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그때도 틀리고 지금도 틀리다(홍승은 에세이)
청소년을 위한 시리즈로 낮은산에서 나온 책이다. 청소년들만 읽을 책도 아니다. 우리 어른은 그 시절을 어떻게 보내었나 생각해 보았으면 싶다. 그리고,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잔소리하는 꼰대 어른은 아닌지, 청소년들의 고민과 불안, 그리고 기쁨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어른은 아닌지 보았으면 한다.
청소년시절이 가장 좋다는 어른들의 말을 정말 싫어한다. 사고 싶은 것도 맘대로 못사고, 조금 큰 결정은 부모의 동의나 허락을 구해야 하고, 연인과 섹스도 부모 몰래 해야하고, 많은 시간을 학교에 얽매여 있고, 자신의 미래가 어떠한지 전혀설계하지 못하는 데서 오르는 걱정과 두려움이 가득한 10대가 가장 좋을 때라고? 웃기시네. 당신은 그때 정말 행복한 청소년기를 보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러지 못한 청소년들이 많다는걸 잘 모르지? 관심도 없지?
승은님은 그나마 읽기와 일기로 그 시절을 버텨왔지만, 나의 중고교시절은 아무것도 기억나는게 없다. 중고교 친구도 없고, 학교 외의 시간은 항상 내 방에서 누워만 있었을 뿐이다. 그렇게 내방으로 도피만 했으니 그 시절을 버티긴 했다. 중고교 시절에 경험한 것이 전혀 없으니 20살 성인이 된 후가 너무 힘들었다. 하나도 할줄 아는게 없는 아이가 어른이 된 상황. 그래서, 조금만 힘든 상황이나 과제 앞에서 늘 무기력과 우울증으로 도망치는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나는 곧 50을 바라보는 지금의 나이가 내 인생의 가장 황금기인 것 같다. 제일 행복한 시기를 살고 있다. 다만 이 안정감과 행복감과 충만함을 나만 누리고 살기엔 미안하다. 좋은 어른이 되려고 노력하는 요즘이다. 10대들이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을수 있도록 충분히 탐구할수 있으면 좋겠다. 그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그 감정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막연한 두려움속에서 나아갈 방법을 함께 모색해 보고 싶다. 그들에게 필요한 적절한 질문을 던지며 그들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찾도록 응원하고 싶다.
대학안가도 되고, 돈을 적게 벌어도 되고, 비혼이어도 좋고, 딩크족으로 동거하며 살아가도 좋다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도전 좋아하고 성취좋아하는 친구들은 그들대로 살면되고. 승은님처럼 나도 소외된 친구들에게 마음이 간다. 물론 청소년이 양육자에게 경제적으로 물리적으로 종속된 사실은 현실적으로 인지를 하게 하되 그 안에서 자신이 가능한 만큼만 탐험하면 된다. 부모가 보수적이라면 부모에게 모든 걸 털어놓지 않아도 된다. 내가 경제력이 생길때까지는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양육자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건 현실이다.
20대 초반까지 여성과 대화를 하는 것도 어색해 했고, 은행에 가서 돈을 찾는 법도 몰랐다. 전화 통화를 하는건 내게 공포여서 무슨 말을 할지 다 생각을 하고 준비하고 전화를 했다. 아무 목적없이 전화하는건 상상할수도 없었다. 전화 통화중 흐르는 정적이 미칠거 같았다.
중학교 2학년인 아이가 성장하지 못한고 40대 초반까지 함께 했다. 최근에 그 아이는 잘 성장해서 대학생이 되어 자유롭게 많은 경험을 하며 즐겁게 삶을 누리고 있다.
나는 청소년들을 만날 일이 없고 그들의 현재 모습을 잘 모른다. 그런데 그들을 자주 만나보고 싶다. 그들이 하는 생각을 듣고 싶고 그들의 관심사를 알고 싶다. 그래서 주변에 10대 20대 들을 만나고 싶다고 떠벌리고 다닌다.
낮은산 출판사에서 나온 이 청소년 시리즈들이 괜찮은 책 같다. 청소년시절의 승은님이랑도 조금 친해진 것 같아 반가운 에세이였다. 청소년기의 방황과 불안과 탐험을 옆에서 잘 지켜보고 견뎌주는 어른들이 많아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