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행동과 선택을 내 뜻대로 이끄는 은밀한 전략
필명이 다크 인사이트 Dark Insight인 작가가 쓴 책이다. 인간의 마음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어둠을 탐구하는 심리 연구자라 한다. 10여 년간 조직심리학과 사회심리학 분야에서 활동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본인이 쓰는 책들이 커리어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걱정하여 필명을 쓰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용이 확실히 많이 다크하기는 하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런 책을 쓰는 작가의 정신세계와 정신 건강이 약간 우려되기도 한다. 이 책을 바탕으로 남의 심리 조정을 한번 해봐야겠다, 라기보다는 이런 책을 읽고 혹시라도 심리 조종을 하려고 하는 나쁜 사람들이 있으면 잘 피해야겠다,는 느낌으로 읽어야 하지 않나 싶다. 아래 본문 일부와 나의 생각 약간을 적는다.
"교육 수준이 높고 지식이 많은 사람일수록 '나는 편향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들은 자신의 판단 과정을 더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고, 논리적 근거를 더 잘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믿음이 오히려 더 큰 판단 오류로 이어진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잘못된 결정을 더 정교하게 합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능이 편향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편향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엄마가 가끔 나에게 사기꾼 조심하라는 말을 한다. 사기당한 사람들을 보면 생각보다 많이 배운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다고 한다. 공부만 하느라 세상물정 잘 모르고 순진하게 살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우리 모두 항상 조심해야 한다.
""너라면 알 거야"라는 말을 들었다면 뿌듯해 하기보다는 긴장해야만 한다. [...] 상사가 높은 학력이나 전문성을 가진 부하직원에게 "당신은 전문가니까 이 정도는 당연히 판단할 수 있겠지"라며 충분한 정보나 시간을 주지 않고 결정을 강요한다. 부하직원은 자신의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는 기분에 섣부른 결정을 내리게 된다."
나를 뭐 얼마나 안다고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듣기 좋은 소리를 평균 이상으로 많이 하는 사람을 보면 왜 이러나, 나한테 대체 바라는 것이 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괜히 칭찬하는 말로 기분을 들뜨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앞으로 더 경계해야겠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세상을 항상 아름답게 보는 사람들을 보면 좀 신기하고 부러운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나는 원래 별로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가 매사에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생각한다.
"두려움을 이용하면 상대의 행동을 위축시키고 동시에 나에게 매달리도록 의존성을 만들 수 있다. [...] 직장에서는 "요즘 경기가 어려우니까 실수하면 안 된다"며 불안감을 조성한 후 과도한 업무나 불합리한 조건을 받아들이게 만든다."
2024년 말부터 시작된 구조조정이 2025년 9월 초에 끝나면서 불안감 때문에 나도 모르게 과도한 업무를 맡아버렸다는 것을 연말에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 불안감이 사라지니까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싶은 후회와 자괴감, 그리고 내가 자원하여 하겠다 했으니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는 답답함과 억울함이 몰려온다. 언젠가 또 학교 사정이 어려워져서 구조조정을 또 한다고 하면 '자를 테면 그냥 잘라라' 하는 마음으로 괜히 과도한 업무를 맡는 짓은 이제 하지 말아야겠다. 차라리 이직을 하자.
"인간은 본능적으로 다수의 선택을 안전 신호로 받아들인다. 원시 시대부터 무리의 행동을 따라가는 것은 생존 확률을 높이는 검증된 전략이었다. 혼자 다른 길을 가다가 위험에 빠질 바에는, 다수가 가는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안전했다. 지금도 우리는 군중의 선택, 타인의 행동, 다수의 목소리를 무의식적으로 신뢰한다. 새로운 레스토랑을 고를 때 줄이 긴 곳을 선택하고, 온라인 쇼핑에서 리뷰가 많은 제품을 고르며, 많은 사람이 '좋아요'를 누른 게시물에 더 관심을 갖는다. [...] 나는 지금 내 판단을 내리고 있는 걸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따라 하고 있는 걸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정말 내 것일까, 아니면 다수가 만들어낸 기준일까?"
나도 여행 가서 식당을 고를 때 리뷰 점수가 높고 리뷰가 많은 식당을 고르고, 온라인 쇼핑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따라 하면서 이것이 실패가 없는, 안전한 선택이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따라 하면 안 되는 건가? 꼭 옳아야 하나? 인생에 아주 중요한 선택들이 아닌 이상 (이를테면 진로 결정이랄지) 확률적으로 더 안전한 선택을 해서 큰일 날 일도 없지 않나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비교적 안전한 선택을 가능하게 해주는 현대의 리뷰 시스템이 아주 효율적이고 훌륭하다 생각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선택을 신뢰한다. 나이, 직업, 문화, 생활 방식이 비슷하면 "저 사람들이 한 결정은 나에게도 맞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작용한다. 이게 바로 동질감과 소속감의 힘이다. [...] 동질감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심리적 안전망을 만들어준다. "나만 이렇게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확신이 불안을 줄이고, 선택을 쉽게 만든다."
아마도 이것 때문에 영국인 학생들이 나를 다른 백인 영국인 교수들에 비해 덜 신뢰하는 게 당연한 것 같다. 경력이 짧았을 때는 뭔가 되게 억울하고 속상하고 인종차별 당한 거 같고 그랬는데 요새는 익숙해서 뭐 그러라지, 싶다. 니들이 내 말을 안 들으면 니들 손해니까 알아서 하세요.
"오전에는 집중력과 분석력이 높아 비교적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지만, 오후로 갈수록 피로와 회피 성향이 두드러진다. 특히 점심 직전이나 하루가 끝나갈 무렵에는 복잡한 판단보다 단순하고 위험이 적어 보이는 선택을 택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 사람은 피곤할수록 새로운 가능성보다 '안전한 거부'를 택한다. [...] 영업 분야에서는 이미 이 전략이 과학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긴 상담과 제품 설명으로 고객의 결정 피로를 유발한 후, 마지막에 핵심 제안을 꺼내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고객이 "더 이상 생각하기 싫어, 그냥 결정하자"는 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계약을 요청한다. 부동산 중개업에서는 여러 매물을 하루 종일 보여준 후, 마지막에 진짜 팔고 싶은 매물을 보여주는 전략을 쓴다."
피곤할 때는 결정을 보류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새해에는 "지금은 좀 피곤하니까 내일 아침에 다시 생각해 보고 결정을 내리겠습니다."라는 말을 많이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