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조건형 Apr 07. 2024

우울증이야기

여덟번째 우리자리 모임 후기(우울증자조모임 후기)

여덟번째 우리자리 모임 후기(우울증자조모임 후기)


이틀전 여덟번째 우리자리 모임이 있었습니다. 포항에서 한분, 화명동 주민 한분, 저 이렇게 세명이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일상카드를 40장 펼쳐서 마음에 드는 사진 두장을 골라 그 사진을 고른 이유를 설명하고, 카드 뒷장에 있는 질문에 답을 하는 방식으로 워밍업 자기 소개를 했습니다.


책(슬픔에 밑바닥에서 고양이가 가르쳐준 소중한 것)은 두분다 술술 넘어가서 잘 읽으셨다고 했는데, 전 일본만화 같은 설정에 감동을 주려고 애쓰는 부분이 너무 보여 첫번째 에피소드도 다 안 읽고 책을 덮었습니다. 대신 리뷰 14개를 찾아 읽었는데, 제가 예상한 후기들이었어요. 고양이가 중심인 소설이라기 보다 고양이를 매개로 인간군상, 관계에 대한 소설이었습니다. 저는 에전에 읽었던 김혜진 장편소설 <경청>을 이 소설보다는 더 추천하고 싶네요. 일상이 다 무너진 중년의 여성주인공과 상처가 있는 아이가 길고양이라는 존재로부터 받는 위로와 치유에 대한 소설이었습니다.


등장인물중 고로에 마음에 갔다는 분이 있었어요. 20대 후반의 미래도 불투명하고 허무주의 가득한 젊은이의 모습은 저의 29년 우울증 기간의 저 모습과도 일치하는 부분이었어요. 저도 29년동안 허무주의자로 살았거든요.


최근에 느낀거지만, 10대, 20대, 30대들을 위해서, 저는 좋은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게됩니다. 다양한 삶에 대해서 소개하고 이야기하는 어른이 되고 싶네요. 꼭 성공하지 않아도 되고, 돈 많이 벌지 않아도 되고, 결혼하지 않아도 되고 동거만 하고 살아도 되고, 비혼이어도 괜찮고,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삶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어른. 그러면서도 내 삶을 사랑하고 신나고 재미나게 살아가는 중년의 어른.


15분동안 말없이 자신에게 행복했던 순간, 행복한 시간대, 음식, 공간. 그런 경험들을 “구체적으로”로 적어보는 시간을 가지고 다 적고 난 다음에 읽거나 설명하며 공유했어요. 우울증이 심한 사람에게도 분명 행복한 순간들은 분명있었거든요. 우울하고 무기력한 시간이 많다보니 내게는 그런 시간이 없었던것처럼 느껴지지만, 분명 있거든요. 늘 죽음을 생각하고 무기력의 시간이 길었던 20대의 대학생시절에도 유일하게 즐기는게 영화보기였어요. 옥상에 올라가 죽음을 생각할때, 다행히도 영화를 볼때의 그 작은 즐거움이라도 즐기는 그런 형편없는 나라도 살고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들, 행복해하는 것들을 잊지 말고 자주 상기하고, 또 그런것들을 다시 해보며 기분을 좋게하려 애써보자는 거죠. 물론 심한 무기력의 상태에서는 이런노력들이 큰 영향을 주진 못하지만요. 그래도, 우리에게 있었던 행복하고 즐거웠던 순간이에요.


포항에서 온분이 20대때 대학축제에온 조장혁이 체인지를 불렀을때 참 좋았었다고 기억해 주셔서, 잠시 조장혁의 체인지를 같이 들어봤어요. 노래를 들어보니 귀에 익어서 따라부르기도 했네요.


다음달 모임에서는 각자가 좋아하는 노래 혹은 힘들때 힘이 된 노래 하나씩 골라와서 들어보는 시간도 가지고 그 노래를 가지고 온 이유도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다음달 모임이 우리자리 시즌1 아홉번째로 마지막 시간이 되겠네요. 석달을 쉬고, 9월달에 시즌2로 다시 돌아올 예정입니다. 매달 첫째 금요일에 모임을 하는데, 그때는 제가 제주도에 놀러가서 5월 1일 수요일 모임을 하기로 합니다.


책은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입니다> 를 읽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포항에서 오시는 분도 블로그에 자신의 우울증을 기록하고 계시기도 합니다. 글쓰기는 우울증이 있는 분에게 위로와 치유의 기능도 있고, 자신의 우울증을 기록하는 의미도 있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직시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해서 글쓰기를 권하는 편이긴 합니다. 우울증이 심해 글을 잘 쓸수 없다면, 그냥 간단히 자신의 상태들을 기록하면 됩니다. 글을 잘 쓸필요도 없고, 그냥 뱉어내듯이 자신을 기록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면, 우리 5월 1일 수요일에 시즌1 마지막 만남으로 만나요.


미리 신청하셔도 되고 그때즈음 다시 신청하셔도 됩니다. 시간은 19시이구요, 15000원(무사이 음료값 포함) 입금 하고 왜 우리자리 모임에 오시려는지 이유를 문자로 주시면 신청됩니다.


박조건형 010-4844-196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