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의 어느 하루
일잘러의 어느 하루
앞의 글 “박조님 일잘러로 승급하시고 멘탈갑 아이템을 습득 하셨습니다” 편을 먼저 읽고 오면 지금의 이야기가 더 흥미있게 읽힐 것이다.
소장님이 코로나로 부재중인 일주일 중 마지막날. 전주임 형님과 나를 엄청나게 힘들게 했던 빌런 권주임이 장거리 두바리를 하느라 멀리 떠나는 날. 눈에 안보이면 우리는 속 편하게 일할수 있는 날의 아침이다. 나는 2.5톤을 몰고 언제나처럼 7시 50분에 나섰다. 어제 커피를 많이 마신지라 늘 정차 하던 커피체인점 바로 옆에 차를 주차하고 커피체인점 옆의 편의점에 음료수를 한잔 사서 먹으며 출발했다. 오늘은 즐겁게 CBS라디오를 틀어놓고 편안하고 안전하게 운전을 시작했다. 일단 우정에 납품할 드럼 22개를 싣고 가고 있었다. 우정에 도착해 22개를 내렸다. 늘 내려주시던 분이 아니라 오늘은 사장님이 직접 드럼을 내려주셨다. 그런데, 원래 내려주시던 분보다 지게차를 조금더 잘 운전 하셔서 조금더 빨리 내려주셨다. 그래서, 사장님께 “지게차 운전 평소 내려주시던 분보다 더 잘 하시는데요~” 칭찬을 했더니, “지게차 짭밥이 이 회사에서 젤 높다” 라고 자긍심 넘치는 말씀을 하셨다. 나는 엄지척 손가락을 날리며 “사장님 최고 이십니다” 했다. 난 거래처를 다닐때마다 그곳에 일하는 분들에게 늘 큰소리로 인사하고 한마디라도 안부 묻는 말을 건넨다. 그 현장 직원분과 친해두면 혹여 회사에 일이 바쁘더라도 우리 일을 먼져 처리 해주실때도 있고 내가 일을 처리하는게 수월해 지기 때문이다.
우정에 물건을 내리고 바로 케이스로 가는길에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갑자기 오다가 떴는데, 이에즈에서 에탄올 세드럼 받아서 광정금속에 납품 가능한지 물으셔서 잠깐의 지체 없이 바로 가능합니다. 답했다. 그래서, 원래 스케줄에서 하나가 추가가 되었다. 일정대로 일을 처리하기 위해 운전을 서둘렀다. 물론 운전은 늘 안전운전 하게 하면서 말이다. 신호가 바뀔려고 할때 놓치지 않고 서둘러 운전하면 2~3분의 시간을 버는 셈이다. 오늘 운전하며 그런 순간이 여러번 있었다. 그러면 시간을 7~8분 단축하는 셈이다.
케이스에 들러서 차를 정차해두고(여기는 사무실에 오기전에 차 시동을 끄세요. 라고 큰 글자로 써 있다.) 사무실에 들러 송장을 끊었다. 늘 맞이해 주시는 여성분이 계셨는데, 옷이 너무 화사한 봄 옷이라서 “옷이 화사하고 색상이 너무 이쁘네요” 라고 칭찬을 건넸더니, 당사자뿐만 아니라 여직원 뒤에 앉아 계시는 나이 있으신 여성 관리자분이 너무 좋아하시면서 “ 좋은 말 건네니 기분이 너무 좋네요”라고 기분좋게 말을 받아 주셨다. 말하나 인사하나 건네는게 이렇게 어려운 거 아니고 상황을 우리쪽에 좋게 만든다. 케이즈에서 재고용으로 쓸 NEP 네드럼 한빠레트를 싣고 다시 삼전으로 차를 몰았다. 삼전으로 가는중에 또 회사 단톡방에 발주가 떴다. 내가 가는 쪽에 있는 회사 발주다. 이번에도 사무실 신차장님이 전화를 주셨다. “박주임임님 혹시 삼전에서 아이소파 8드럼을 싣고 오실수 있을까요?” 머뭇거림 없이(머리속에 계산을 해봤기에) ”네, 가능합니다. 이에즈에서 신관공드럼 위로 12개 올리고 하면 아이소파 8드럼도 실을 수 있습니다“ 라고 답했다.
내가 요즘 일잘러로 승급했는데(나스스로), 회사에서도 나를 믿고 신뢰하기에 급발주건을 이렇게 나에게 묻고 발주를 넣는것 같아서 일잘러써의 어깨 뿜뿜 하는 오전이었다. 예상대로 모두 돌려면 서둘러야 해서 쉬는 시간이 없이 바로 바로 움직였다. 삼전에 들러서 DMF 한드럼을 싣고 아이소파 8드럼을 실으려고 하는데, 현장 직원분이 ”아이소파 바로 납품 하실겁니까? 지저분 한데, 씻어 드릴까요?“ 라고 하셔서 오늘 바로 납품할꺼라 ”네“ 하고 답했다. 먼지가 가득 쌓인 아이소파 8드럼을 가지고 오셨다. 호스로 물을 뿌리고 밀대로 물을 묻혀 먼지를 씻어내고 다시 물을 뿌리고, 최종적으로 에어건을 불어 물기를 날려 버렸다. 그런데, 무슨 급한 회사 용건으로 전화가 왔는지 전화받으며 일을 하시느라 한참이 지체되었다. 거기서 10분은 지체한것 같다. 드럼 을 싣고 삼전 근처에 있는 이에즈에 들렀다.
