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이야기
17년전에 썼던 블로그 글(32살때)
내 블로그에서 뭘 검색하다가 발견한 17년전의 글. 32살때였는데, 우울증이 너무 너무 심한 상태였나 보다. 죽고 싶어하던 그때의 내 마음을 읽어본다. 그래도 죽지 않고 잘 살아남아 지금의 내가 된 것이 참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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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방에 있다. 뛰어내리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몸에 기운도 없고 거친 세상을 헤쳐나갈 강한 의지도 없다. 이력서를 고치고 자기소개서를 수정하는데 직장에 나를 어필할 강한 의욕이 없다보니 직장을 새로 다닐 생각이 갑갑해진다. 떨어지면 끝이다. 끝. 행복도 없겠지만 고통도 없을것이다. 나는 친구도 없다. 나는 혼자다. 가족이 의지가 되고 힘이 되지도 않는다. 나만 빼고 다 잘들 살았으면 좋겠다.
죽고 싶다. 어차피 해봐야 나는 변하지 못할꺼라는 회의적인 생각만 나를 맴돈다. 행복한 했던 시간들이 다 거짓말 같다. 죽으면 여자친구에게도 미안해할 필요도없고, 엄마에게 미안해할 필요도 없다.
내방에서 방문을 잠시 열어두고 있다. 드러눕고 싶다. 나른한 안락속으로 빠져들고싶다. 그런데 잠시 눕는다고 기분이 상쾌해지는것도 아니다. 계속 누워있고싶지만, 누워있다보면 안락한 기분도 금방 사라진다. 옥상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내 방 앞에 베란다 창문만 열어서 뛰어내리면 죽을수있는 충분한 높이다. 세상은 될사람은 되고 안될사람은 안된다. 노력하고 노력해서 되는 사람은 되고 노력하고 노력해도 포기잘하는 사람은 안되고 계속꼬인다. 나도 노력안했다고 할수는 없겠다. 근데, 정말 목숨걸고 치열하게 노력했는가 ? 힘들때 도망가지 않고 이겨내려고 마음 먹었는가? NO다. 32년 나의 생이여. 그대 과연 행복했는가. 엄마와 아버지가 서로 연애결혼해서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고 살았다면 내 모습도 전혀 달랐을까? 화목. 행복한 가정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나는 화목한 우리집의모습이 상상이 안간다. 아니 나만 없으면 엄마와 동생은 나름 열심히 사니깐 걱정이 없다. 물론 나의 죽음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나느냐가 문제겠지. 나는 가능성이 전혀 없을까? 일말의 가능성도 없을까? 삶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데, 내 삶을 다르게 바꿀만한 의지가 나에겐 없다. 여자친구도 잘살겠지? 항상 열심히 살고 공부하고 노력하고 삶을 즐기며 사는 여자친구는 친구도 많고 행복하게 잘살꺼야.
다른 사람 에너지 갉아 먹지 말고 그냥 죽자. 300만원 돈 찾아서 어디 갈까? 근데, 어디가고싶은데도 없고 나에게 돈 한푼 남지 않으면 얼마나 끔찍하고 초라해질까. 아마 더 구제불능의 초라하고 의지박약에 냄새나고 우울한 사람이 되어있을꺼야. 아무도 내 뇌리속에 박혀있는 회의적이고 나는 안돼하는 생각을 바꿀수있는 사람은 없어. 정말 형편없는 사람이 되어서 죽고싶지는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