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아내를 위한 레시피(조영학)
자크르에서 북토크가 있다고 해서 읽었다. 북토크 소식을 보긴 했지만, 관심이 없었다. 요리에 전혀 흥미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크르 대표님이 여러번 나에게 좋은 책이다, 요리 레시피는 거의 없는 남성이 요리와 관련해 사유한 책이다라는 말에 대표님을 믿고 책을 구입했다.
20여년전에 아내가 발을 다치는 바람에 덜컥 선언을 해버리고 그때부터 부엌데기로(작가님의 호가 부엌데기를 줄인 붥덱이다) 산 이야기를 담았다. 붥덱 은 여성들의 부엌노동을 부엌데기로 폄하하는 남성중심 문화를 비튼 단어이다.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고 섬세해야하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이고 마음이 담기는 일이다. 지금까지 가부장사회는 요리를 여성의 일로 전가하지만, 그렇다고 존중도 해주지 않으며 하찮게 여겨 왔다. 남성들이 육아를 하거나 요리를 하면 추켜 세우고 대단하다 말했다. 유명 셰프들도 다 남성들이다. 늘 해오던 여성들의 요리 노동은 당연시 여겨왔고 눈여겨 보지 않으면서 말이다.
조용학 작가님의 에세이는 자신이 살림을 전담해 살아온 이야기를 자랑하지 않는다. 겸손하지만 단단하게 글을 쓰셨다. 체제 전복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살림은 누군가를 살리는 행위다. 우리에게 필요하고 남성들도 배우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영역이다. 작가님의 말씀처럼 요리를 취미로 접근해보는 것은 좋지만, 모든 사람이 요리를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요리를 하지 않고 있다면 뭐라도 채려주는 그 노동에 대해서 감사하자는 말이다. 역지사지가 되려면 직접 그 일을 해보면서 그 사람의 시선을 경험해보면 제일 확실하지만 요리를 하지 못하더도라도 타인의 노동에 최소한 감사한 마음으로 먹자는 이야기이다.
작가님은 어린시절 가난했고, 부모가 자주 싸웠고 5살에 부모님이 이혼 하셨고, 새엄마의 폭력에 동생을 데리고 도망나와 공장을 전전하며 살다가 26살에 대학에 들어가셨다. 20여년전부터 부엌을 책임지면서 어릴때 자신이 누리지 못한 가족, 식사, 따뜻함의
경험을 자신이 만들어가시고 계신다.
나는 엄마의 집밥, 할머니의 집밥을 잘 모른다. 엄마는 초등학교 교사였고 체력이 약해서 집에오면 휴식하는게 전부였다. 나이가 좀 들어서는 우리를 위해 요리를 해 주려 애쓰셨지만, 요리에 취미가 없는 사람이다 보니 늘 레시피를 보며 공부하고 적어가며 요리해 주셨다. 그렇다고 엄마가 손맛이 있어서 아주 맛이 있거나 그러진 않으셨다.(엄마 죄송합니다 ㅠㅠ) 그래도 그 애씀이 너무나 감사했다. 그래서 작가님과 달리 집밥, 가족끼리 식사하는 것에 대한 향수가 전혀 없다. 내게 음식은 그냥 배를 채우는 것에 그칠뿐이다. 물론 짝지가 요리를 해줄때마다 늘 감사하게 먹고 요리실력도 뛰어나서 대부분 맛이 좋다.
나는 그리운 엄마 손맛, 집밥 이라는 단어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 40, 50이 되어서도 엄마 밥을 그리워하고 노쇠한 엄마가 응당 그 밥을 채려주는 문화가 늘 불만이다. 아니 자식이 청소년기를 지났으면 밥채려주는 것에서 손을 떼야 하는게 아닐까. 요리에 흥미가 없다면 밀키트나 냉동식품으로 자신이 끼니를 해결하려는 적극성 정도는 있어야지.
나는 텃밭에도 관심이 없는 편인데, 책의 2부는 텃밭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텃밭 농사라는게 집에서 음식들을 해 먹는다는게 효용성의 측면에서 비효율적일지도 모르지만, 누군가를 위해서 음식을 준비하고 거기에 맟추려는 애씀이 중요한 것이다. 작가님의 에세이를 보면 자본주의 체제에 저항하는 전복적인 삶을 적극적으로 단단하게 사는 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눈물이 자주났다. 그냥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내고 마음을 쓰고 상대방은 그 마음을 알아주고 그렇게 서로에게 맞춰가는 모습이 이뻤기 때문이다. 요리는 잘해서 하는것이 하니라 하면서 배우는 것이라는 말이 여러번 등장한다.
짝지도 나도 미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배를 채우면 그만인 사람이다. 한때는 농담삼아 배를 채워주는 캡슐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할 정도다. 짝지도 가난하게 살아온 경험이 있다보니 효율적으로 요리하는 것을 중요시 한다. 매끼를 챙겨 먹지는 않고 한끼는 잘 챙겨 먹자 주의다. 둘다 국물없어도 잘 먹는 편이고, 중심 메뉴 한개에 반찬 두세개 꺼내서 먹는 편이다. 요즘은 짝지가 나이가 들면서 몸 여기저기 비상신호가 들려오다보니 나보고 편의점에서 대충 먹지 말고 잘 챙겨 먹으라고 자주 잔소리를 하는 편이긴 하다. 짝지가 나보다 6살 연상이라서 그런데, 나도 몸에 탈이 하나둘 나면 먹는걸 좀 더 세심히 챙겨 먹을까.
아직은 요리에 취미가 없는 편이다. 그런데, 나이가 더 들면 요리를 한번씩 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짝지가 수월해 지기도 하고 짝지에게 음식해주는 기쁨을 누릴수 있기 때문에.
이 책을 많은 남성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돈버는 일만이 남성을 증명하는 일이라고 여기며 살아온 사람들이 퇴직을 하고 자기 일을 잃으며 자존감을 잃을게 뻔하기 때문이다. 조용학 선생님의 조언처럼 남성들이 요리를 배우두면 좋은 취미가 되기도 하고 아내에게 점수를 받는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이식이 삼식이 처럼 집안에서 귀찮은 존재로 취급당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그리고 아내를 돌보고 관계하는 법도 요리를 하면서 배우게 된다. 자주 농담으로 하는 말이 페미니즘을 배우지 않은 남성들은 고독사를 하거나 이혼당한다는 말이다. 옛날처럼 아내들이 자식들 때문에 참고 같이 살지 않는다. 부부가 20년이 되었다고 해서 쫀쫀한 관계는 아닌 경우가 많다. 매번 그 관계에 애를 쓰고 돌보고 마음을 쓰지 않으면 그 관계는 돈독할 수 없다. 내가 아내를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귀하게 여기고 있는지, 소중한 사람이라면 그만큼 표현을 하고 소통을 하려고 애쓰고 있는지 사유해 보아야 한다. 마음만 있는 것은 마음이 없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상대가 함께 살아갈 귀한 파트너라고 인식한다면 쑥스러워도 자꾸 표현하고 사랑한다고 말도 하고 표현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도 내가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지 인지하고 그 사랑이 돌아온다.
남성들이여, 페미니즘을 공부하자. 그리고 조용학 작가님의 <아내를 위한 레시피>를 필독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