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
노원중앙도서관 북토크 후기
어제 새벽에 자고 있는데 술취한 친구를 데리고 들어오는 무리의 소리가 들렸다. 한 사람이 술이 많이 취해서 어디에 쎄개 부딪히는 바람에 나도 깜짝놀란 시늉을 했더니 부축한 두 사람이 내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곤 술취한 친구를 침대에 눕히곤 자기들끼로 목소리를 낮춰서 영어로 쏼라쏼라 하더니 둘은 내려갔다. 내가 묵은 곳은 7층의 옥탑방 같은 허름한 공간에 침대 비스무리한 거 다섯개를 둔 공간이었다. 외풍이 심해 공기는 차가운 도미토리(?)였다. 이걸 도미토리라고 말해야 하는건지. 한 청년 손님은 이런 숙소는 첨 봤다는 듯이 짜증을 누르는 목소리로 관리자와 통화하고 숙소를 옮기기도 했었다.
새벽에 자고 있는데 술취해 잔 그 손님이 일어나더니 토하는게 아닌가. 한참을 왝왝 거리고 다시 잠을 자는 것 같았다. 내 침대와 좀 떨어진 곳에서 토한 줄 알았더니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니 내 침대 바로 옆자리였다. 토한 자국이 좀 멀리였다면 침대에 앉아 글쓰고 책보며 시간 보내다가 숙소에서 나왔을텐데 토한 자국을 바로 옆에 두고 책읽기가 뭐해 아침 7시 40분에 숙소에서 나왔다. 맥도날드에나 가서 시간 보내야지 하고 말이다. 그런데 여긴 홍대라 그런지 숙소 바로 옆에 열려 있는 카페가 있어서 들어와 글을 적고 있다. 노원에서 11시 반에 지인과의 약속이 있어 이 카페에서 9시 50분까지 시간을 보내다 가면 될것 같다.
어제 잠을 청하면서 담엔 돈을 더 주더라도 조금은 나은 숙소에서 묵어야지 생각은 했었다. 그래도 감사한 점은 코고는 사람은 없었고, 홍대라 그런지 같은 방을 쓰는 사람들이 새벽까지 침대에 들어오지를 않아서 여러번 눈을 뜨긴 했지만, 그래도 9시간은 침대에 눈을 붙이고 잠을 청했다는 점이다.
어제 북토크 하기전에 일찍 노원에 도착을 했다. 집에서 새벽 4시 50분에 일어났기에 북토크 전에 밥이라도 든든히 먹자고 노원역 바로 옆 식당에 갔다. 순대 국밥집이었는데, 뼈다귀해장국 메뉴가 있어 그걸 시켰다. 그런데………뼈에서 살이 분리가 되지 않는거였다. 젓가락으로 살점을 뜯으려고 해도 뜯겨야 말이지 ㅠㅠ 그리고 뜯겨진 살도 좀 질겼다. 가격은 12000원이나 하는데 최소한 기본은 할 줄 알았는데 음식이 뭐이리 형편이 없는지. 그래서 국물에 말아 시래기하고 깍두기랑 대충 먹었다. 계산을 하며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 조심스레 고기가 너무 질기고 뼈에서 떨어지지를 않더라고 말씀은 드렸다. 식당 사장님도 이건 알아야 다른 손님한테 이런 음식을 팔지 않을거 아닌가. 사장님이 다른 메뉴로 해드리겠다고 했는데, 마음도 상했고 다른 메뉴는 또 뭐그리 다를까 싶어서 괜찮습니다 하고 인사드리고 나왔다. 순대국밥이 주메뉴 이다보니 뼈다귀해장국이 냉동실에서 오래 있어 그런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 순대국밥을 시켰으면 좀 나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배가 차지를 않아서 그 옆에 초밥집에 사람이 많길래 들어갔다. 초밥 A세트를 시켰는데, 10500원이었다. 뭐 그냥 그랬다. 배만 채웠다. 그런데 손님이 많고 직원도 7명정도는 되었다. 대체 이정도 맛에 왜 이리 사람이 많은건지 의아했다. 나중에 지인을 만나 음식 이야기를 했더니 서울이 맛없는 집도 많고 맛집도 많다고 했다. 밑에 동네에서는 그냥 아무 식당이나 가도 그래도 최소한은 하기에 역주변 아무 식당에 들어간 거였는데, 음식이 이리 맛이 없다니.
