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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준 Jul 10. 2024

평야에 우뚝 선 대저택 같은 성채 :피돌레츠키 성

화려했던 과거와 텅 빈 현재의 내부 모습

오늘 소개할 곳은 저번에 방문한 올레스코 성과 차로 20분 거리, 리비우 시내에서 1시간 10분 거리에 있는 피돌레츠키 성(우크라이나어: Підгорецький замок)이다. 러시아어로는 파드가레체스키 성이라고도 불린다. 이 성은 처음 보면 대저택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멀리서 보면 작아 보이지만, 실제로 가까이서 보면 성이라고 하기에는 작고 저택이라고 하기에는 큰 규모의 건물이다.


1600년대에 시작된 성의 역사


이 성은 1600년대 초반에 폴란드의 귀족에 의해 세워졌으며, 후기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졌다. 성의 절반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뒤쪽 평야 쪽에는 해자가 파여 있어 접근을 막았다. 1600년대 중반에 우크라이나 카자크의 반란으로 성이 훼손되었지만, 이후 복구되었다. 이후에도 폴란드 귀족의 성으로 사용되다가 1차,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또 한 번 훼손되었다. 소련 시절에는 결핵 환자를 위한 요양소로 사용되었다. 이렇게 전쟁과 세월의 풍파를 거치며 상처를 많이 입었지만 다행히 건물 외부는 거의 예전과 같은 모습이고, 내부에 있던 미술품들은 훼손되지 않고 남아있다고 하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외벽을 지나 내부로


명색이 성이기 때문에 성의 외벽이 있고, 그 외벽을 통과해야만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다. 오래된 성벽의 모습은 외벽 곳곳이 낡아 있어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과거에는 이곳이 어떤 역사의 현장이었을지 상상하면서 성벽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갔다.


화려해 보인 외부, 텅 빈 내부의 모습


과거 성 내부는 화려했지만, 지금은 흰벽에 미술품만 전시되어 있어 처음에는 실망스러웠다. 성 내부를 걸으면서 과거와 현재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과거 이곳에 살았던 귀족의 초상화와 기독교 관련 그림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여러 역사적 사건을 거치며 그림들이 흩어졌지만, 1990년대에 복원 제단이 세워져 많은 그림들이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불행 중 다행으로 모든 그림의 85퍼센트 이상을 수거했다고 한다. 2010년대 초에는 내부 인테리어를 복원하기 위한 캠페인이 시작되었지만, 내전과 전쟁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못했다. 어떻게 복원되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지금보다 나은 방향으로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 뒤쪽의 아름다운 풍경


성 뒤쪽 테라스로 나오면 우크라이나의 넓은 평야가 펼쳐진다. 한국에서는 지평선을 보기 힘들지만, 동유럽에서는 자주 볼 수 있어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다. 이곳에서 바라본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과거의 아픔이 상상되지 않을 정도로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소련 영화 촬영지


성의 뒤쪽 잔디밭에서 성을 바라보면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이곳에서 1970년대 소련의 인기 영화 '달타냥과 삼총사'를 촬영했다고 한다.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며 이곳을 바라보니 색다른 감정이 들었다.

성을 구경하고 나오는 길에 출구 옆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보았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곳에서 오래 생활한 고양이인 듯했다. 고양이는 사람들을 구경하듯 가만히 앉아 있었고, 그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텅 빈 성채의 내부는 언제 채워질수 있을까?


아름다운 모습 뒤에는 비극적인 역사가 숨어 있다. 이 성은 수많은 전쟁과 세월의 변화를 겪으며 많은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느낀다. 하루빨리 이곳이 예전의 아름다움을 완전히 되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여행기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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