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

나는 언제부터 머리를 밀기 시작했는가

by 박조건형

요즘 신기하게도 일찍 자면 저절로 일찍 눈이 떠진다. (일찍 자니깐 일찍 일어나는 건 당연한 건가?^^;;) 47살 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아침잠이 없어진걸까? 주말에 종종 늦잠을 자는 걸 보면 그건 아닌 것이라 믿고 싶다. 어제 욕실 거울을 봤을때 머리 깍을때가 되었군 이라는 생각을 했던게 떠올라 화장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바리깡 충전기를 연결하여 무릎을 꿇고 업드려 머리를 밀기 시작한다. 손으로 만져보며 어디가 안깍였는지 확인하고 거울로 또 확인한다. 구레나룻은 면도기로 깨끗이 더 밀어주고 마무리 한다. 바리깡을 작은 솔로 청소해 주고 깍은 머리털은 변기에 내려보낸다. 어제 밤에 샤워했기에 비누칠은 하지 않고 물로만 머리털을 씻어내며 간단히 샤워한다.


2주 길면 3주에 한번씩 집에서 화장실에 업드려 머리를 깍는 편이다. 그 이상 길면 내가 지저분해 보여서 싫다. 29살때부터 지금 이 머리를 유지했으니 18년째다. 지금 사용하는 바리깡은 세번째다. 18년 동안 바리깡 세개 구입비 밖에 들지 않았으니 일상속의 작은 절약이 된다. 나는 왜 29살 즈음에 지금의 머리처럼 머리를 밀게 된 것일까.


그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힙합 클럽에 춤추러 6개월 동안 죽돌이를 한 적이 있다. 힙합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클럽이 궁금해서 였을까? 막춤을 추고 싶어서 였을까. 부산 경성대 주변에 몇개의 클럽이 모여 있었는데, 내가 갔던 곳은 제이지(J.G)로 기억 한다.(내 기억이 틀렸을 수도 있다) 그때 힙합그룹 에픽하이가 막 뜨기 직전이었다. 뜨기 전의 에픽하이 공연을 직접 보기도 했다. 혼자 가기는 뻘쭘하고 같이 클럽에 가는 모임이 있었던 거 같다. 같이 가서 부비부비 춤 같은 것도 춰보고. (물론 소심해서 그런 밀착된 춤은 추기가 어려웠다) 그냥 나는 사람들 모여있지 않는 공간에서 내 삘에 취해서 막춤을 췄다. 힙합 바운스와 상관 없는 춤이었기에 주변에선 아마 ‘ 저 인간 뭐지?’ 하고 생각 했을 것이다.


힙합클럽이다 보니 민머리인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내게는 멋있다는 느낌보다 정갈하다는 느낌으로 좋게 다가왔다. 나도 한번 밀어볼까 하는 호기심으로 머리를 밀어보았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쭈욱 밀어오고 있다. 나는 머리를 관리할줄 모르고, 꾸밈노동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다보니 머리 관리 하고 적절한 시기에 머리를 잘라줄 필요가 없는 민머리 스타일이 너무 좋은 것이었다. 96년에 부산 동아대학교에 들어갔다가 97년 다시 공부해서 98년에 공주전문대에 들어갔다. (나의 우울증으로 졸업하진 못했다) 학과가 그래서 인지 동기나 선배중에 알록달록 무지개색 으로 염색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때 딱한번 탈색해서 노란색 머리로 지낸 적이 있다. 그때가 또 마침 머리를 길러 볼때라 어깨 너머까지 길러서 묶고 다닐적 이었다. 꾸밈노동에 관심이 없었다 보니 지금 사진으로 봐도 긴 머리가 참 지저분하게 느껴진다.


29살 무렵 머리를 깍고 나서 직장에 들어갈때마다 머리로 태클을 많이 걸어왔다. 제일 잘 어울리는 머리라 하는 것 뿐인데, 매번 왜 머리를 밀었냐, 세상에 불만 있냐하는 소리를 수시로 들었다. 한 직장에서는 하도 잔소리가 심해 잠시 스포츠 머리로 길러봤으나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민머리로 복귀하기도 했다. 요즘에야 촌스럽게 머리로 시비 거는 사람은 없지만(거래처 사무실 직원중에서도 민머리를 한 분이 있다. 그분은 나와 달리 매일 미는 것 같았다. 갈때마다 머리가 반짝 거렸으니까) 그때는 그런 시절이었다.


아침에 일찍 눈이 떠져 머리를 깍고 보니 머리깍은 썰을 풀고 싶어 몇자 끄적여 본다. 나는 글을 핸드폰 메모장에 블루투스 키보드 자판을 연결해 글을 쓰는 편인데, 어제 짝지 방에서 글을 쓰고 짝지방에 키보드가 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핸드폰으로 양손으로 글을 쓰고 있다. 핸드폰으로 글 쓰는 것도 자꾸 써 보릇하니 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다.


꼴보기 싫은 K대리와 K주임이 오늘도 설쳐 되겠지만(어제 쓴 “현장 납품기사 두명의 은근한 반란….. 기대하시라!! 두둥!!” 편을 읽어보기길) 이틀만 참으면 삼일 쉬니깐 담대하게 그들을 대하며 하루 재미나게 일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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