음식도 그렇고 숙소도 그렇고 참…….그랬다.
이제 북토크 후기. 노원중앙도서관에 일찍 도착해서 북토크 장소를 보니 입구 바로 옆 카페였다. 너무 일찍 도착했기에 나는 따로 시간을 보내려고 4층으로 올라갔다. 열람실은 도서관회원증이 있어야 들어갈수 있는 것 같아 못들어가고 3층에 내려오니 복도에 노트북을 사용할수 있는 책상이 한곁에 있어서 거기에 앉아서 그림일기를 그렸다. 내 옆에선 노트북을 켜고 주식을 열심히 들여다보는 어른이 앉아 있었다.
북토크는 참 좋았다. 북토크 전에 김빛날윤미님의 바이올린 공연이 있었다. 나도 대기실에서 연주하는 걸 감상했다. 7살 5살 자녀가 있다고 하셨는데, 자녀들과 함께 오신 모양이었다. 원래 세곡을 준비하셨는데, 반응이 좋아서 객석에서 앵콜요청에 한곡 더 연주하셨다. 도서관 직원들이 기획을 꼼꼼히 해주시고 직원들도 함께 오셔서 많이 들어주셨다. 앞에 윤미님 공연시간이 생각보다는 길어서 내가 너무 길게 이야기 할 필요는 없을것 같아 이야기는 조금 줄였다. 50분정도 강연후 입장하실때 나눠드린 메모지에 자신에게 좋은 사람 한분을 제게 소개해달라며 종이 적는 시간을 5분 정도 가졌다. 몇일 전 부산 미우서재에서 김달님 북토크때 작가님이 10분정도 참여자들이 종이에 글을 적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게 좋아서 나도 따라해 봤다. 도서관 측에서 여덟개의 선물을 준비해 주셔서 질의 응답 전에 손을 들어 자신의 좋은 사람을 소개해주시는 분들에게 선물을 나눠드렸다. 자신의 좋은 사람을 적어보는 시간이 좋았는지 아니면 선물을 받고 싶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서로들 발표하고 싶어하셨다. 요즘은 좋은 사람이 잘 떠오르지 않지만, 과거에 자신에게 좋았던 사람을 떠올려 말씀해 주시는 분도 있었고, 잠시 좋은 사람을 떠올려보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는 분도 계셨다. 그리고 질의응답을 받고 사인을 해 드렸다. 인원이 30명정도 되는 북토크이다보니 청중들의 반응을 나는 잘 체크하지 못했는데, 도서관 관계자분들이 청중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고 전해주셨다. 울컥하신 청중, 눈물을 흘쩍이는 청중. 그리고 자기 돌봄에 서툰 40대 50대 남성들의 반응, 자신이 우울증이 있다고 고백주시는 분, 자기 지인이 딸의 우울증이라 그 딸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를 책에 적어달라고 한 분도 있었다.
북토크가 끝나고는 북토크에 참석해주었던 루니님 커플과 홍대로 이동해 식사하고 차마시며 즐겁게 수다를 떨었다. 아침 4시 50분에 일어나서 움직인 일정이다보니 피곤해서 루니님 설하님과는 일찍 헤어지고 숙소로 향했다. 그런데 숙소는 혼자 조용히 쉬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산만하고 지저분하고 그런 공간이어서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아홉시간 눈을 붙이고 나올수 있어 오늘 일정과 북토크도 잘 할거 같다. 숙소 옆 카페에서 조용히 후기를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