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시즌2
어색한 동행(그림일기)
지난 금요일, 소장님과 단둘이 점심을 먹었다. 소장님에게 충성하는 김대리는 경기도에 볼일이 있어 출근 안했고, 진석이 형님과 권주임은 일이 늦어져 밖에서 먹는다고 했다. 차장님께 고메밀면 같이 먹지 않겠냐고 소장님은 연락하셨지만, 따로 드시는 모양이었다. 소장님이 몇번 들렀다던 북정에 킹콩 부대찌개에 갔다. 소장님과 김대리, 권주임 세명이 같은 편으로 빌런역을 맡았었다. 소장님 오른팔인 김대리가 곧 나가면 힘의 균형을 이루게 될 거 같다. 권주임은 우리쪽으로 살살 넘어오는 거 같고. 한때는 사사건건 꼬투리가 잡히면 나를 혼내는 소장님이라 노이로제가 걸릴뻔 하기도 했었다. 우리 사이가 가까운 편이 아니다보니 어색한 동행이 되었다. 나도 이런저런 말을 자꾸 걸고 친해보려 노력했다. 평상시 점심을 두그릇 이상 먹는 걸 본 적이 없었는데, 이 날 소장님은 공기밥을 두개나 드셨다.(무료 리필이라 그런가? 먹는 시간이 어색해서 두 그릇 먹은 걸까?) 내색 한번 안하더니, 부대찌개를 좋아하시는 걸까? 김대리가 그만두고 나면 어찌어찌 친해지며 지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