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작가의 루틴: 소설 쓰는 하루(김중혁, 박솔뫼, 범유진, 조예은, 조해진, 천선란, 최진영)
일곱작가가 자신만의 루틴에 대해서 쓴 책이다. 직장이라면 대충의 루틴, 하루의 일과, 일주일의 일과를 상상할 수 있지만 프리랜서인 작가들은 스스로 자기 시간을 관리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자기 스스로 시간을 관리하며 최소 10년이상 글쓰는 일을 해온 사람들의 규칙이라는 부분에서 호기심이 있어 구매한 책이다. 일곱 작가의 루틴이 모두 흥미 있었던 건 아니고 몇몇 작가의 글을 몰입해서 읽었다.
건강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았다. 글 쓰는 일을 보통 예술로 생각하지만, 오랜시간 책상에 앉아서 작업해야 하는 작가들은 장시간 노동을 하는 사람임에 분명하다. 오랜시간 같은 자세로 글을 쓰다보면 목이나 허리 어깨 쪽에 탈이 올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장기간 글을 쓰는 노동을 하려면 운동(산책이나 스트레칭 포함)의 절실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나또한 꾸준하게 운동한지 2년반 이지만, 그전에는 운동에 그렇게 관심도 없었고 해야한다는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나는 직장을 다니는 노동자이지만, 루틴을 나를 구성하는 규칙으로 해석해 보았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내 삶 속에 집어 넣고 빼는 과정중에 꾸준하게 하거나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생각해 봤다. 일단 운동을 내 생활에서 가장 중심에 넣고 있다. 몸짱이 되려는 목표도 아니고 바디프로필을 찍을 생각도 없다. 몸이 가벼우면 무기력하거나 우울할때 몸을 움직이기가 조금은 더 쉬운 편이다. 이거 해야지 생각만 하는 것들을 행동으로 옮기기 쉬운 몸이 된다. 일주일에 세번(여름엔 두번)을 기본으로 운동을 가려한다. 컨디션이 좋으면 더 가기도 한다. 울 짝지의 몸무게가 바로미터가 되어서 살이 조금 찌는 것 같으면 유산소 하는 시간을 늘리고 몸무게가 가벼워지면 근력운동을 더 한다. 나이가 들어서 특히 50대, 60대, 70대에는 몸에 남아 있는 근육이 중요하고 필요해지기에 지금부터 성실히 운동하고 있다.
평일중 한두번은 저녁식사를 집에서 하려고 한다. 집에 들어오면 운동가려는 마음이 풀어지기 때문에 회사 퇴근후 바로 운동을 간다. 짝지랑 만난지 16년차 이지만, 오래된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오히려 더 시간과 마음을 할애해야 한다는 점이다. 짝지는 내 소중한 반려자이고 앞으로 죽을때까지 함께 잘 살아가야할 존재이기에 생활적인 친밀감과 신뢰감을 쌓는 것은 평생 노력해 가야할 부분이다. 짝지랑 같이 보는 예능 프로가 세개가 있다. 그걸 같이 보는 시간은 TV보며 이런저런 수다도 떨고 스킨쉽을 하는 시간이다. 4년차 함께 하고 있는 트래킹도 짝지랑 함께 하는 즐거운 놀이이자 운동이다. 짝지도 체력이 좋아지고 몸무게도 줄어들고 건강해져서 내 일처럼 기쁘다.
모든 사람에게 24시간이 주어진 것은 똑같다. 그렇다고 누구보다 그 24시간을 알뜰히 보내려고 너무 애쓰고 싶진 않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24시간이고 매일을 자기계발하듯 보내고 싶진 않다.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는 강박은 무언가를 오래 하기엔 좋지 않은 자세이다. 요즘은 운동을 중심에 두었고, 시간이 나면 집에 엄청나게 쌓여 있는 책을 읽는다. 책속에서 나의 바운더리에서는 만날 수 없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고민을 만나며 인생을 배운다. 그리고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 그림일기를 그린다. 그림일기 하나를 보면 특별한 내용은 없다. 그런데 일상중에 그런 특별할 것 없는 그런 내용들을 손으로 기록해 두는 일이 좋다.(그림일기 수업도 가을부터는 해 보려고 한다) 나를 구성하는 일상에 힘을 실어주고 서사를 만들어주는 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림을 안 그린지는 5개월정도 된 것같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그림을 안 그릴꺼라는 건 아니고 그냥 내 몸은 하나고 내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다보니 지금은 다른 것들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지내고 있을 뿐이다. 웃긴게 한때는 대단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거리를 두고보면 혹은 그것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겐 별의미 없어보인다는 것이다. 내가 루틴속에 무언가를 넣을때 중요한 것은 ‘몰입’인 거 같다. 요즘의 나는 그림 그리는 것보다는 운동할때의 몰입이 더 즐겁다.
과거 2~3년 동안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365일을 에너지 넘치게 보냈다. 그래서 많은 일들을 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요즘의 나는 많은 것들을 하기보다는 두세가지를 꾸준하게 하는게 더 멋진거 같아서 많은 것들을 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도 만나지는 않는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시간을 내서 한번씩 보거나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려고는 한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는 고정되고 좁아지게 마련인데 새로운 관계를 탐구하고 소중한 관계들을 소중히 대하는 태도는 인생의 중후반기를 살면서 중요한 것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설가들의 루틴들을 읽으며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 꾸준하게 규칙적으로 하는 것들을 떠올려 봤고 내가 그걸 왜 꾸준히 하려고 하는지 생각해 봤다. 내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일주일을 어떻게 보내는지,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무엇을 할때 즐거운지 등등을 생각해보면 내 삶에 힘이 실리고 명료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