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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좌절의 시대(장강명 산문)

책리뷰

by 박조건형

미세 좌절의 시대(장강명 산문)


북토크가 있길래 사서 읽어보고 있다. 장강명 작가의 책을 읽어본 것은 소설 <표백> 말고는 아직까지는 없다. 그런데 나는 이 산문이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150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한개의 글도 와닿는 글이 없다. 그게 왜일까 생각해 봤다. 장강명 작가는 기자 출신이다. 이 책은 여기저기 신문 잡지에 쓴 칼럼을 모은 글이다. 그런데 내가 느끼기엔 이 글들엔 연루됨이 없다. 여러 사회현상을 다루며 회의적인 시선으로 이렇게도 생각해보고 저렇게도 생각해보자고 의제를 던지는 것 같긴 하지만, 내가보기엔 자신이 독자에게 던지는 의제에 본인은 크게 연루되지 않은 것 같다.


대안을 제시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런관점도 있지 않나 저런관점도 있지 않나 끊임없이 제시하기보다는 어떤 관점의 입장을 좀더 파고들어서 썼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연루되지 않았다는 건 작가는 저멀리 떨어져서 자신과 연결됨 없이 그 현상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뻔한 글이 되거나 하나마나한 글이 되거나 알맹이가 없는 글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연루됨이 자기노출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가 꼭 자기 노출을 해야한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자신이 던지는 의제나 이야기에 대해서 좀더 깊게 자신과 연결되서 사유해야 하는것 아닌가 싶다. 깊지 않은 사유를 칼럼에 여기저기 썼다는 것은 수십권의 책을 낸 저자로써 안일한 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과 연결되서 사유하지 않으면 독자도 자신과 연결되어서 사유하지 못한다. 그러니 남의 일처럼 나와 상관없는 일처럼 피상적으로만 생각하게 만든다.


장강명 작가의 책이 집에 몇권 더 있는데, 다른 책을 더 읽어보고 작가에 대해서 판단해야겠지만, <미세좌절의 시대>는 내게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책이다. 유명세에 비해서 말이다. 비교하긴 그렇지만, 장일호 기자님의 산문 <슬픔의 방문> 그런 지점에서 반대로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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