큰 일이 생겼을때, 암이 생겼을때, 크게 다쳤을때,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말을 건네야할지 잘 모른다. 모르면 그냥 말을 아끼고 마음만 전하며 옆에 있어주면 된다. 그냥 그렇게 옆에 있어 주기만 해도 된다.


p80 - 상희야, 나는 네가 어떤 마음으로 이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지 안다. 무엇을 했는지 안다. 이 세상 누구도 그걸 모른다고 해도, 나는 안다.

: 자신이 자신을 알아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나도 개인상담을 오래받은 경험이 있지만, 내가 나를 알아주는게 참 쉽지 않았다. 그러나, 나의 옆지기가 늘 나에게 긍정적인 말을 전해 주었고, 그 말들을 계속 듣다보니 이제는 나스스로 나의 첫번째 지지자가 되어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작가님은 그 힘든 과정속에서 내가 나를 알아주면 된다는 것을 깨달으셨다. 큰 깨달음이다.


p125 - 우리는 몰라도 돌볼 수 있고, 배워가며 돌볼 수도 있다는 것을. 돌봄은 ‘함께 슬퍼할 용기’를 내는 일이며, 그 일은 사랑과 닮았다. ….. 돌봄은 어떤 정답이 정해진 시험이 아니라 끊임없이 물으며 그때그때의 길을 찾아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은 돌봄을 하도록 길러져 오다보니 남성들에게 비해서 돌봄노동에 익숙한 편이다. 남성들은 이 돌봄노동을 배워야 하고, 스스로도 돌볼수 있어야 한다. 돌보는 방법을 잘 모른다면 주변에 물어볼수도 있고, 책을 찾아볼수도 있고, 시행착오를 통해 그렇게 찾아가면 되는 것이다. 돌봄도 모르면 배워야하고 배우면 된다. 함께 슬퍼할 용기라는 표현이 마음에 크게 와닿는다.


p 200 - 근데, 나는 부딪혀야만 걸을 수 있어. 부딪혀야만 내가 어디쯤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거든. 나는 아무도 부딪치지 않고 걷는 게 제일 무서워. 이게 나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 마. 조심할게.

:이 구절이 나는 가장 좋았다. 아니 읽으며 눈물이 났다. 사람들은 잘 하는 것, 성공하는 것에만 관심을 갖는다. 기대치가 높으니 쉽게 시작하지 못하고, 처음부터 무엇을 완벽하게 잘하려고 애쓰다보니 쉬이 지친다. 처음부터 어떻게 잘할수 있는가. 실패하든 넘어지든 그 속에서의 이야기를 읽어낼수 있는 사람은 그 경험이 더이상 실패가 아니게 된다. 자신의 삶을 해석하는 힘을 가진 사람만큼 멋진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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