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사용한 언어에 담긴 차별의 의미
상명대학교 한국언어문화학과 교수이자, 상명대학교 천안캠퍼스 교학부총장인 김미형 교수가 쓴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생각 없이 차별어들을 많이 쓰고 있었나 반성하게 되었다.
"세상에는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많은데, 정권이 바뀌고는 관료 임명을 제대로 못 해서 '절름발이 내각'이 출범한다고 말하는 뉴스 방송을 보면 얼마나 슬플까. 장애는 불편한 것이지 잘못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뭔가 잘못된 상황을 표현할 때 장애에 관한 말을 사용하니 적절하지 않다."
뭔가 잘못된 상황을 묘사하거나 남을 비하하거나 욕할 때 장애에 관한 말을 사용하는 건 정말 나쁜 것 같다. 방송이나 출판 규제를 좀 국가적으로 해줘야 하지 않나 싶다.
"우리 사회는 겉으로 차별성을 뚜렷이 드러내는 언어들 외에, 차별하는 용어인지도 몰랐던 단어들도 발견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남편이 먼저 하늘나라로 간 여자를 '미망인'이라고 불렀는데, 이 말은 '아직 안 죽은 사람'이란 뜻이니 정말 말도 안 되는 단어임을 알게 되었다."
미망인이 이런 뜻인지는 진짜 몰랐다. 앞으로 누가 미망인이라는 표현을 쓰면 꼭 알려줘야겠다.
"처녀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성년 여자를 지시한다. 한자 '처녀'는 머물러 있는 여자라는 뜻이다. 이 단어는 특별히 성 경험이 없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처녀성 같은 단어는 처녀에 성적 순결의 의미를 더한 것이다. '처녀작', '처녀림', '처녀비행', '처녀 출전', '처녀항해' 등에는 처음으로 하는 것 또는 아무도 손대지 않은 것이란 뜻이 있다. 결혼하지 않은 성년 중 유독 여성에게만 순결 이념을 강조하니 역시 차별어로 간주할 수 있다. 처녀작은 첫 작품으로, 처녀림은 원시림으로, 처녀비행은 첫 비행으로, 처녀항해는 첫 항해로 고쳐 쓰면 좋을 것이다."
처녀라는 말도 그냥 없애버리면 좋겠다. '총각'에는 성적 순결의 의미가 별로 없잖아. 총각작, 총각림, 총각비행. 총각 출전. 총각항해 하든가.
"가족 차별어도 있다. 예를 들어 '시댁'과 '처가'라는 말을 흔히 쓰는데, 시부모의 집을 '댁'으로 높이고 아내의 친정은 '댁'보다 존칭의 뜻이 적은 '가'를 붙인다. 그래서 '시댁'도 '시가'로 고쳐 쓰는 경우가 많다. '외가'와 '친가'도 있다. '외'는 바깥이라는 뜻이고 '친'은 친하다는 뜻이니 어머니의 집을 아버지의 집보다 낮추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외가는 어머니 본가로, 친가는 아버지 본가로 부르자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또한 '친할머니'와 '외할머니', '친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에서 '친'과 '외'를 빼고 그냥 할머니와 할아버지로 부르자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이건 진짜 다 같이 시가, 처가, 본가, 할머니, 할아버지 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