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전국불효자랑>
좋아하는 작가님이 참여한 책이라 구매한 책이다. 그런데 다른 열두 분의 글도 좋다.
일단 나는 가족이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가족적이다. 가족드라마 이런거 별로 흥미가 없다. 그냥 나랑 다른 세계의 이야기 같아서. <전국불효자랑>에 다양한 부모들이 등장한다. 자녀에게 언어적 정서적 폭력을 행하거나, 가스라이팅을 하거나, 늘 살빼라고 압박을 가하는 부모가 등장한다. 알콜릭이기도 하고 자녀를 방치 하기도 한다. 나도 부모가 되어보지 않아서 쉽게 말할 수는 없는 부분이지만, 그래도 너무 심하게 부모 역할을 못하는 그들을 자녀로서 꼭 이해해야하고 효를 행해야 하는지 나는 회의적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연을 끊어도 좋지 않나 싶다.
사연중에 연락을 끊고 지내던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받고 경찰에게 무연고 처리해 달라는 내용이 있었다. 나도 저자의 입장에 공감하고 나도 그런 상황이 생기면 이렇게 해야겠다 마음 먹었다. 평균 장례비를 검색해보니 1500만원이라고 한다.(내 주변에서 장례를 치른 경우가 없어서 방금 전에 검색해 보았다.) 연을 끊고 지냈고, 부모 노릇도 못한 부모를 왜 장례비까지 치루어 주어야 할까. 나도 아버지의 사망소식이 전해진다면 무연고 처리해달라고 할 생각이다. 그러면 국가에서 공동장례를 치르고 어디에 화장이 모셔지는지 알려주지는 않는다고 한다.
유교적 문화가 아직도 많이 남아서 그럴까. 부모 역할을 너무나도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부모를 미워하는 마음때문에 죄책감을 가져야할까. 책의 저자들과 비슷한 사연을 가진 자녀들이 조금은 더 빨리 부모와의 연도 끊고 거리감을 두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저자가 게이이거나 레즈비언이어서 부모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연도 있었다. 부모가 자녀들이 성소수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때 받아들이기는 무척 힘들겠지. 그런데, 그걸로 우리 너무 미안해 하지 말았으면 한다. 성정체성이라는 것이 내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나도 이놈의 정체성으로 충분히 오랫동안 괴로워 했고 이 정체성을 가지고 한국사회에서 사는 것만으로도 녹녹치 않은데, 부모에게까지 미안해 하지는 말았으면 싶다. 물론 미묘한 씁슬함이나 쓸쓸함은 있을 수 있겠다.
<전국불효자랑2>도 또 나왔으면 좋겠다. 이미 많은 형태의 비정상 가족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TV나 언론에서 다루어지는 가족의 모습은 너무 뻔하고 고리타분하다. 그 놈의 가족의 행복이 뭐라고. 누군가가 참고 누군가가 희생해서 완성되는 가족의 행복이라면 그 가족은 이제 해체 좀 되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부모의 가슴에 대못을 박을 각오를 해야 부모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저자들의 사연은 그래서 귀중한 기록이자 증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불효를 자랑하는 자녀들이 조금은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