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이준 Nov 19. 2022

탈린 해양 박물관에서

구소련의 수상기 격납고가 박물관으로 재탄생하다

이번 소개할 곳은 에스토니아 탈린 해양박물관이다. 저번 여행기에서 탈린은 중세 한자동맹의 일원으로 부유한 무역항이었다. 러시아 제국과 소련 치하에서도 발트해의 탈린은 요충지였다. 그런 탈린의 전반적인 해양 역사를 알려주는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이곳은 사실 시가지와는 좀 거리가 떨어진 곳인데 버스를 타면 한 번에 도착할 수 있다.

당시 2월이라 아직도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약간 반쯤 녹은 눈이 나를 맞이해주고 있었다. 젖은 눈길을 해치고 박물관으로 입장했다.

탈린은 과거부터 한자동맹의 발트해 전진기지 중의 하나였다. 지금도 해안에는 크루즈선과 페리가 쉬지 않고 오가고 있다. 이곳은 과거 1916년대 러시아가 에스토니아를 점령한 후 북해 일대를 방어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삼았는데 그 당시에 수상기 격납고로 건설한 건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방치돼 있다가 2012년 즈음에 해양박물관으로 개관했다.

에스토니아 해양문화에 관련된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당시 사용하던 수상기 격납고 이름에 걸맞게 수상기와 그리고 해안을 방어하던 무기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이 박물관의 중요 전시물은 바로 에스토니아 해군의 자랑 렘비트 잠수함이다. 램비트호는 영국에서 건조된 잠수함으로 오랫동안 에스토니아 해군의 잠수함으로 활약하였다. 해치를 열고 비좁은 잠수함 안으로 들어가 잠수함 안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잠수함은 해군 전력의 히든카드이다. 바다 한가운데서 적군을 기다리며 일격을 가하는데 잠수함의 어뢰에 당한 배는 어떤 커다란 군함이라도 살아남기 어렵다. 전투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요 전략자산이지만 잠수함 승조원들의 생활은 만만치 않다. 좁은 실내 공간에서 햇빛을 오래 보지 못하고 반대로 잠수함 위치가 발각되면 별다른 저항 없이 격침되기에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다. 과거에는 이런 말을 들어도 별로 와닿지 않았지만 직접 잠수함에 들어가 내부를 보니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박물관을 나오면 과거 활약했던 쇄빙선이 떠 있다. 1914년 폴란드에서 건조된 것이라고 한다. 20세기 초 발트해에서 활동하던 쇄빙선 중 현재 남은 세 척 가운데 하나이다. 직접 쇄빙선 안에 들어가서 내부를 역시 둘러볼 수 있다


이날도 저번과 마찬가지로 날씨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날씨에도 멀리 발트해의 경치가 멋있었다. 발트해의 풍경을 가슴에 담고 버스를 타고 다시 시내로 돌아왔다.


작가의 이전글 탈린 구 시가지를 걸어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