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후기
그렇게 죽지 않는다(홍영아 지음)
20년 넘게 방송작가로 활동하신 홍영아님의 글이다. 2013년 12월에 방영된 <KBS 파노라마> ‘우리는 어떻게 죽는가’ 편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죽음이 가까워진 환자(출현자)들을 어떻게든 치료를 받도록 독려했던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죽음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모습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글의 투가 예능피디가 아닌가 싶을정도로(주로 다큐작업을 하셨다) 말장난이 있는 글이라 처음에는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게 다루어야 하는데 이렇게 가볍게 써도 되는가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죽음을 꼭 그렇게 무겁게만 다룰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하면서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을때 대부분 집에서 가족들과 평화롭게 지내다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암을 가진 환자들이 병원의 적절한 도움없이 평화롭게 죽음을 맞을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돌아가시는 10명중에 암환자가 2.7명이라고 하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암에 걸린다. 그러니 누구라도, 나라도, 내 짝지도 걸릴 수 있는 병인 것이다. 특별한 비극만은 아니라는 것이다(물론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는 큰 비극으로 느껴지는 것을 부인하진 않겠다)
요양원과 요양병원, 호스피스 병동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 죽기 직전에 가족들과 마지막 말을 나눌수 있는 임종실이 있는 병원은 우리나라에게 몇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법적으로 꼭 갖추어야할 요건에 임종실이 없다보니 병원은 수익이 나지 않는 임종실을 만들지 않은 것이다. 많은 환자들이 죽음 직전 처치실(급한 처치를 하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작은 공간)에서 가족들과 지인들과 인사를 하기도 하고 그것마저도 마련이 안되는 상황이 많다고 한다. 병원에서 1인실을 권하지만 하루 병원비만으로도 몇십만원이고 바로 돌아가시지 않고 생명이 몇일 더 연장이 되면 그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자택에서 계시다 위급해서 응급차를 불렀는데 그중에 돌아가시면 응급차는 다시 돌아가고 경찰이 와서 자연사인지 타살인지 확인하고 프리랜서 의사에게 의뢰해 사망진단서를 끊어야 그제야 장례식장으로 이동할수 있다고 한다.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라 호스피스병동에 모시지만 요양보호사의 비용(물론 요양보호사가 하는 노동에 비하면 또 꼭 많은 금액은 아니다) 또한 만만치 않아 오래 계실경우 경제적 부담이 커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다시 요양원에 모시게 되면 적절한 진통제 처방이 이루어지지 않아 환자가 끔찍한 고통을 겪기도 한다.
죽음은 예고없이 찾아오고 죽음이나 장례와 관련해서 우리는 알고 있는 것도 없고 고민해 본 적이 없어서 막상 그 상황이 되었을때 경황없이 죽음을 맞고 제대로 고인에게 인사를 전하지 못하기도 한다. 죽음과 관련해서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것을 더 고려해야하고 환자와 가족들의 의견이 충돌할때 어떤 의견을 더 존중해야하는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년이면 내 나이가 오십이고 할머니 연세가 99세, 엄마가 78세이다보니 죽음과 장례에 관한 책에 관심이 많아졌다.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을 잘 돌보고, 잘 이별하는 것도 배우고 공부해야할 영역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