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 생일
어제 저녁에 동생에게 카톡으로 생일용돈 입금하고 오늘 저녁에 케익을 사고 같이 가족식사를 하기로 했다. 엄마는 부산 사직동에 할머니랑 정신과에 약을 타러 다녀오시느라 양산역에서 픽업을 했다.
외할머니는 올해 96세로 정정하신 편이지만, 2021년부터 환청을 듣고 귀신이 보이셨다고 한다. 나는 가끔 찾아 뵙는 편이라 할머니 소식은 종종 들리는 엄마와 여동생에게 듣는 편이다. 21년에 한번 병원에 가보고 할머니가 가지 않으려고 해서 그만두고 그 중간에 또 병원에 가려 했다가 안가셨다. 그리고 최근에 할머니가 많이 힘드셨는지(귀신들과 싸우느라) 엄마가 함께 정신과에 다녀오신 모양이다. 오늘도 안가려고 할까봐 걱정했는데, 신기하게도 별말씀 없이 따라가셨다고 한다. 오늘이 3회차인데, 저번 약은 안맞아서 머리가 아팠는데, 이번 약은 약이 맞는지 괜찮다고 하셨다. 귀신들끼리 목소리 좀 낮추자고 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늘 할머니가 뭐 하자고 하면 따르는 편 이었는데, 이번에는 ‘엄마가 미친 사람 소리 들으면 좋겠냐고’ 쎄게 말씀 하셨단다. 할머니는 남에게 폐끼치는 걸 극도로 싫어하시는 편이라 엄마의 충격 요법이 먹혔는지, 3회차까지 따라 가셨다. 다음주에도 다시 함께 가시기로 했다고 한다. 엄마의 말로는 할머니가 할머니 돈 이백만원, 엄마에게 돈 달라고 해서 이백만원을 합쳐 사백만원으로 절에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고 하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다. 엄마는 왠만하면 할머니를 따르는 편이지만, 정신과 문제를 절에 제사 지내는 방식은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다시 이백만원 내놓으라고 하셨다. 할머니는 우리엄마와 삼촌으로부터 용돈을 받으셔서 늘 돈이 넉넉하셨는데, 이번 사건때문에 요즘엔 돈이 없어서 쪼들리신다고 한다.
여동생은 올해 45인데, 미혼이고 엄마랑 같이 산다. 늘 심하게 싸우는 편인데, 요즘은 어떠냐고 물으니 요즘은 그래도 정이 들었는지 티격태격해도 서로 적응해서 잘 지낸다고 반가운 소식을 전해준다. 내가보기엔 동생이 꽤 까다로운 사람인데, 엄마가 많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 있었는데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생은 엄마와 싸울때마다 집을 나간다 만다 했는데, 내가 보기엔 경제적으로 독립할 능력이 안된다. 작년엔 집 리모델링도 하고 둘이서 투닥투닥 하며 지낸다.
양산에서 엄마를 픽업하고 케익은 집에 두고 동생을 태우고 회전 스시 집으로 향했다. 세명다 그렇게 많이 먹는 편이 아니라 58,000원 밖에 안 나왔다. 집에와서 케익에 초 큰거 4개 , 작은 거 5개를 꼽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엄마와 동생에게 내가 요즘 47년 인생중 가장 행복하고 안정적으로 잘 지낸다는 소식을 자랑삼아 전했다. 그랬더니, 동생이 자신도 45년 인생중 제일 행복한 생일이라며 눙을 친다. 오빠가 용돈도 주고(동생이 요즘 수입이 아주 적다) 생일 케익도 사오고 밥먹자고 이야기도 하고 ,할머니가 자신에게 전화로 생일 축하한다고 전해서. 엄마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어서 나와 동생은 할머니 손에 자랐다. 옛날 어른이라서 남자인 내가 편애를 받고 자랐으니, 할머니의 생일 축하 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며 기뻤다는 것이다. 한 명있는 오빠가 우울증으로 29년정도를 늘 불안하고 무기력 했으며 나의 생존만으로도 허덕거리던 나는 늘 좋은 오빠는 못되었다. 그래서, 오늘 행복하다는 동생에 말에 속으로 크게 찔리면서 겉으로는 그냥 말없이 웃었다.
우리 원가족은 자주 보는 편은 아니다. 각자의 생일이나 명절에 보는 정도. 원가족은 자주 보지 않아야 서로에게 여유있게 대하고 반갑게 만날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아닌 가족들도 있겠지만) 오늘의 동생 생일 축하자리가 편하면서도 좋았다. 동생 생일과 할머니 생일이 붙어 있어서 다음주 토요일이 할머니 생신이다. 동생은 집에서 미취학 아동들 영어 수업을 하는데 금요일은 수업이 없어서 엄마랑 동생 둘이 금요일 낮에 할머니를 모시고 식사를 하러 갈 것 같고. 나는 일요일에 따로 할머니랑 둘이서 시간을 보낼 것 같다. 할머니가 나이가 많으셔서 그런지 먹고 싶어하는 게 별로 없는데, 금요일날 할머니랑 시간 보내고 엄마가 따로 연락 주신다고 했다.
동생이 오늘이 참 행복하다며, 오래 살고 볼 노릇이라고 했다. 맞다. 오래 살고 볼 노릇이다. 나도 이렇게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을줄 과거의 나는 생각지도 못했을 테니까. 오래 살고 볼 노릇이다. 현숙아, 생일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