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파란 돌봄(조기현 지음)
새파란 돌봄(조기현 지음)
최근 들어 돌봄 이라는 단어가 화두가 되어 관련된 책들이 조금씩 나오는 것이 무척 반갑다. 많은 수의 임금 노동자들이 자신은 돈을 버니깐 돌봄에서 빠져도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지만, 그들이 임금노동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무상의 돌봄 노동자들의 노동이 있기에 가능한 것임을 자주 잊거나 보지 못한다.
조기현 작가님은 <아빠의 아빠가 됐다>라는 책으로 처음 만났다. 20살부터 아빠를 돌보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 9년간의 시간을 기록하고 고민한 책이다. 1~2년에 한번씩 꾸준히 책을 내고 계시고, 그것은 돌봄이 필요한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있는 거 같다. 6월 초 울산 민주노총에서 주최하는 강연덕에 작가님의 책들을 다시 보게 된다. 2023년에 나온 <몫>과 올해 나온 <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때>도 같이 읽어보려고 한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새파란 돌봄>은 어린 나이에 돌봄을 떠앉을 수 밖에 없는 영케러들을(혹은 자발적으로 돌봄을 선택한) 인터뷰해서 기록한 책이다. 대부분 여성에게 전가되는 돌봄 또한 저평가 되고 이야기 되어지지 않고 있는 시대에 영케어러들에 대한 담론은 더욱 부재하기에 이 책이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2019년에 쓰신 <아빠의 아빠가 됐다>를 내면서 돌봄을 떠맡은 청년들의 모임을 꾸려 보려했지만, 아직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나오기 어려운 시대여서 그런지 모임멤버들을 찾을 수 없었는데, 지금은 같은 고민을 나눌수 있는 동료들이 생겼다는 사실이 참 반갑다. 나또한 우울증 동료들을 만나려고 우울증 자조모임을 한달에 한번씩 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이다.(우울증 자조모임 시즌1은 9회차로 종료되었고 석달 쉬고 9월달에 시즌2로 당사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과연 청소년과 청년은 돌봄을 선택하면 안되는 걸까? 시대적으로 이제 저출산시대이다보니 어쩔수 없이 영케어러 들이 생겨날수 밖에 없는 구조이고, 청년들 또한 어떻게 돌봄을 해야하는지 배움이 필요하고 돌보는 과정에서 지역이나 나라로부터 도움을 받는 정책들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필요한 시대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여성에게 돌봄이 부과되었지만, 남성들이 과연 돌봄을 못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돌보지 않아도 되고, 돌봄을 배우지도 않고 배울려고도 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영케어러들의 돌봄은 가난과 가정폭력, 알콜릭 등의 주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을수 밖에 없다. 돌보는 자의 목소리도, 돌봄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절실히 필요한 시대이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같이 고민하고 배우고, 지역과 정부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할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6월 3일의 작가님의 강연이 내게 좋은 공부의 시간이 될 거 같아 무척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