사무실에서 송장을 끊고, 에탄올 세드럼을 차 맨뒤에 실어 달라고 하고 공드럼 20개를 실었다. 공간이 없어서 공드럼 12개는 차위에 올려야 했다. 드럼 세개씩 눞여서 네줄로 하면 열두개가 실린다. 세개씩 한 묶음으로 바를 쳤다. 총 네개의 줄을 써서 바를 쳤다. 차에 다행히 줄이 네개가 있었다. 만약에 줄이 세개만 있었으면 작전이 좀 바뀌었어야 했다. 맨뒤에 에탄올 세개를 실었다. 광정금속에 들러 뒤로 바로 내릴수 있도록 말이다. 근처에 있는 광정금속에 후진으로 들어가는데, 마침 입구가 지게차와 포터 한대로 막혀 있었다. 차에서 내려 회사 안을 둘러 봐도 관리자가 보이지 않고, 쉬고 있는 직원들에게 지게차를 좀 빼달라고 하니 관리자를 찾으라고 한다. 관리자가 보이지 않아 결국 회사 입구에 세워두고 차 뒤로 에탄올 세개를 내려 드럼을 한참을 굴려 에탄올 두는 곳에 두었다. 거기서 또 한 10분정도 지체한 것 같다.
광정금속에 에탄올 세개를 내리고 공드럼 세개를 에탄올 뺐던 그 자리에 다시 싣고 그물을 쳐야하는데(고속도로를 타면 그물을 쳐야 한다) 회사에 들어올 큰 트럭이 입구에 정차해 있어서 일단 차를 길옆으로 빼고 그물을 쳤다. 회사에 들어가면 예상시간이 12시 25분. 운전해서 돌아가는 중에 사무실 강주임님이 점심 식사 뭐하겠냐고 해서 짬뽕밥을 주문했다. 12시 25분 도착 예정이니 현장에 계신분들 먼저 식사하시라고 했고, 강주임님은 밥이 식지 않냐고 다시 걱정하시길래, 저는 원래 식은 짬뽕밥 좋아한다고 그냥 먼저 드리사라고 했다.
오늘 오전에 그 많은 일을 다 처리한 내 자신이 일잘러로써 어깨 뿜뿜이었다. CBS신지혜의 영화음악을 들으며 회사로 복귀 중이었다. 12시가 되어 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가 할 시간인데, 이수영씨가 사정이 있어서 일주일동안 다른 아나운서가 진행을 하고 있었다. 그 아나운서가 임영웅 이야기를 했다. 자신이 다루는 시사잡지에 임영웅 이야기가 특집으로 떴는데, 6070대 여성들에게 임영웅이 삶을 생기있게 만들어준 그런 존재였다는 이야기 를 해주었다. 6070대 여성이 자신의 삶에서 아무런 살아갈 낙을 느끼지 못했는데, 임영웅을 알게되고 팬카페에 가입해서 자식들에게 묻는게 아니라 핸드폰사용하는 법이나 컴퓨터 쓰는 법을 단체로 배워서 임영웅 써포트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갑자기 눈물이 터지는게 아닌가. 삶이 무력하고 오래 잘 살고 싶은 원동력이 없었던 6070대 여성어른들의 삶이 눈에 그려지면서 나의 지난했던 긴 우울증의 시간이 떠올라서였다. 47년 인생중 요즘처럼 행복하고 재미있었던 적이 없었던 그런 삶을 요즘 살아가고 있다. 너무너무 삶이 즐겁다. 29년의 우울증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이다. 그 지난한 우울증의 아픔의 시간이 떠올라 운전하면서 펑펑 소리내어 울었다. 거의 회사에 다왔을때라 소매로 눈물을 닦아내었다.
회사에 도착하니 따뜻한 짬뽕밥이 한그릇 준비되어 있었다. 강주임님이 지혜롭게도 12시에 현장사람들 음식을 배달 해달라 하고 짬뽕밥 한그릇만 12시 20분에 맞춰 배달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중국집이 회사 바로 근처라 가능한 것이다) 단골이라서 그런 부탁이 가능했던 모양이다. 내가 주문한 짬뽕밥이 식을까봐 그렇게 따로 주문을 해주신 강주임님의 마음이 참 고마웠다.
오후에는 어떤 일이 있었냐 하면 소장님이 안계신 일주일 동안 전주임 형님과 나를 힘들게 했던 김대리와 권주임 문제가 해결이 되었다는 것이다. 과연 어떻게 극적으로 타결이 되었을까? 궁금하시죠? 다음글로 다시 만나요.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