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하게 움직일수록 얻는 것은 많다!
나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러시아에서 유학을 하였다. 유학을 하는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꼈는데 그중에 생각나는 것에 대해서 간략하게 적어보고 싶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본인의 생각과 다를 수도 있으니 참고하고 읽어주길 바란다.
우선 비행기 이야기부터 해보겠다. 유학을 떠나면서 짐이 많아서 아무래도 경유보다 직항이 좋을 거 같아 아에로플로트 직항을 이용해서 모스크바로 떠났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의 품질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항공이 더 나은 것 같다. 그 당시에만 그런 건진 몰라도 내가 탑승할 때 기내에서 주류를 제공하지 않았다. 비행기 탄 후 기내식과 함께 알코올을 섭취하고 반쯤 혼이 나간 상태로 있는 게 나의 즐거움인데 그것을 못하니 매우 아쉬웠다 (비록 건강엔 안 좋지만). 과거 러시아 항공 아에로플로트 보다 훨씬 나아진 거라고 하지만 살짝 실망스러운 부분이 없잖아 있었다. 물론 주머니 사정이 더 좋으면 대한항공이 최고겠지만 가성비를 생각한다면 앞으로 경유하더라도 아스타나 항공을 타고 러시아를 방문할 거 같다.
아스나타 항공 리뷰는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다뤄보도록 하겠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내가 돈을 내고 이용하는 곳 그러니까 대학교(등록금을 냄), 상점(돈을 내고 물건을 삼), 관광지(입장료를 냄) 등에서는 비교적 외국인에게 친절하다. 어디까지나 비교적이다. 한국이나 일본의 그런 친절함과는 거리가 멀다. 어디까지나 사람 취급해주고 도움을 준다는 그런 느낌이다.
하지만 관공서 같은 곳에서는 얄짤 없다. 뭔가 하다가 이해가 안 된다 뭔가가 부족하다 싶으면 그냥 거기서 끝이다. 설령 직원이 다음 절차가 어떻게 되고 충분히 가능하게 안내할 수 있더라도 거기서 상황은 종료된다. 러시아어를 못한다면 더더욱 어려워진다. 도와줄 사람을 찾거나 방법을 정확히 숙지하고 다시 찾아와야 한다. 다행히 나는 도와주는 학교 직원과 친구들이 있어서 관공서에서 있었던 일련의 절차들을 무리 없이 마쳤지만 뭔가 막힐 때마다 진땀을 꽤나 뺐다.
물론 출발 전부터 이런 건 내가 충분히 각오하고 갔지만 진짜 마주치니 당황스러웠다. 러시아에서 뭔가 관광 이외에 복잡한 일을 해야 한다면 러시아어를 충분히 배워서 가거나 통역을 대동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거 같다. 나는 이때쯤 러시아어를 잘 못한다는 게 너무 서러워서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
첫날 등록금을 납부하고 기숙사로 안내받아서 기숙사 사감과 면담을 했다. 러시아어 하다 막히면 영어 써가면서 힘들게 했었다. 사감이 말하기를 얼마 전에 한국 학생이 왔는데 지금 러시아인들 방에서 살다가 한 달 후에 한국 학생이 있는 방으로 옮겨 준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인과 지내는 것보다 러시아 사람들과 같이 지내면 좋을 거 같아서 그냥 러시아인들과 함께 산다고 하니 그러라고 했다. 한국인들과 사는 것이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한국인들과 같이 지내다 보면 아무래도 러시아어를 배우는데 소홀해질 거 같고 그러면 유학생활의 의미가 없을 거 같아서 그렇게 판단했다. 다행히 같이 사는 러시아인 룸메이트 들은 좋은 친구들이었다. 성격은 둘 다 조용하고 모르는 거 물어보면 친절하게 답해주고 먹을 것도 나눠주고 그랬다. 빨리 러시아어를 배워서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다.
러시아에 도착하고 대략 2주 뒤 수업을 시작했다. 세계 각지에서 많은 학생들이 러시아어와 학문을 배우겠다고 학교에 모였는데 학생들 수업태도가 정말 제각각이었다. 열심히 집중해서 공부하는 학생도 있는 반면 일주일밖에 안됐지만 벌써 대놓고 땡땡이치고 노는 학생, 수업 중에 나가는 학생들도 있었다. 내 경험상 이런 학생들은 점점 수업을 빼먹다가 어느 순간부터 안 나오기 시작하였다. 내가 낸 학비를 생각하며 다른 사람의 분위기에 휘둘리지 말고 할 일을 하자는 생각으로 학교를 다녔다. 다들 각자 목표한 것이 다르겠지만 해외 생활을 하면서 그 처음에 세웠던 계획은 한 번씩 되새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유명한 도시에 왔으니 그래도 집 학교만 오가기 아까웠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모스크바 유명 관광지와 모스크바의 길거리를 돌아보곤 했다.
통학을 위해서 모스크바 메트로 & 버스 정기권을 끊었는데 계산해보니 하루에 두 번 이상은 타야 본전을 뽑을 수 있었다.
모스크바가 이제 좀 질린다 싶으면 모스크바 근교 도시 이른바 황금의 고리도 구경했는데 자세한 여행기는 다음에 쓰도록 하겠다.
모스크바에 도착한 첫 주말에는 돈스코이 수도원에 가보았다. 이 수도원은 이반 뇌제의 아들 표도르 1세가 크림칸국을 몰아낸 기념으로 세운 수도원으로 수많은 정교회 수도사들이 수도를 닦은 곳이다.
특히 이곳은 197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러시아의 행동하는 양심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묘지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소련 시절 수많은 지식인들이 소련 체제의 부당함에 눈을 감고 모른 척하고 오히려 체제에 동조했지만 솔제니친은 부당함을 비판하고 러시아가 옳은 방향으로 나가도록 비판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소련 정부로부터 추방되어 무국적자로 유럽을 떠도는 신세가 되었다. (그가 노벨상을 받을 당시에도 무국적자 신분이었다.) 솔제니친은 소련 붕괴 이후에 마침내 러시아로 돌아와서 모든 러시아인의 존경을 받을 수 있었다. 솔제니친은 2008년 세상을 떠났는데 그 당시 언론과 정치인, 국민 모두가 그를 애도했고 그가 살아생전에 보여준 애국정신에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크렘린, 붉은 광장 등 모스크바 하면 바로 떠오르는 그런 관광지는 아니지만 한번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숨겨진 명소이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묘지 사이의 숲길을 걸으며 생각에 잠겨있다 돌아왔다.
모스크바에 도착하면서 처음에 생각했던 내용들인데 지금 와서 돌아보면 조금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처음 다짐했던 마음가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거 같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있으면 더더욱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모스크바에서 겪었던 일들과 관광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