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과 심리학으로 들여다본 희망의 과학
작가는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자밀 자키 Jamil Zaki이다. 저자는 공감과 친절을 설파하면서도 스스로는 냉소적인 자세로 인생을 일관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 혼자가 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두운 냉소주의에서 빠져나와 희망찬 회의주의로 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니 작가 본인도 냉소적으로 살아왔으면서 왜 남들더러 그러지 말래? 그리고 똑똑한 대학 교수가 쓴 책이라 그런지 엄청 두껍고 좀 지루하다. 올해 읽은 책들 중에 가장 몰입도 떨어지는 책 top 3에 들어갈 듯하다. 아래 책 본문 일부와 함께 개인적 생각들을 좀 적어본다.
"호구는 매 순간 태어나지만 산전수전 겪다 보면 모든 사람을 선뜻 믿지 않게 되고 결국에는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다."
내 얘기인 것만 같다. 30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정말 호구 같은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나 스스로 말고는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 어둠의 인간 같은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
"누군가 우리 기대에 못 미친다면 실망감이 드는 게 당연하다. 대부분 또는 모든 사람이 그들에게 이익이 될 때만 나선다고 생각하면 섣부른 실망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 감정은 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섣부른 실망은 냉소주의를 구축하도록 우리 감정과 행동을 이끈다."
나 이외의 다른 인간에 대한 기대를 애초에 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없다. 가족이든, 배우자든, 친구든, 긴밀히 일하는 직장동료든, 그 누가 되었든 간에 나와의 관계성을 무시하고 예외 없이 모든 인간들에게 똑같이 기대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가족이니까 당연히 이래야지라든가, 배우자라면 이래야 하지 않나라든가, 친구가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아, 등등의 괜한 기대를 하니까 실망을 하는 거다. 기대를 시작부터 1도 안 하면 실망할 일도 없다.
"인간은 외부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 우리를 해치려고 하는 신호에 당연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우리를 부정적인 쪽으로 치우치게 할 수 있다. 우리는 쉽사리 사람과 맺은 최악의 경험에 집중하고, 이를 기억하고, 여기에 근거해서 사람을 판단하며 그러는 사이 긍정적인 많은 순간이 우리 의식 밖으로 슬쩍 나가버린다."
나는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런가 보다. 내가 날 때부터 이랬던 건 아닌 거 같고, 30 넘어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남의 나라(영국)에 와서 혼자 공부하고 취업하고 어떻게든 잘 살아남아야 하니까, 더 혼자 정신을 단디 차리고 스스로를 지키려는 성향이 강해진 것 같다. 누군가를 만나면 안 좋은 경험들을 기억하며 "이 사람은 과거에 이러했으니 미래에도 이러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분류해 놓고 약간 관찰자처럼 지켜보는 경우들이 많은 편이다. 그렇게 관찰하는 시간이 길다 보니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내 삶이 아주 각박하고 우울하냐면 뭐 그렇지도 않다. 대문자 I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