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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2(백세희 에세이)

책리뷰

by 박조건형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2(백세희 에세이)


아주 예전에 1권을 읽은 적이 있는데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고, 내 블로그에도 기록이 없는걸 보면 내겐 특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우연히 2권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2권 내용이 상담 내용을 많이 담고 있어서 구매해 읽어보았다. 우울증을 다룬 에세이들이 많기는 하지만, 상담실에서 어떤 대화들이 이루어지는지 사람들은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런류의 책은 그런의미에서 유의미하다. 그리고, 백세희 작가는 운이 좋은 편이다. 심리분석 개인상담자와 상담을 한 것이 아니라 정신과에서 의사선생님과 길게 상담을 한 것이다. 정신과에서의 상담은 대부분 5분에서 10분정도 길어야 20분이라고 알고 있다. 정신과에서 30분이상씩 상담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상담내용을 녹취하고(녹취하는 것은 동의해주실것 같지만) 책으로 내는데 쓰겠다고 동의해주는 상담선생님들도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책은 자신의 생각 조금, 상담내용을 녹취를 풀어 그대로 옮긴 것, 상담이후의 생각 정리 이렇게 세부분으로 구성되어 반복된다.


이 책은 책 제목과 타이밍과 운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엄청나게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은 호불호가 큰 책이다. 좋아할 분들은 좋아하지만 실망한 사람들은 실망하기 쉽다. 지금은 다양한 부류의 우울증 에세이들이 많이 나와서 그 많은 에세이지 중의 하나정도로 생각된다. 특별함이라면 상담내용을 그대로 담았다는 것. 나는 이부분은 조금 높이 사고 싶어서 이 책의 장점으로 넣고 싶지만, 그외에 이 책이 특별한 책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솔직히 100만이 읽은 베스트셀러라는 홍보문구를 보며 대체 이 작가는 얼마를 벌었을까? 하는 궁금함이 들면서 부러움과 질투는 인다. 왜냐면 작가들이 이렇게 베스트셀러가 되는일은 아주 상당히 드문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만한 책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해 본다. 천만 영화가 많다고 하지만, 그 영화들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봤으니 멋진 영화라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보는 다양성이 부족한 나라에서 영화 안보는 사람조차 천만영화라는 사실에 영화를 따라봤다는 생각이 크다. 한강작가가 외국에서 상을 받았다는 이유로 다시 재조명을 받고 엄청나게 많은 한강작가의 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나는 상을 받은 이후로도 한강작가의 책을 다시 읽지는 않았다. <소년이 온다> 외에는 내가 읽은 한강작가의 책이 나랑은 맞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좋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의 문화적 취향이 이렇게 얄팍한가 싶은 생각이 크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도 마찬가지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제목과 적절한 타이밍과 운과 한국 사람들의 얄팍한 책읽기 취향들이 기가막히게 들어 맞아 일어난 현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상담현장에서 어떤 대화들이 이루어 지는지 읽어보는 것으로는 의미가 큰 것은 분명하다. 상담선생님의 역할은 내담자가 읽어내지 못하는 부분을 읽어주거나 적절한 질문으로 내담자가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백세희 작가는 어릴적에 가난했고, 가정폭력이 있었고 언니의 정신적 학대가 있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현재의 감정과 경험들만 다루고 있고, 어떻게 보면 인지행동적인 치료로 상담자가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 상담자마다 다 다른 철학과 접근 방식을 가지게 마련인데, 나는 그 유년기의 경험을 깊이있게 다루는 상담은 아니어서 아쉬움이 컸다. 물론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면서 느끼는 몸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에 다이어트 강박이나 살찌는 것에 대한 두려움, 타인에 대한 시선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마음을 다르게 먹는 것으로 풀어보려는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여성들이 다이어트 압박이나 몸에 대한 시선에서 자유롭기 까지는 아주 오랜시간이 걸릴수 밖에 없다.


백세희 작가의 세바시 영상도 찾아보고 정신건강센터에서 했던 강연도 찾아봤다. 백세희작가는 2018년에 1권, 2019년에 2권 2020년에 통합권이 나왔다. 그 이후에는 공저로 참여한 책 몇권이 있을 뿐이다. 2024년에 나온 <마음은 여름 햇살처럼>이란 책도 고전속에서 발견한 여성들의 문장을 발췌한 것을 모아둔 얇은 책일 뿐이다. 밑줄 그은 부분을 모아서 책을 낸 것 뿐이다. 발췌를 하고 그 내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경험과 이야기를 따로 적지도 않았다. 얼마나 얄팍한 출판사의 기획인가. 여전히 홍보 문구로는 100만 독자를 사로잡은 백세희 작가 를 써먹고 말이다.


그러니깐 백세희 작가는 글쓰는 근육이 있는 작가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자신의 아픈 경험을 용기있게 적어 한권의 책을 냈는데, 그게 로또를 맞아 대박을 터트렸을 뿐 글을 계속 쓰려는 사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의 후속작이 나오고 글을 계속 쓰고 아니고는 중요하지는 않다. 백세희 작가가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다. 다만,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이유로 글쓰는 근육이 적은 작가를 섭외해서 책을 자꾸 내는 건 너무 얄팍한게 아닌가 싶은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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