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5.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

사람을 남기는 말, 관계를 바꾸는 태도

by 성경은

지난 주말 언니네가 왔었는데 언니가 이 책을 읽고 있었다. 작가(이해인)가 자기보다 어린데도 불구하고(작가는 30대고 언니는 내일모레 50임) 아주 훌륭한 깨달음들을 어릴 때 얻었다는 것에 감동하고 있었다. 나도 궁금해져서 사봤다. 아래는 본문 일부와 내 생각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쉽게 말한다.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잖아", "그건 네가 예민해서 그런 거야". 하지만 누군가는 안다. 그 '정도'가 사람마다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자신에게는 아무 일 아닌 것이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나도 한국에서 사는 동안 "네가 예민해서 그렇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영국에서 살면서는 기분 나쁠 일도 별로 없지만, 내가 기분 나쁘거나 거슬렸던 일들을 주변에 얘기했을 때 "네가 예민해서 그렇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다. 전반적으로 한국인들은 좀 더 예민해지고 다정해질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늘 기분이 좋아 보이는 사람을 보면 대단하다고 느낀다. 단순히 '좋은 척'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흐름 자체가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사람들. 에너지가 일정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면을 먼저 찾는 사람들. 그들은 단단한 내면을 지닌 강한 사람들이다."

나도 늘 기분이 좋고 긍정적인 사람을 보면 대단하다고 느낀다. 긍정의 아이콘 같은 이탈리아 친구 하나가 있는데, 이 친구랑 얘기를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나도 덩달아 좀 밝아지고 차분해지는 기분이 든다. 이런 친구가 가까이 있어서 참 고맙고 소중하다 생각한다.

"요즘 나는 내 '긍정의 총량'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누구에게나 다정할 수 없고, 모든 상황에 친절할 수 없다. 그래서 내 다정함을 낭비하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고 지키고 싶은 사람들에게 집중한다. 무리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 삶 속에서 나는 진짜 어른의 용기를 배운다. "나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지켜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나를 지키는 첫 번째 권리이다."

여기 진짜 공감한다. 모두에게 항상 친절하고 다정하게 해주기는 정말 어렵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리고 가장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해야 할 대상은 나 자신이라 생각한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무조건 이기려는 사람이 아니라, 흔들리는 순간에도 차분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할 말을 삼킬 줄 알고, 해야 할 말은 온기로 꺼내는 사람. 변명 없이도 존중받는 사람, 내가 만든 결과로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다."

영국인들의 모토가 워낙 Keep calm and carry on (침착함을 유지하고 계속 나아가라)이다 보니, 마음이 어떻게 요동쳐도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는 문화에 좀 익숙하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겉으로는 항상 대체로 미소지으며 상냥한 영국인들에게 배울 점이 있다.

"가장 다정한 사람은 결국 가장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 말은 곧 배려가 습관화된 사람이며, 동시에 속도를 읽고 맞춰줄 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불편하지 않은 사람, 거슬리는 것이 없는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나는 다정한 사람을 찾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요즘 나는 '시간을 어디에 쓰는가'보다 '시간을 어디에 쓰지 않을 것인가'를 더 자주 고민한다. 가장 아깝다고 느끼는 시간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휘둘리는 시간이다."

난 고민은 안 하는데, 고민 없이 내가 꼭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미팅이나 모임들은 가지 않는다. 내가 꼭 하지 않아도 될 일도 굳이 하지 않고, 꼭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최대한 안 할 수 있게 한다.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 것 같은 상황들은 최대한 피하는 편이다.

"이기는 것은 '폭발적인 순간'이 아니라, 흔들려도 멈추지 않는 '지속적인 흐름'이라는 것을 내 삶에서 배웠다. "꾸준함은 내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이고, 방향이며, 나의 인생의 흐름이다." 그 꾸준함이 나를 지탱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이건 진짜 맞는 말이다. 가끔 누군가들에게는 인생의 로또 같은 순간들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인생도 그다지 특별하지는 않아서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해온 일들에서만 성과가 있었으며, 대단한 천재성이 아니라 꾸준함과 성실함이 우리를 각자의 분야의 전문가/장인 (혹은 쓸모 있는 일꾼)으로 만든다 믿는다. 인간 관계도 마찬가지다. 한눈에 반하는 인간 관계는 연인 관계라도 지속성을 장담할 순 없다. 꾸준하게 연락하고 만남을 지속해온 관계들만이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