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프 베이
수플레 팬케이크 체인점인 '폭신폭신' fluffy fluffy에 아침을 먹으러 갔다. 울 동네 레스터 Liecester점에는 달달구리 팬케이크들만 파는데, 여기는 달지 않은 아침식사 메뉴들도 있다. 아보카도 크로플을 시켜봤다. 아주 건강해지는 맛이었다.
카디프 베이 Cardiff Bay(카디프만) 기차역으로 가려고 시내 기차역에서 왕복표를 끊었는데, 오늘 그쪽 기차가 안 다녀서 대체 버스를 타야 했다. 버스역 가는 길에 도서관을 지나가는데, 그 앞 광장의 구조물이 멋지다. 어디까지 제작을 해와서 어떻게 조립을 한 걸까 궁금해진다. 야광이라 밤에는 빛이 난다고 한다.
버스 타고 카디프 베이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웨일스 밀레니엄 센터 Wales Millennium Centre (공연 예술 복합 문화센터)다. 건물 정면에 쓰여있는 것은 웨일스어로 CREU GWIR FEL GWYDR O FfWRNAIS AWEN. 직역하면 "영감의 용광로에서 유리처럼 진실을 창조하다"로, 시적 영감과 창조의 과정을 뜻한다 한다. 영어 문구는 IN THESE STONES HORIZONS SING, 이 돌들 속에서 지평선이 노래한다로, 건물 내부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과 예술을 표현한 것이라 한다. 멋짐이 과도하다.
건물 내부는 일층에서 보면 그냥 평범한 공연장 건물 같다.
3층에 올라가면 벽 한 면이 다 거울이고 1층에서 시작한 기둥의 끝들이 들쭉날쭉 있다. 신기한 구조다.
건물 정면에서 보이는 문구들을 안쪽에서 보니 뚫려있는 창문들이다.
창을 통해 물론 밖이 보인다.
나갈 때 건물 정면을 좀 자세히 보니 철판을 이어 붙인 것이 보인다. 청동색 bronze으로 착색한 재활용 스테인리스 스틸이라 한다.
바닷가 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부두끝 건물 Piearhead Building과 대관람차 The Giant Wheel가 보인다.
가까이서 보니 대관람차는 타는 사람이 없이 그냥 돌아가고 있다. 관상용인가.
부두끝 건물은 빅토리아 시대의 상징적인 붉은 테라코타 Terracotta(외장용 구운 점토) 벽돌 건물로 정교한 조각과 아치형 창문이 있는 고딕 리바이벌 Gothic Revival 양식이라 한다. 1897년에 지어졌는데 역시 테라코타가 킹왕짱인 거 같은 게, 외장재의 색감유지와 깨끗함이 마치 2000년대 지어진 건물 같다.
부두끝 건물의 끝에는 당연히 부두의 끝이니까 바닷가(bay 만)가 있다. 만이라서 거대한 호수처럼 보인다.
아름다운 빅토리아 시대 부두끝 건물 옆에는 엄청 대조적으로 미래적 현대 건물 세네드 The Senedd (웨일스 의회 건물)가 있다. 이런 멋있는 것은 대체 누가 만들었는가 찾아봤더니, 파리의 폼피두 센터 The Centre Pompidou도 설계한 세계적 고건축가 리처드 로저스 Richard Rogers 경이다.
세네드 앞에는 상선 선원 추모비 Merchant Seaman’s Memorial가 있다. 멀리서 보면 선박의 일부로 보이는데 가까이서 보면 사람 얼굴이다. 아마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카디프에서 무기 없이 식량이나 자원을 수송하던 사람들이 전사를 많이 했나 보다.
추모비 뒷면의 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 아주 현대 미술스럽다. 배경에 있는 세네드와 찰떡이다.
만을 따라 조금 더 걷다 보니 바다도 하늘도 참 파랗다.
계속 걷다 보면 좀 쌩뚱맞게 노르웨이 교회 아트센터 Norwegian Church Arts Centre가 있다.
들어가보니 아트센터는 위층에 아주 쪼꼬맣게 있고 주는 1층에 카페 겸 식당이다. 들어온 김에 웰시 케이크 Welsh cake랑 커피를 시켰다. 웰시 케이크는 스콘을 납작하고 더 단단하게 구워서 가운데 잼만 넣은 맛이다. 나는 그냥 스콘에 잼이랑 크림을 바르는 게 더 맛있는 거 같다.
창밖에 물멍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하면서 케잌 먹고 커피 마시니까 기분은 좋았다.
커피를 다 마시고 버스타러 다시 돌아가는 길에 보니 대관람차, 부두끝 건물, 밀레니엄 센터, 세네드가 다같이 보인다. 이 과거와 현대의 조합이 나는 썩 마음에 든다.
(다음 편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