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시즌2
부질없다(그림일기)
제 4회 어곡영화제의 영화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였다. 호불호가 있는 영화라 했는데, 나는 불호. 기발하고 독특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산만하고 정신없었던 영화였다. 내가 꽂힌건, 에블린(양자경)의 딸이자 빌런인 조부 투파키 가 말하던 세상의 부질없음 이었다. 29년동안 우울증을 겪으며 내가 늘 느꼈던 생각이 부질없음이었다. 어차피 내 우울증은 괜찮아지지 않을 것이고, 우울증이 심해질때마다 죽고 싶었고, 세상은 결국 멸망할 거고, 뭔가 열심히 하는게 대체 무슨 소용이고, 결국 다 죽을건데 부질없다는 생각이었다. 딸 조이가 이민자의 딸이자 레즈비언 정체성으로 살아가며 겪는 혼란, 엄마에게 이해 받지도 못하고 엄마는 일하느라 늘 바쁘고. 빌런 조부 투파키는 세상이 부질없다고 느끼기에 베이글 블랙홀로 세상을 다 빨아들이고, 자신도 사라지려 한다.(영화속에서 돌이된 조부 투파키는 절벽으로 떨어지려 한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영화를 정신없게 만들더니 결국 가족으로 봉합하는 마무리도 별로. 세상에 대해 부정적이고 지칠대로 지친 딸이 엄마의 솔직한 마음과 사랑을 고백받는다고 해서 바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고? 글쎄다. 어떤 가족에겐 거리감이 필요할수도 있고, 거리감이 필요한 시기도 있는데, 무조건 가족으로 봉합하려는 그 결말이 너무 안이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