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중심에서 만난 조용한 울림… 충주 중앙탑의 시간
‘충주(忠州)’라는 이름.
가운데 ‘충(忠)’ 자는 가운데 ‘中’에 마음 ‘心’이 더해진 글자입니다.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중심에 가까웠던 이 땅은, 과거 삼국시대의 치열한 각축장이기도 했습니다.
백제, 신라, 고구려가 충주를 두고 끊임없이 다투며 한반도 역사의 중심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던 곳이죠.
그 옛날 나라들이 다투던 자리에, 지금은 사람들이 조용히 걷고, 잠시 멈춰 마음을 내려놓고 가는 고요한 도시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충주의 중앙탑 사적공원은 이름처럼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작은 평화였습니다.
공원 중심에 서 있는 7층 석탑은, 지금도 단단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죠.
가까이 다가가 탑을 올려다보며 잠시 멈춰 섰습니다.
햇살이 내려앉은 탑 주변엔 바람이 천천히 불고, 지나가는 사람도 많지 않아 생각보다 더 고요했습니다.
이곳은 드라마 ‘빈센조’의 촬영지이기도 합니다.
드라마 장면처럼 탑 주변을 걷다 보면 비현실처럼 단정한 풍경이 마음속에 조용히 스며듭니다.
중앙탑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탄금호 무지개길이 나옵니다.
이곳은 또 다른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촬영지로 유명해졌죠.
저는 낮 시간대에 방문했기에, 드라마 속 그 황혼빛은 없었지만 호숫가를 따라 걷는 그 길은 충분히 조용하고 평화로웠습니다.
길은 곧고, 바람은 가볍고, 발걸음은 천천히 놓여졌습니다.
강 건너 풍경이 멀지 않게 펼쳐져 있어 오히려 더 가까이, 현실처럼 느껴지는 풍경이었습니다.
산책을 마친 후 들른 곳은 충주박물관이었습니다.
그리 크진 않지만,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담히 정리해 놓은 공간이었죠.
특별한 전시가 아니더라도, 천천히 둘러보다 보면 충주가 어떤 도시였는지를 감각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박물관 창 너머로 보이는 하늘과 나무들, 그리고 멀리 탑의 실루엣까지.
그 하루, 천천히 걷고, 멈추고, 바라보던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마음속에 남았습니다.
마음의 중심, 충주.
사람과 도시 사이의 거리도, 시간과 풍경의 흐름도 이 도시에서는 조금 더 천천히 흘러가는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