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깨달음을 주는 코일링
코일링 coiling 기법을 배웠다. 코일링은 도자기 만드는 전통적 기법 중 하나로, 찰흙을 긴 끈 모양(코일 coil)으로 만들어서 층층이 쌓아 올려 형태를 만든다 한다. 찰흙 덩어리를 도자기 교실 벽에 설치되어 있는 기기에 넣고 눌러서 코일을 가래떡처럼 뽑아냈다.
뽑아낸 코일은 좀 두꺼우므로 손으로 굴려서 좀 더 얇게 만들었다. 생각보다 일정한 두께로 코일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코일을 쌓을 때 모양을 잡아주는 프로파일은 종이 박스를 잘라서 만들었다. 원래 입문자들은 프로파일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고 선생님이 그랬는데 만들다 보니 왜 그런지 알았다. 코일을 일정한 두께로 잘 쌓는 것만도 쉽지가 않아서 모양을 잡는 건 별로 중요하지가 않다.
코일을 쌓기 위한 바닥을 쿠키 커터 같은 걸로 잘라서 수동 물레에 올렸다. 모든 준비가 다 되었다. 이제 코일을 쌓아 올리기만 하면 된다.
코일을 한 줄 한 줄 쌓다 보니 시간이 진짜 잘 간다. 무아지경이다. 정신 건강에 좋은 느낌이다. 한편, 코일을 쌓아서 매끈하고 예쁜 도자기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시간 안에 모양을 다 잡지 못했다. 아니 왜 굳이 코일로 하지? 그냥 바닥 만들 때처럼 크고 납작하게 밀어서 병풍처럼 두르고 끝만 연결해 붙이는 게 훨씬 쉽고 깔끔하게 되지 않나? 싶었지만 전통 기술을 배워보는 데에 의의가 있겠거니 했다.
전동 물레가 없던 옛날 옛적 조상님들은 어떻게 그렇게 매끈하고 일정하고 예쁜 도자기들을 잘 만들었을까 신기하다. 공예를 하다 보면 내가 얼마나 손재주가 없는 인간인가도 깨닫게 되고, 그래도 밥 빌어먹을 다른 재주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수작업하시는 분들의 노고도 알게 되고, 저비용 고효율 대량생산 공장들에 대한 고마움도 느끼게 된다. 단순한 기술의 습득보다 이런 인생의 깊은 깨달음들을 얻는 데에 도자기 수업의 가치가 더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