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리더보다 일 잘 맡기는 리더가 돼라
작가는 모리야 컨설팅의 무의식적 편견 연구소 대표이사인 모리야 도모타카이다. 책 앞표지에서는 실무를 꼭 쥐고 있는 플레이어형 리더가 조직에서는 가장 쓸모없다 말하고, 뒤표지에서는 일을 맡기는 데에도 기술이 있다 말한다. "함께 일해서 좋았습니다." 이런 말을 듣는 리더가 되고 싶은가?라고 묻는데, 물론 그렇다. 일을 맡기는 것보다 자신이 하는 편이 빠르다; 일을 안심하고 맡길 인재가 없다; 실패가 무서워서 맡길 수 없다; 일을 맡겨놓고 무심코 참견했다; 맡겨놓은 일을 중도에 다시 가져왔다. 위에서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기술이 필요할 때다라고 하는데 다 너무 내 얘기 같아서 당황했다. 아래 본문 일부와 함께 몇 가지 생각들을 끄적여본다.
"일을 맡겼을 때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을 것이다. "언제든지, 뭐든 상담하러 와도 좋습니다." 언뜻 보면 팀원을 배려하는 듯한 메시지이지만,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언제든지' '뭐든'이라는 말은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그런 연유로 양쪽 모두에 부정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리더의 입장: '분명 언제든지 오라고 했지만, 이렇게 자주 상담하러 오다니 당혹스럽네.' [...] 팀원의 입장: '뭐든 괜찮다고 해서 거리낌 없이 상담했는데, 표정이 어두운 이유가 뭘까?' [...] 이처럼 언제든지 오라는 메시지는 서로에게 불만이나 불평을 만들 수 있다."
꼭 일을 맡겼을 때는 아니지만 학생들에게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다가 좀 후회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 이런 표현들을 자제하고 있긴 한데, 앞으로는 괜히 어설프게 친절한 척하는 말들은 아예 하지 말아야겠다.
"맡긴 일을 망치고 싶으면 떠먹여라. 팀원을 지나치게 많이 도와주거나 너무 빨리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자신의 성격이 고민인 리더도 있을 것이다. [...] 팀원이 벽에 부딪힐 것 같으면 피할 수 있도록 즉각적인 조치를 준비한다. [...] 팀원이 곤란을 겪고 있으면 무심결에 도와주는 편인가? [...] 어떤 경우든 리더가 바로 답을 알려주거나 일을 대신하면 팀원들이 생각할 기회가 줄어들고 리더에게 의지하는 버릇이 생긴다."
학부생들 교육이, 특히나 1학년들은 워낙 떠먹여 주는 교육이 많다 보니 가끔 석박사생들한테도 무심코 그럴 때가 있는 것 같다. 박사생들한테는 정말 혼자 생각하고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내가 자꾸 일을 그르칠까 봐 중요한 생각/고민의 기회들을 주지 않아 온 게 아닐까, 반성하게 된다. 또 학생 신분일 때에 이런저런 작은 실패들을 경험하고 성장할 기회도 내가 별로 주지 않은 것은 아닐까. 이렇게 온실 속의 화초처럼 박사 트레이닝을 받고 나가서 험한 사회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2026년부터는 박사생들을 향한 우쭈쭈나 조언을 하지 말아야겠다. 다른 교수들이나 동료들 대하듯이 본인이 문제성을 느끼고 질문을 하기 전에는 질문은 던지되 답은 주지 않는 식으로 해볼까 한다.
"팀원들이 상담하기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은 맡긴 일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원들이 상담하기 어려울 수 있는 비언어 메시지를 평소 표현하지 않았는지도 이번 기회에 아울러 되짚어 보자. 그리고 하나만 더 꼽자면, 팀원이 말을 걸었을 때 상대를 위축시키는 말이나 표정을 짓지 않도록 유의한다."
박사생 중에 유독 마음에 안 드는 학생 하나가 있었는데 (지금은 좀 나아짐) 그 학생이 이상한 말이나 행동을 하거나 논문을 이상하게 쓰고 있는 것을 보면 표정 관리가 잘 안 되었었다. 표정 관리가 잘 안 되는 것뿐만 아니라 미팅을 하는 중에 내가 기분이 나빠져서 미팅 후에 다른 일이 잘 안 될 정도였다. 그래서 미팅 횟수를 줄여버렸다. 이 마음에 안 드는 박사생과 미팅할 때 새해에는 조금 더 웃는 낯을 하기 위해, 아니면 적어도 썩은 표정은 하지 않도록 조금 더 신경을 써야겠다.
"일을 맡겼는데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자. 그때 원인을 밝히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이 질문의 바탕에 다음과 같은 감정이 없는지 주의해야 한다. 책망하는 마음이 없는가? 어이없다는 감정이 없는가? 분노나 짜증이라는 감정이 없는가? 맡긴 일이 잘되지 않은 것에 대한 이런 감정은 리더의 표정, 말투, 목소리 톤 등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팀원들에게는 리더의 감정이 말 이상으로 민감하게 전달된다. [...] 사람은 질책당하고 있다고 느끼면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다."
박사생들 논문을 읽다 보면, 대체 머리는 어디에다 두고 논문을 쓴 건가 싶게 어이없다는 감정이 들 때가 많다. 특히 마음에 안 드는 박사생이 허튼짓을 하는 걸 보면 조금 더 짜증이 나는 편이다. 그러나 새해에는 항상 웃는 표정, 혹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데 힘써볼 생각이다. 웃는 건 얼굴 근육이 힘드니까 가만히 있는 쪽으로 해보자.
"실적만을 추구하는 리더와 팀원 개개인의 성장을 바라는 리더. 수치나 결과에만 관심이 있는 리더와 개개인에게 관심이 있는 리더. 팀원들은 어느 쪽을 따라가려고 할까? 팀원들의 성장을 위해 일을 맡길 각오가 있는지에 따라 리더의 자질이 드러난다. 각오란 어려움이나 고생이 예상되거나 불안한 감정이 있더라도 한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원래 내 실적보다는 우리 박사생님들의 취업을 위한 이런저런 경험들과 경력들을 쌓아주기 위해 내 연구비를 날리는 경우들이 많은데, 그래서 나를 따라와 주길 바라는 건 아니고, 어서 빨리 졸업하고 나를 떠나 저 멀리 어딘가에서 잘 취업하여 잘먹고 잘살고 학교를 빛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