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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성찰

우울증 이야기

by 박조건형

오늘의 성찰


요즘 화물차 운전하면서 “앤드쌤의 사랑방” 유튜브를 많이 본다. 심리상담전문가 앤드쌤의 사랑과 관계에 대한 영상들이 많은 채널이다. 나에 대해서, 타인에 대해서, 관계에 대해서, 원부모와의 관계에 대해서, 나의 취약점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강추하는 채널이다. 구독자가 10만채널이니 관계와 사랑이 어려운 20대 30대들이 많이 보는 채널 같다. (40대 50대들도 자신에 대한 탐구가 나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운전하면서 어떤분의 사연에 앤드쌤이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와서 운전하며 꺼이꺼이 펑펑 울었다. 내담자가 어린시절의 자신이 참 외로웠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내 어린시절을 생각해 보았다. 나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별로 느낀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중학교 2학년부터 고3까지 그 아이가 내 방안에서 누워만 있는 그 순간이 떠올랐다. 엄마는 존재하지만, 초등학교 선생님이라 퇴근하고 나면 지쳐서(내향적이고 체력이 약해서) 파김치가 되어 누워 있었고, 아버지는 늘 부재했었다. 내 주위엔 아무도 나를 돌봐주는 사람이 없었다. 주양육자가 외할머니 였는데, 외할머니는 손자의 기본적인 욕구만 충족해주었을뿐, 관계적인 욕구를 채워주신건 아닌거 같다.


나는 어릴적의 기억이 없다. 초등4,5,6년때가 기억날뿐인데 그것도 세번다 선생님한테 개기다가 혼난 기억뿐. 왜 어린시절의 기억이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엄마의 따뜻함, 아버지의 따뜻함, 할머니의 따뜻함에 대한 기억이 없다. 내 우울증 증상은 중2부터 고3까지 진행되었지만(그때 당시는 우울증인지는 모르고 그냥 학교 마치고 오면 내 방에만 누워 있었다. 주말에도 누워있고, 방학때도 내방에만 있었다.) 아버지의 대순진리회 종교때문에 이사를 가기전에도 나는 부모아 할머니의 돌봄을 충분히 받은 기억이 전혀 없다.


중2때 이사를 했을때부터 나의 우울증이 시작되었는데, 아침에는 애써 힘을 내 학교에 가서 공부도 하고 애들과 어울렸지만, 방과후에는 늘 집으로 직행 이불안에 누워만 있었다. 워낙 무기력하게 숨고만 싶어서 외롭다는 감정도 느끼지는 못했지만, 그 아이는 내방안에서 혼자라는 생각에 얼마나 세상이 망막하게 느껴졌을까. 그 생각을 하니 그 아이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생각에 펑펑 눈물이 났다. 아버지의 따뜻한 품도 나는 모르겠고, 어머니의 따뜻한 품도 할머니의 따뜻한 품도 나는 경험해보지 못한 거 같다.


그리고, 저녁에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달리며 ”앤드쌤의 사랑방“을 또 보는데, 그래서 30대 시절부터 나와 맞는 사람을 찾아 여러공간을 찾아다니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나랑 잘 맞는 사람이다 싶으면 그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그 관계를 이어가려고 노력했다. 그 애씀의 시간들이 그게 다 사랑받고 싶어서 그랬구나 싶어 울컥했다. 그런데, 헬스장이라 오전에 처럼 펑펑 울지는 못하고 울음을 참았다.


어린시절부터 20대까지 참 외로웠겠다 싶었다. 그리고 30대부터는 이런 나로써 살아가기위해 관계를 만들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던 시간이 길었다.


그런 나였는데, 그래도 지금은 그 누구보다 만족하고 행복하고 즐겁게 살고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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