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고 사랑하고(현요아 지음)

책리뷰

by 박조건형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현요아 지음)


요즘 자살사별자들이 쓰신 에세이 책을 여러 권째 이어 읽고 있다. 21년에 쓰신 현요아 작가님의 <제주 토박이는 제주가 싫습니다>를 읽은 적이 있다. 여행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여행을 갔을때 문득 여행지에서 일상과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었다. 몇일 머무르는 여행객들에겐 즐겁고 설레이는 곳이지만, 그곳에서 늘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그곳이 지루하고 심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래서, <제주 토박이는 제주가 싫습니다>라는 제목에 흥미가 생겨 읽었다.


우연히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 책을 읽었는데, 자살사별자를 다룬 이 책의 저자가 같은 책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무척 반갑고 신기했었다. 작가님의 여동생이 22살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버지는 가정폭력을 일삼았고, 어머니 또한 살아온 세월이 녹녹치 않아 불안정한 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세명의 형제들이 다들 따돌림과 우울증을 안고 있었다. 자식을 잃은 슬픔도 크겠지만, 막내 앞에서 자주 자신도 죽겠다는 말을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얼마나 막막하고 복잡한 감정이 들었을까. 자살 사별의 내용만으로도 쉽지 않은데, 책속에는 우울증과 조울증, 불안에 대한 이야기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책 다음으로 쓰신 책이 <내가 너무 싫은 날에>인데, 불안하고 예민한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서 스스로 터득한 처방전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서 이어서 읽어보려고 한다.


우울증도 그렇고 자살사별자가 받은 충격과 상처는 금방 아물수가 없고 오래갈수 밖에 없다.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묻고, 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자주 든다. 우리는 왜 살아야 하는걸까? 회복과 후퇴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과정속에서 삶에 대한 생존법을 천천히 터득해 가야한다.


71p- 쓸모없는 사람은 없어. 왜 그렇게 생각해?(우리가 자주 말하는 그 ‘쓸모’는 누가 정하는 걸까? 도대체 어느정도의 조건이 갖추어 지지 못하면 쓸모없는 사람일까?)


151p- 좋아하는게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에요.(나도 오랜시간 우울증으로 인해 좋아하는게 없는 사람이었다.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좋아하는게 있다는 건 어쩌면 복일수 있다. 나이가 많은 여성들이 아이돌덕질을 하는 걸 보면 오히려 더 반갑다. 좋아하는 것도 재능이니깐. 좋아하는게 없는게 죄도 아니고, 그러면 그걸 화두로 삼아 내가 좋아하는 걸 찾는 것을 목표로 이렇게 저렇게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 된다.)


159p- “어떻게 저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죠?” 라며 소리치는 사람에게 신은 “왜 네게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거라 확신했느냐?”라고 되물었다.(나는 삶은 고통이고 사는게 힘든 일이다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살아오면서 크게 힘든 일이 없었던 사람은 운이 좋았던 것 뿐이다. 다들 각기 나름의 힘듦을 안고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소수성을 가진 다양한 아픔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이제서야 내 우울증의 시간을 관조의 시선으로 볼수 있게 되었다. 물론 자신의 아픈 상황속에 깊게 빠져있을때는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불행하고 제일 아프게 느껴진다는 것을 안다. 그런 사람들에게 너보다 힘든 사람들이 많아라는 이야기는 상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얼만큼 아프고 힘든지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 충분하다)


p230- 사는게 하는 일이 아닐까요(맞다. 그냥 살기만 해도 대단한 것이다. 그러니 우리 뭐 그리 대단한걸 하려고 애쓰지 좀 말았으면 좋겠다. 내가 안정을 찾고 내가 존재자체로 괜찮은 상태가 되면 그 에너지가 바깥으로 돌려지면서 세상에 대해 사람에 대해 관심이 생긴다. 좋아하는걸 찾게 되면 시키지 않아도 즐겁게 열심히 살게 된다. 그냥 살아가면 되는데 그 삶이 심심하고 재미가 없다면 왜 재미가 없는지를 연구하면 된다. 그냥 사는 것보다는 좀 더 신나게 살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면 뭘해야 내가 재미있을지 탐구하고 실험해 보면 된다. 그런 욕구들 조차 없다면 그냥 사는 것으로 충분하다. 사는게 우리가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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