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증명과 변명: 죽음을 계획한 어느 청년 남성이 남기는 질문들(안희제 지음)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기획이 위험해 보였다. 저자와 책속의 인터뷰이 우진은 오랜 친구관계이고, 우진이 자신이 생각한 바를 이루지 못하면 스스로 죽겠다고 계획한 청년이다. 나가는 말에서 저자는 우진이 죽었는지 죽지 않았는지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한번 생각을 해보자. 일단 만약에 우진이라는 친구가 죽었다면 저자는 자살사별자이다. 지인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있다면 큰 트라우마가 된다. 그런데, 그걸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고 혼자서 감당한다고? 친구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크지 않을까.
두번째로 우진이 아직 죽지 않았다면, 우진은 지금 상당히 위험한 심리 상태이며 개인상담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어떤 방식으로든 충분한 수용의 경험을 받아야 하는 상태다) 책은 우진과 연애, 수능, 주식 등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수능을 5수까지 하는게 평범한 일은 아니다. 우진은 어떤 기준점 이상을 이루어야 자신의 존재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한국사회의 경쟁주의 논리와 남성은 강해야 한다는 논리때문에 우진이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추측하지만, 가장 큰 영향력을 주는 부모의 이야기는 책속에 등장하지 않는다. 부모의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우진과 부모의 관계를 상상할 수는 없다. 우진은 충분히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수용받은 경험이 없는 것 같다. 연애를 못한 것도 깊은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본다.
우진은 주식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코딩으로 자기가 생각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하면 죽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주식에 대해서 잘 모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임금노동으로 돈을 벌어본 경험도 제대로 없고(알바일은 해봤지만) 오직 주식에 올인하는 점이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 주식을 하더라도 직장생활을 안정적으로 하며 부분적으로 주식을 해야한다.그리고 주식을 가르켜 주는 스승이라는 사람도 우진을 가스라이팅 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기 가족에겐 좋은 사람이면서 자기가 생각하는 기준에 우진이 다다르지 못하면 엄청난 폭언을 쏟아붇는다.
사회에서 말하고 있는 어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살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우진이 안타깝고 슬프고 걱정된다. 우진은 살아오면서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았을까. 받지 못했을것 같다.(충분한 사랑과 수용을 받는 존재가 꼭 부모일필요는 없지만) 사회의 남자다움의 기준, 부모의 기준을 내면화 했기때문에 삼수를 하고 대학을 갔지만 5수까지 준비하다가 결국 공부로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주식과 코딩에 올인하고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죽겠다고 하고 있다.
20, 30대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감과 여성들에 대한 적대감을 이해하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이런 형식의 기획으로 독자에게 이야기해 보자고 제안하는건 적절하지 않는 것 같다.(윤리적 문제가 아니라, 내가보기엔 두 사람이 위험해 보일수 있는 지점 때문이다) 우진이 만약에 죽었다면 저자도 위험한 상태이고, 우진이 안죽었다면 어떤방식으로 치유적인 접근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일단 무사이에서 북토크가 잡혀있어서 신청은 했다. 어떤 이야기를 들을지, 우리가 어떤 논의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가보려고 한다.
대학을 못가면 패배자이고 좋은 대학을 못가면 실패자인가? 누구는 대학을 중퇴하고도 자시 삶을 살며 사람들과 관계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왜 어떤 이들은 그런 경쟁논리를 내면화 해서 기준에 다다르지지 못하면 스스로 실패자라고 여기는 걸까.
실패한 삶이란 없다. 못하는 어떤 부분이 있더라도 그 못함을 가진체로 우리는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증명과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