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영화 <배심원 #2>
믿고 보는 클린트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클린트이스투우드 감독이 1930년생이니 현재 95세 이신데, 대단하다고 밖에 할수 없다. 작년에 상영한 작품이라고 한다. 요즘 영화를 보면 자주 졸거나 보다가 말거나 하는데, 오랜만에 집중해서 본 영화였다.
영화는 미국의 배심원 제도를 중심으로 정의와 진실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다. 어느날 저스틴(니콜라스 홀트)에게 배심원 소환장이 날라온다. 법정에서 변호사와 검사로부터 질문을 받으며 편향되지 않은 사람인지 감정적이지 않은 사람인지 체크를 받고 두 사람에게 통과를 받은 12명이 배심원으로 정해진다. 이과정을 보우 다이어 라고 한다.
재판에 참여해서 사건설명을 듣자마자 1년전에 자신이 그 현장에 있었던 것임을 알게 된다. 술집에서 연인관계인 켄달과 사이스가 술을 먹다가 다투는 과정을 사람들이 목격했다. 저스틴은 알콜중독이 심한 사람이었는데 아내를 만나고 알콜중독모임에도 다니며 4년째 금주를 이어가고 있을때였다. 그때 아내가 유산을 하게 되고 힘든 마음에 술집에 와서 술을 시키고 술잔을 한참을 바라봤던 것이다. 힘든 마음상태이지만 결국 술은 한모금도 내리지 않고 차에 타고 집으로 향하는데 그날 비가 억수같이 많이 내렸다. 켄달과 사이스는 술집밖에서도 싸우다가 비를 맞으며 켄달은 걸어가 버린다. 저스틴은 비가 심하게 오는 밤길에 무언가를 치는데 차에서 내려 확인하지만 무엇을 치었는지는 알수가 없어 노루를 치었나 생각했던 것이다(그 자리에 노루 조심 표지판도 있었다)
저스틴은 켄달을 죽인 살인자가 사이스가 아니라 어쩌면 자신인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대부분 유죄를 말하는 배심원속에서 저스틴은 자꾸 무죄의 가능성을 말하며 다른 배심원들을 피곤하게 한다. 사이스가 무죄이길 바라는 마음은 알겠는데, 그러면 본인의 뺑소니가 들통이 나지 않을꺼라고 믿는 저스틴은 너무 나이브한 것이 아닌가 싶어 좀 답답했다. 내가 저스틴이고 알콜중독에서 어렵게 빠져나와 4년째 금주를 이어가고 있고, 한번 유산을 했던 아내가 곧 출산을 하는데 어렵게 간신히 쌓아온 이 평화를 날려버리려고 하는 걸까 싶어서 좀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살인죄가 없는 사이스를 유죄로 만드는 것에 동조한 양심의 가책은 평생갈수도 있겠지만 내가 저스틴이라면 배심원 사이에서 나는 침묵 했을 것이다.
저스틴의 이런 돌발 행동으로 유죄를 100%확신하던 킬브루 검사는 혼자서 수사를 하며 자신이 틀린 변호를 한 것 아닌가 하는 회의를 한다. 결국은 저스틴과의 대화이후 사이스가 무죄임을 알게 되지만 자신도 침묵했다. 검사장의 자리에 오르지만 마음은 편하지가 않다. 자신이 죄가 없는 피의자를 100% 범인라고 확신하며 참여한 재판을 다시 뒤집는다면 아마 자신의 정치적 생명은 끝날 것이 분명하다. 영화는 저스틴의 아이가 태어나고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을때 킬브루 검사장이 저스틴의 집에 찾아 온다. 서로의 눈을 응시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나는 킬브루가 정치적 영향력과 사람들이 자신에게 가지고 있는 호의를 내려놓지 않는 이상은 자신이 참여했던 켄달 사건을 재수사 하자고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냥 한번 더 저스틴과 이야기를 하려고 왔던게 아닐까.
정의는 항상 이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그 정의 또한 사람들마다 다를 것이다) 진실을 알게되었을때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개인의 상황과 평상시 추구해왔던 가치에 따라 다를 것이다. 영향력이 많은 높은 위치에 갈수록 약자의 입장에 서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생각한다. 약자를 고려하면서도 대중을 배려하는 건 자주 상충하는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들은 늘 사회적 합의를 핑계로 차별금지법을 뒤로 미룬다. 솔직한 마음은 기독교를 비롯한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있는 사람들의 표를 잃을 것이 두려운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 궂이 위험을 감수하고 소수자의 옆에 서려고 할까. 윤석열 정부보다는 낫지만 젠더의제나 소수자 의제에 대해서는 국힘이나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해서 권영국 후보를 찍었었다. 민주당은 늘 최악을 막기 위해서 자신들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소수의제는 항상 뒤로 밀릴 뿐이라서 그들 또한 보수당이라고 생각한다.
엉뚱하게 정치 이야기로 새긴했는데, 나는 내가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나또한 어떤 상황에서 정의롭지 않은 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저스틴이 배심원속에서 침묵하고 자신이 뺑소니일지도 모른다는 진실을 평생 가슴에 묻고 갔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가 끝나고 배심원 제도에 대해 검색을 해봤다. 배심원제도는 몇몇 나라에서만 채택된 제도이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제도이다. 시민이 재판에 참여할수 있는 민주성을 담보로 한다는 점에서 채택하고 있는 것 같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형식들을 도입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그들(판사)만의 재판 그들만의 리그에서 재판이 이루어지고 있다. 배심원제도가 전문성이 떨어지고 잘못된 판단을 내릴수도 있다는 점이 비판을 받지만 그래도 판사들이 시민들 눈치를 보고 권위를 내려놓기 위해서는 배심원제도를 어느정도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는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