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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청을 들으시는 할머니(그림일기)

그림일기 시즌2

by 박조건형

환청을 들으시는 할머니(그림일기)


(외)할머니가 환청을 들으신지는 몇년 되었다고 한다. 몇주전 울산독서모임에 미리 가 있는데, 할머니로부터 몇번 전화가 왔다. 할머니는 귀가 잘 안 들리시는지라 전화로 소통하기가 힘들고, 누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자꾸 하셨다. 대화가 되지 않으니 내 목소리만 높아지다 전화를 끊었다. 지난 금요일 화물차 운전을 하고 있는데, 이번엔 동생에게서 몇번 전화가 왔다. 할머니가 치매같아서 병원에 검사 받으러 왔는데, 우리 엄마(할머니에겐 자기 딸)가 죽었다고 영아(내 이름이 건형이라 ‘영아~’라고 부르신다)가 1층에 와있다고 자꾸 말씀하셔서 내게 전화해 할머니를 바꿔준 것이다. 일상생활은 가능하시긴 한데, 환청, 망상이 몇년전 부터 있으셨다. (여)동생이 엄마랑 살고 있고 프리한 일을 하다보니 자주 할머니와 시간을 보내곤 했다. 지금은 외삼촌 집에서 같이 지내시긴 하는데(이혼 하셨고 사춘기 아이둘이 있다), 자꾸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자주 집을 나가신다고 한다. 그래서 동생이 한번 경찰서에 할머니 지문을 등록시켰다고 했다. 일단 검사 결과 나오고 나서 이야기 하자고 했는데, 하루종일 할머니를 누군가가 케어할수도 없고, 만약에 안되면 요양병원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현실적으로 말했다. 할머니 연세가 97세이니 치매나 환청이 특별한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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