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시즌3
납작 엎드리기(그림일기)
1년전에 보낸 <좋은 사람 자랑전(가제> 원고가 저번주 월요일 메일로 도착을 했다. 1년전에 시간에 쫓겨 마음에 안들지만, 어째어째 원고를 보냈었는데, 드디어 편집본 1교가 왔다. 그런데, 일주일 내내 원고가 써지지 않았다. sns상에 그때그때 나의 일상과 생각을 쓰는 것과 한 호흡으로 내용이 겹치지 않게 책 한권 분량의 책을 쓰는건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라 글이 써지지 않았다. 1년 혹은 1년 반 전에 쓴 내용이라 수정해야할 곳도 많아서 원고의 반이상을 새로 써야 했고, 원고량도 많지 않아 추가 에피소드도 더 채워 넣어야 했다. 가슴에 돌덩이가 앉아 있는 것 같은 1주일이었다. 짝지에게 답답함을 털어 놓기도 했지만, 개운하진 않았다. 화물차 운전을 하며 가상의 내 개인상담쌤에게 상담을 청했다. 내가 내담자가 되고, 내가 상담자가 되어 대화를 깊히 나누었다. 원고쓰기의 답답함 + 다른 부분의 답답함이 얽혀 있어서 상담쌤 앞에서 이야기하며 많이 울었다. 내가 지금 힘든 부분들이 어떤 것들인지 어떤 문제들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 파악을 하고 힘든 감정을 쏳아내고 나니 가슴에 얹힌 돌덩이가 시원하게 사라졌다. 그날 저녁 카페에서 원고 작업을 하는데 글이 술술술 써졌다. 여름에 취약한 편인데, 이제 여름이 길어져서 5월부터 9월까지도 납작엎드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납작엎드려 일상을 단순하게 만들고 2~3주 원고작업에 집중하고 퀄리티 있는 그림작업도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그려봐야겠다. 납작 엎드려 이 여름을 지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