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 탈린으로부터 한참 달려 리가에 도착했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조금 휴식을 취한 뒤 길을 나섰다.
우선 내가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리가의 성 페트로 성당이다. 이곳에서 리가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독일 브레멘과 라트비아 리가의 특별한 인연
성당 주변 한편에 독일의 유명 전래동화 '브레멘 음악대'를 상징하는 당나귀 강아지 고양이 닭의 동상이 있다. 뜬금없이 독일 전래동화의 주인공들이 라트비아에 왜 있을까? 바로 과거 독일 브레멘 출신 알베르트 대주교가 이곳에 처음으로 상륙하여 기독교를 전파하였는데 그해 1201년을 기점으로 리가의 공식적인 역사가 시작된 것으로 여기고 있다. 독일의 브레멘은 이러한 인연으로 브레멘의 상징인 이 동상을 리가에 기증하였다. 이 또한 리가의 역사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소중한 자료이다.
도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성당 전망대
예배당 안에는 교회의 과거부터 이 교회에 있었던 유적들이 많이 있다. 이 교회는 예전에 가톨릭 성당, 루터교 교회, 박물관 등으로 여러 번 용도변경을 당해서 교회 내부에 유적들이 상당했다.
교회의 첨탑으로 올라가면 이렇게 리가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날씨가 추웠지만, 첨탑 위에 조금 오래 머무르며 도시를 관찰했다. 햇볕이 있을 때와 구름에 가려졌을 때의 도시 풍경은 정말 하늘과 땅 차이였다. 마치 다른 도시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리가의 경제 중심지 '검은 머리 전당'
아까 본 성 피터 교회가 리가의 종교의 중심지였다면 리가 상업의 중심지는 바로 지금 보이는 `검은 머리 전당` 건물이다. 이 광장 가운데 있는 동상은 롤랑의 동상이다. 기사도 문학의 대표작 `롤랑의 노래`의 주인공이자 카를로스 대제의 12기사 중 한 명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이 롤랑 동상이 리가의 도로 원표인데 다른 지역에서 리가까지 거리를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구조물이다.
검은 머리 전당 안의 모습이다. 검은 머리 전당은 당시 리가 상인 조합이었던 검은 머리 길드의 회원들이 활동하던 상공회의소였다. 검은 머리라는 이름의 유래는 길드의 상징으로 삼았던 이집트 출신의 군인 모리셔스의 성인에서 유래했다. 모리셔스의 성인은 흑인이었는데 그 때문에 검은 머리 길드라고 이름 지었다.
검은 머리 길드는 상인조직이지만 군대 못지않은 군사력을 가진 협회였다. 교역품을 노리는 해적들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길드 건물 지하에는 상거래에 사용했던 물건뿐만 아니라 검, 석궁, 대포 등의 무기도 많이 볼 수 있다.
검은 머리 길드 건물에는 화려한 유물들이 있지만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것이었다. 이것은 길드 마스터가 길드 회원들에게 나눠준 물건인데 담뱃갑이라고 한다. 담뱃갑이라고 하기에는 그려져 있는 그림이 너무 화려했다. 비록 사소한 물건이었지만 작품 그 자체다. 담배는 피우지 않지만 아주 탐나는 유물이었다.
길드의 회의실 건물이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매우 화려하다. 그림과 내부 장식이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 길드 회원들은 이곳에서 회의하며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을까?
리가의 상인들은 거래에 있어서 정말 철저했다. 그들은 자체적인 도량형을 마련하여 교역품의 무게를 이 저울로 일일이 측정했다. 그들의 규칙에 따르면 저울로 달았을 때 손가락 반개만큼의 오차가 발생하면 팔 하나를 내놓아야 했고 손가락 한 개만큼의 오차는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고 한다. 작은 실수도 용납 안 했다는 살벌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에스토니아 탈린과 마찬가지로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관광지가 많이 있었다. 다른 시가지의 관광지들은 다음 편에 추가로 소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