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뎌 원고 보내다
드뎌 원고 보내다
책 작업한다고 보낸지 석달. 방금 전에 책에 들어가는 그림원본들을 양산 북정동 우체국영업소에서 택배를 부쳤다. 월요일 아침에 출발해서 화요일에 도착한다고 했다.
글 원고는 최종적으로 한 번 더 읽어보고 오늘 밤에 편집자님에게 메일을 보낼 예정이다. 원고가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책 작업하는 동안 속상하기도 하고 마음이 무겁기도 하고 편집자님에게 죄송하기도 하고 편집자님이 내 글을 보면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등 복잡한 마음이 자주 들었다.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던 거지. 늘 SNS에 글을 올리니깐 책도 그렇게 써지리라고 착각했던 거지. 네권의 책을 내긴 했지만, 그때는 우울증 상태라 책작업을 주도적으로 하지 못했고, 짝지의 진두지휘에 따라 겨우 몇자 적은 것 뿐이었다. 이번 책은 나 혼자 작업한 첫번째 책이다. 그림만 많이 그려두면 그와 관련된 글들은 금방 쓸 수 있을거라고 오판했다. 막상 쓰려고 하니 잘 안 써질때도 있었고, 계약서에는 4월말까지 원고를 넘기기로 했는데, 한 달 연장한 내가 못마땅하고 속상하기도 했다. 집에서 쓰려고 시간을 빼 둬도 피곤하거나 글이 안 써질땐 딴짓을 하게 되고, 결국 아는 책방이나 카페를 가서 작업을 했는데, 거기서도 사장님이랑 수다떨고 놀고 그러면서 자꾸 원고를 미뤘다. 3주 전부터는 화물차 운전할때마다 매일 들리는 원유로 남양산점에 회사 퇴근면 바로 작업하러 들렸다. 작업밖에 할게 없으니 어쨓듯 노트북을 붙잡고 작업을 하게는 되더라.
좀 더 글 작업을 일찍 시작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고, 내가 생각보다 글을 못 적는구나 싶었다. 그러다가 읽었던 책의 문구에 위로를 받아 수습하는 것을 목적으로 일단 5월말까지 원고를 해서 넘기려고 애썼다.
편집자님이 글과 그림을 보고 다시 연락이 오면 이번엔 조금 집중을 해서 원고들을 수정하고 보충할 생각이다. 대단한 책은 아니지만, 혼자서 책작업을 해보는 것에 의미를 두고 마무리 하고 있다. 편집자님에게 다시 연락이 올때까지 몇주 정도 신나게 놀고 운동도 할 생각이다.
책작업을 하는 답답했던 삼개월이 내게는 또 다른 경험과 공부의 시간이지 않았나 스스로 칭찬해 본다.
사진은 북정 우체국 영업소 직원분이 원고 작업 끝난거 축하한다고 선물로 주신 두부과자. 내 드로잉 수업을 듣고 싶어하시는데, 매번 멀리서 하다보니 아쉬워만 하신다.
수고 했어요. 박조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