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한국에서 교사로 산다는 것(가넷 지음)
공립 고등학교에서 7년간 일했던 가넷님이 자신이 겪은 ‘교원평가 성희롱 사건’을 공론화하고 그 과정을 담은 책이다. 가넷님은 2023년 9월에 사직을 하셨다. 그리고 2023년 7월 18일에는 서이초에서 신교교사(23)가 악성 민원과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자신이 몸담은 곳에서 부당한 일을 겪었을때 문제제기를 해보지만 관리자와 상급기관에서 책임지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그 일을 방관하고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경험을 하게 되면 그 좌절감은 엄청 클 것이다. 교육자로써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아이들의 사회화 과정에 필요한 교육을 하며 살아왔는데, 학생중에 교원평가를 빌미로 성희롱을 한 학생을 처벌하지도 않고 가해자와 부모 편만 들고 관리자와 교육청에서는 조용히 넘어가기만을 바랄때 다시 학교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을까? 학교가 여초집단이다 보니 교사들의 전문성을 낮춰보는 것도 문제이고 여성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때 늘 참아오라고 했던 선배교사들과 교사문화가 가넷님을 퇴직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언론이나 보수단체들은 전혀 연관성이 없는 학생인권조례때문이라고 말하지만, 학생인권과 교권은 상생하며 같이 가야할 부분이다. 교사들은 교육준비뿐만 아니라 엄청난 행정업무에 시달리고 돌봄노동까지 떠맡게 되었다. 가해학생이나 학부모에 대해서 관리자나 교육부와 교육청이 제대로 시스템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니 악성민원이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철밥 공무원 철밥 교육공무원이라고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교사들이 그렇게 많은 월급을 받지도 않고 업무량도 상당하다는 걸 잘 모른다. 자신의 교육철학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없고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기만 바라고 학생이나 동료교사가 부당한 행동을 해도 침묵하고 모른체 한다면 교육의 질도 떨어지고 교사들도 보수적이 될 수 밖에 없다. 다양성을 교육받지 못하고 인권감수성과 젠더 감수성 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게 되면 이 사회는 더 보수화 되는건 쉽게 상상이 된다.
가넷님은 교원평가 성희롱 사건을 공론화 하면서 2차가해를 받고 정신적 스트레스로 우울증과 공황장애까지 겪으셨다. 결국 퇴직을 하셨지만, 중요한건 가넷님의 일상을 다시 찾는데 집중하시는 일. 가넷님 덕에 무수하게 일상적으로 겪어온 교권침해에 대해서 사람들이 더 알게 되고 교사들 중에서도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 생겼다.
우리 아이들이 겪는 학교의 현실이 어떠할지 그 곳에서 교사들은 어떻게 고군부투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야 한다. 보수적이고 각자생존해야 하는 교사문화 때문에 또 다시 자살하는 신입교사들이 없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