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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 죽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릅니다: 자살 사

책리뷰

by 박조건형

아직 이 죽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릅니다: 자살 사별자,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김설 지음)


김설님은 엄마랑 산티아고를 걷는 중에 오빠의 부고 소식을 듣고 갑자기 귀국을 했다. 김설님이 28살, 오빠는 서른살. 서른살에 과로로 자살을 선택했다. 유서에는 과로에 관한 내용이 없지만, 블로그나 평상시 말속에는 일이 힘들고 쉬고 싶고 출근하기 싫다는 흔적들이 많아 충분히 과로사로 볼 수 있는 흔적들이 있었다. 엄마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길 원하지 않으셨고 김설님도 지금도 일상을 지탱하기가 힘든데, 유서에도 없는 과로사를 가지고 회사를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어서 소송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1년 반 정도 지나고 나서 자신이 너무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상담을 통해 괜찮아진건지 확인을 하고 싶어서 상담을 받는다. 우울증 정도도 일반인 보다 경미한 수준이라는 말을 듣는다. 자조모임에 가서 자신의 차례에 이야기를 하는게 괜찮을줄 알았는데, 이야기 시작과 동시에 눈물이 나고 말을 잇지 못했다. 오빠를 잃고 난 후에도 그 사건을 많이 이야기 했었고, 글로도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많이 써버릇했기에 괜찮아 진 줄았지만, 오빠를 잃은 슬픈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자살사별자들이 늘 슬프고 어두운 것만도 아닐테고 빛나고 행복한 순간들도 있을 것이다. 다만 사건이 일어나기 전으로 돌아갈수는 없을 것이다. 늘 자신감 넘치게 프리젠테이션 하던 동료의 손목에서 자해흔을 발견하는 장면이 있다. 큰 아픔을 경험한 사람의 눈에는 타인의 그런 아픔의 흔적들이 눈에 들어오는 법이다.


오빠는 프라모델 조립하는 걸 좋아하고 성우학원에 다니며 일본 애니메이션 더빙하는걸 좋아하는 덕후였다. 맛집을 찾아다니고 일본에 워킹홀리데이를 하는 것이 버킷리스트였던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우울증이 있었던 사람이 아니고 과로로 인해 자신이 힘든 것을 시스템이나 회사의 책임으로 묻지 않고 개인의 책임으만 스스로 물었기에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찬란하던 한 사람이 기업의 장시간 노동과 스트레스로 인해 사라졌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고 슬프면서도 화가 난다.


김설님은 그나마 빨리 오빠의 죽음을 돌아보고 애도하는 작업을 다양하게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번씩 생각이 나고 마음이 힘들때도 있겠지만 김설님도 자신의 삶을 씩씩하게 잘 살아가시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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