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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괜찮을까: 오늘도 고립의 시간을

책리뷰

by 박조건형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괜찮을까: 오늘도 고립의 시간을 살아가는 여성 청년들(안예슬 지음)


우울증을 오랫동안 경험했다보니 고립의 경험을 잘 안다. 그래서, 내게는 사람들이 고립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과 연결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심리적으로 환경적으로 위축되어 있을때는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여성청년들의 고립을 담고 있다. 일자리를 금방 구하지 못하고 구직 기간이 길어질때 고립을 경험할 수 있다. 직장에 취직을 하더라도 계약직이거나 비정규직이라서 미래의 안정을 기약할 수 없는 직장에서도 고립을 경험한다. 콜센터 같은 경우도 근무여건이 좋지 않다보니 자주 바뀌는 동료들과 대화를 통해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없다. 하루종일 혼자 일해야 하는 알바의 경우도 일은 하지만 고립상태일 수 있다. 저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도 나온데다 정규직 직장에도 5년 정도 다녔었지만, 실업상태가 길어지면서 고립된 자신을 인정할 때가 있었다. 석사논문을 여성고립청년으로 정하고 10명의 여성청년을 인터뷰하고 책으로 묶었다. 직장은 다니지만 폭력적인 분위기의 원가족과 함께 지내는 경우도 고립을 겪을 수 있고, 원가족과의 사이가 안 좋지만 당장 분리될 수 없는 상황에도 고립을 경험한다.


여성 같은 경우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 안되고 자신의 힘듦을 내색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회적 억압을 내면화 했기에 혼자서 감당하려다 더 힘들어지고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 스스로의 노력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고, 함께 했기에 가능한 지금의 안정이다. 그래서 자꾸 연결의 감각을 키우고 확장하려고 한다. 나의 삶이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연결로 다가갈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책을 읽고 사람들을 만나고, 공통점이나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연락을 해 본다. 물론 연결만이 정답도 아니고 당사자의 삶은 당사자가 감당해야 한다는 걸 안다. 그래도 고립보다는 연결이 낫다.


고립된 사람들이 좀 더 쉽게 도움을 청할수 있길 바라고, 사회도 그런 고립된 이들을 적절한 방식으로 도울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진 사회로 변해가길 바란다. 그럴려면 아픈 사람들이 아프다고 이야기 해야하고, 안예슬 작가님처럼 자기의 목소리로 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말을 수집해 대신 표현해주어야 한다.


내 생애 주기에서 고립의 시간은 언제였나 한번 떠올려보고 그 시절을 어떻게 버티고 지나올수 있었는지 생각해보고 이야기 나누었으면 좋겠다. 나는 지금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그 연결의 질은 어떠한지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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