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살아남은 카페들:생존 중인 카페 열두 곳에 던지는 질문(조대호 지음)
내가 읽었던 자영업(카페, 빵집, 책방 등등)을 다루었던 책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책이다. 생존중인 가게 열두 곳을 다루었는데, 한 가게마다 40페이지 분량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운영하고 가게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이고, 어떤 철학을 가지고 운영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어떻게 고민하고 해결하는지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질문과 답변들이 담겨 있어 자영업 운영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있는 곳은 울산 책빵 자크르이다. 4~5년째 운영되는 곳인데, 이 곳이 언제까지 운영될지는 모르나 그때까지는 즐겨 찾을 곳이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은 일단 그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이 마음에 들어야 하는 점이 첫째다. 종종 들리다가 사장님과 친분을 쌓고 그러다가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고 어떨땐 깊은 대화도 나눌수 있는 친밀도와 관계성.
포항의 어느책방은 책방으로써 꽤 긴 시간을 운영중인 생존책방이다. 양산에서 책방까지 1시간 30분 거리라 멀지만, 만약에 사장님이 나랑 맞는 스타일이었다면 그곳도 종종 찾았을지도 모른다. 다양한 독립출판물과 기성출판책을 취급하고(내 취향책들이 많음) 음료도 판매하고 오래 머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은 마음에 들었으나(수업을 한적도 있고 전시도 했었다) 몇번의 방문에도 사장님과 그렇게 쉽게 가까워지기가 어려워 내 관심에서 지워졌던 공간이다. 성실하고 꼼꼼하시기는 하지만, 금방 친해질수 있는 성격의 사장님은 아니라 내게는 티키타카가 어려웠던 사장님으로 기억한다. 물론 그 책방을 애정하는 그에 맞는 손님들이 지금도 여전히 그 공간을 찾을 것이다. 그러니 10년정도를 책방을 운영하실수 있겠지.
나는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라 하더라도 그 공간의 운영자가 행복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본인의 의지로 자유롭게 그만두라고 말하는 편이다. 내가 애정하는 공간은 나는 늘 새롭게 찾을 것이니 내가 갈 공간이 없어진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다만, 내가 애정하고 사랑하는 그 공간의 사장님이 공간을 운영하든 공간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든 자신의 행복함과 만족감이 큰 일을 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나랑 맞는 공간들을 탐험하듯 방문하고 나랑맞다고 생각되면 종종 들리는 것은 여러 연결망을 만들고 싶은 내 욕구이기도 하다. 사람은 혼자 사는게 아니고 자꾸 연결되면 연결될수록 안정감을 느끼게 되고 그 연결망을 통해 생각지도 않게 일적으로 의뢰를 받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하는 순간이 언젠가든 있을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에 대한 탐험과 탐방이 즐거워서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더 넓게 보면 나이들어서도 잘 살고 싶은 생존욕구까지 확장된다. 그렇다고 많은 관계망을 문어발처럼 어장관리하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선택과 집중. 애정하는 관계, 애정하는 공간에 집중하는 편이다.
<살아남은 카페들>은 대부분 카페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제과를 하거나 선술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나도 한때 그림과 관련된 일로만 지낸적이 있다. 일상드로잉 작가로 4년을 살았다고 말하는데, 어반스케치나 드로잉을 전업으로 하시는 작가님들이 드물게 몇 분 계시기는 하다. 제주에 계시는 리모작가님이나 지니작가님, 90그램 작가님. 그리고 화실을 운영하며 그림작업을 하시는 분들도 있다. 전업 작가로 살때는 드물게 드로잉 수업이 있었고, 가끔 강연을 하는 정도여서 수입도 많지 않고 불규칙적인 수입이었다. 거기에 내 우울증도 종종 깊어지기도 했고, 코로나까지 덮쳤던 시간. 코로나 기간이 길어지고, 온라인수업으로 전환을 고민하고 방법을 연구했어야하는데 우울증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거의 누워만 있었다. 우울증이 너무 심해져서 어떤 루틴이 있어야 생존하겠다는 절실한 생각에 잔업없고 주말에 일하지 않는 근무시간이 길지 않는 것을 우선조건으로 두고 이력서들을 넣었고, 운좋게 지금 직장에서 5년차 일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지금 하는 화물차 운전일이 너무 잘 맞고 재미있고, 혼자만의 시간도 많고 그 시간을 그때그때 잘 활용해서 만족하고 있는 직장이다. 기본적인 수입이 있다는 안정감은 크다. 그렇다고 그림쪽 수업이나 강연이 갑자기 다른 전업 작가님들처럼 많아지길 기대하지 않는다. 올해는 그냥 내가 그림을 다양하게 시도해보고 실험해보고 집중하는 시간으로 가지면서 가끔 주어지거나 내가 만들어보는 그림 수업을 해볼려는 생각정도이다. 사람들은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그 댓가가 있다. 자신에게 필요한 수입규모가 어느정도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일을 하거나 돈을 벌려고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즐겁게 하는 화물차운전 직장은(빌런 동료를 버틴 3년의 시간이 내겐 큰 공부의 시간이었고,그 시간을 적극적으로 버텼다는 사실이 내 자존감을 높여주었다) 내게 큰 안정감을 주고 그 안정감속에서 나는 다양한 딴짓을 시도해보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흔들리는 사람들에게는 응원을 보내고 그러면서 알게된 관계망을 통해서 또 멋진 사람들을 아는 즐거움으로 재미나게 살고 있다. 그림 그리는 재미못지않게 책을 읽고 세상을 보는 시선을 넓히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고 소통한는 즐거움이 참 크다. 100일프로젝트 49일째인데, 슬슬 딴걸 하고 싶은 마음들이 슬금슬금 올라온다. 내일 올릴 그림 그러야하는데, 독서를 하며 딴짓중이다.
<살아남은 카페들>은 자영업을 생각하거나, 운영중이거나, 무언가를 오래 하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철학들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