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성매매집결지와 관련된 북토크와 강의 후기(신박진영 선생님)
경주 성매매집결지와 관련된 북토크와 강의 후기(신박진영 선생님)
경주 너른벽에서 신박진영 선생님의 <성매매, 상식의 블랙홀> 북토크가 있었다. 선생님은 내가 예전에 성매매 집결지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작업을 할때 몇 번 뵌적이 있는 22년 경력의 활동가 선생님이시다. 오랜만에 뵈어도 여전히 활력넘치고 쾌할한 모습이셨다.
책은 한국 성매매 산업의 큰 그림을 이해할수 있도록 정말 잘 쓰여진 책이다. 선생님은 강의 내용을 ppt로 미리 보내주셨는데, ppt와 별개로 그것을 전혀 보지 않아도 술술술 이야기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이 분야의 전문가셨다. 성매매는 정말 많은 이해관계와 입장과 맥락이 있는 문제로 자신의 관점으로 해석하기가 참 쉽지 않은 분야인데, 그것을 모두 아우루는 설명을 충분히 구석구석 다 해주셨다. 책과 비슷한 내용을 설명하시겠지 생각했었는데, 현실속의 사례들을 가져와서 집결지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어주셨다.
한국과 일본의 성매매 규모가 엄청난데도, 한국의 많은 남성들이 연루되어 있는 문제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고 어쩔수 없잖아 라는 입장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성매매는 한 사람을 돈으로 사고 팔수 있다는 사고를 생산해 낸다. 성매매에서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동등한 입장이 결코 될 수 없고, 성매매 산업구조안에서 결국돈을 버는 사람들은 건물주이자 포주들이다.(성판매를 하는 여성은 계속 빚을 지게되어 쉽게 벗어날수 없다) 성매매는 있어서는 안돼가 아니라 이것은 사람에 대한 존중의 문제인 것이다.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경험을 한 남성들이 과연 어떤 세계관을 가지게 될까. 섹스라는 것은 두 사람간에 대화와 소통을 통해서 합의하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여성을 돈을 주고 살수 있다라는 생각을 가진 남성들은 더이상 사람대 사람으로 관계하고 갈등을 조율하는 법을 배울수 없다.
성매매 산업이 거대한 한국과 일본의 여성들만 안쓰러운 것이 아니라 그런식으로 한쪽의 성을 사서 소비하는 문화를 경험하는 남성들의 자존감이 과연 높을까. 세시간의 열강과 질의응답을 듣고 선생님과 기념사진을 찍고 한가지 질문을 던졌다. 22년간 활동을 하면서 지칠때가 없었는지, 그리고 그 시간을 어떻게 지나가셨는지 물었다. 초반에는 힘들었는데, 성매매를 둘러썬 각자의 입장이 있고 이 산업의 큰 그림을 볼수 있는 시선이 생기면서 이 일이 할만 하셨다고 했다. 성매매 산업이 어느날 갑자기 없어질수는 없다. 남성들의 어쩔수 없는 본능 때문이 아니라 남성들의 성적 욕구만 보장해주는 사회이기 때문에 성산업 규모가 이렇게 큰 것이다. 성매매를 없앨수는 없지만, 규모자체를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강연자리에는 너른 벽 바로 뒤에 위치한 성매매집결지 문제를 고민하는 시의원과 활동가 선생님도 오셨다. 경기도 대학에서 문화 인류학을 전공하는 학부생 남성도 함께 했는데,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남성 학생이 있다는 것 자체과 반가워서 강연이후에 선생님이 떠나시고 나서 그 학생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전에 자기 팀과 경주 집결지에 내려와 주변상인과 인터뷰한 이야기도 해주었다. 과거 부산의 완월동이나 대구의 자갈마당, 전주의 집결지를 가본적은 있지만, 경주 너른벽 뒤의 성매매집결지를 가본적이 없어서 그 학부생에게 집결지를 같이 가줄수 있냐고 물었다. 예전에 자신의 팀원들과 온적이 있었기에 성매매 집결지를 같이 걸으며 많은 설명을 해주었다. 집결지 바로 옆에 지어지고 있는 센터에 대한 설명도 해주고 날개모양의 형상을 조각한 작은 공간도 보여주었다. 우리가 걷는 시간엔 영업을 하는 곳이 거의 없긴 했지만, 한 집에서는 의자에 앉아 호객을 하시는 여성들이 몇분이 지나가는 우리에게 말을 걸기도 했다.
이 청년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내가 애정하는 또 다른 공간인 영화전문책방 북미에 데려가 이야기를 나눴다. 8시에 팀원들과 줌회의가 있다고 해서 6시 30분에 보내주기로 했는데, 수다꽃을 피우느라 시간을 조금 넘겨버려서 서둘러 보내드렸다.
너른벽은 내가 애정하는 책방이기도 하고, 너른벽 사장님도 경주 성매매집결지 문제에 관심이 있으셔서 또 이런 자리가 있다면 참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