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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이 궁금하다면, 우래옥이 마지막 테스트!

우래옥에서도 맛을 못 느낀다면, 평양냉면과는 인연이 없는 겁니다

by 타이준


논란의 평양냉면, 가장 맛있다는 우래옥에서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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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은 언제나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입니다.


"이걸 왜 먹는지 모르겠다" 라는 사람과 "이 깊은 맛을 모르는 사람은 미각이 없는 것이다"라는 사람 사이의 논쟁은 끊이질 않습니다.


저도 사실 전자에 가까웠습니다. 몇 번 먹어봤지만, 제 입에는 밍밍하고 감흥 없는 음식이었죠. 마치 처음 탄산수를 마셨을 때처럼, 뭔가 익숙한 맛이 빠진 듯한 낯선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서울 우래옥에서도 평양냉면의 맛을 못 느낀다면, 당신과 평양냉면은 인연이 없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니 한 번쯤 제대로 먹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마침 서울 출장이 있었고, 그렇게 우래옥을 찾았습니다.

다시 돌아온 집, 우래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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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래옥(又來屋), 이 이름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1946년 해방 직후 문을 열었지만, 전쟁으로 인해 피난을 가야 했고, 다시 서울로 돌아와 가게를 열면서 "다시 돌아온 집"이라는 뜻으로 우래옥이라 이름 지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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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약간 이른지 모르겠지만 웨이팅 없이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여름, 특히 점심과 저녁 시간에는 발 디딜 틈도 없다고 하더군요. 가게에 들어서니 세월이 느껴지는 실내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드디어, 한 그릇


드디어 평양냉면이 나왔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국물 대신, 맑고 차가운 육수가 담긴 그릇. 차분한 빛깔의 면발. 군더더기 없이 정갈한 비주얼이었습니다. 한 젓가락 집어 들어 조심스럽게 입에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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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건 다르다."


예전에 먹었던 평냉면과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간이 약한 차가운 갈비탕에 국수를 말아 먹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강한 자극은 없지만, 은은하게 퍼지는 깊은 맛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잘 몰라도, 한 입 두 입 먹다 보면 고기의 감칠맛과 담백한 육향이 천천히 입안에 퍼지는 묘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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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평양냉면이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도 알 것 같았습니다. 익숙한 강한 자극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밍밍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이것이 과연 정통 평양냉면일까?


우리는 흔히 "정통 평양냉면"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북한과의 교류가 단절된 지 70년이 넘었습니다.


과연 지금 우리가 먹는 이 평양냉면이 북한의 그것과 같은 맛일까요? 오히려 "서울식 평양냉면"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다시 젓가락을 들고 면을 집어 올렸습니다. 맛의 기원이 어디든, 이 순간 중요한 것은 단 하나 입니다. 맛이 있냐 없냐?


평양냉면과 나, 그리고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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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맛없고 비싼 음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끔 생각날 때 찾아도 괜찮을 만큼의 음식이 되었습니다.


왜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극찬하는지, 그 포인트가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됩니다.


물론 저한테는 새콤달콤한 냉면이 더 잘 맞는 것 같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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