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도층이 가장 존경하는 도쿠가와를 분석해보다
많은 사람이 일본을 우리나라의 이웃이자 숙명의 경쟁자로 생각한다. 한반도에 존재했던 국가들 그리고 일본열도에 존재했던 국가들은 서로 교류하며 긍정적인 발전을 하기도 했고 때로는 대립하며 갈등하기도 했다. 그런 역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일본과의 관계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인들 대부분은 일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거 같다. 일본이 과거 한국을 강점하여 통치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한 것이 바로 한민족의 역사를 연구하는 것이었다. 일본의 수많은 역사가가 한국 역사를 철저하게 연구했고 비난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냈다. 이른바 식민사관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그런 식민사관은 아직도 한국 역사학계의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 일제강점기는 1945년에 끝났지만 그들이 구축해놓은 역사의식은 지금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이처럼 다른 나라의 역사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특히 일본을 극복하고자 하는 정치인, 기업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로 나도 일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일본사람들이 자신의 역사에서 가장 흥미로워하는 부분은 단연 일본 중세의 전국시대이다. 전국시대 말 미미한 세력을 일으켜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한 ‘오다 노부나가’가 처음으로 일본을 통일 직전까지 몰아가며 이름을 떨쳤다. 통일을 목전에 둔 오다는 부하의 쿠데타로 목숨을 잃었는데 그의 부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쿠데타 세력을 진압하고 나머지 일본의 세력을 정복하고 통합해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올랐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한국에서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원흉으로도 유명하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임진왜란 중 병사한 히데요시의 남은 세력을 물리쳐 전국시대의 막을 내리고 에도 막부를 열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천하 통일을 완성한 인물이라고 하기에는 존재감이 없어 보인다. 뛰어난 사령관이었던 오다 노부나가, 일개 병졸에서 일본의 최고 관직까지 오른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비하면 큰 인상이 남지 않는다. 일본에는 “오다가 쌀을 빚고 히데요시가 반죽한 떡을 도쿠가와가 먹었다.”라는 속담이 있다. 도쿠가와가 앞사람들의 업적을 별 노력 없이 가져간 것을 비꼬는 말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도쿠가와는 오다와 히데요시 밑에서 끊임없이 인내하고 있었고 천하를 가지기에 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었다. 도쿠가와는 그저 칼을 한번 휘둘렀지만, 그것을 위해서 수십 년간 칼을 갈고 있었다. 그것을 과연 별 노력 없이 날로 먹었다고 할 수 있을까? 도쿠가와 성공의 비결을 여러 가지를 소개하고 있지만 결국 본질은 인내와 그 인내를 가능하게 해준 신뢰의 원칙이었다. 자신이 아무리 큰 위기에 처하더라도 사람을 버리지 않았고 항상 여론에 귀를 기울이던 지도자였다. 그리고 지금 일에도 몰두하면서 기술자와 예능인 등 많은 명사를 초대해 미래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런 점을 살펴보면 현대의 성공한 기업가의 표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도 일본을 이끄는 많은 정치인과 기업가들이 도쿠가와의 경영철학을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한국의 많은 사람은 일본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 일본의 지도층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사 인물이기에 그 내용을 알고 이해하면 일본을 극복할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대적하고 있는 상대를 향해 꼴도 보기 싫다고 눈과 귀를 닫아버리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상대방의 행동, 습관 모두를 분석하고 준비해온 사람도 있다. 누가 곧 있을 경쟁에서 유리할 것인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으리라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던 일본 전국시대 말엽에 등장해 천하의 패권을 지닌 3명을 일본에서 ‘천하인’ 혹은 ‘천하 삼인’ 이라고 부른다. 처음 역사에 패자로 이름을 떨친 사람은 오다 노부나가였다. 오다 노부나가는 탁월한 정치력과 군사전략으로 미미했던 세력을 거의 통일 직전까지 이끌었다. 그런 오다가 부하의 쿠데타로 목숨을 잃었는데 그의 부하였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쿠데타 세력을 진압하고 그대로 일본의 최고 지도자가 되었다. 히데요시 사후 남은 세력들을 몰아내고 일본의 통치자가 된 ‘도쿠가와 이에야스’ 이 세 명을 말한다. 앞서 도쿠가와가 인내해서 기회를 잡았는데 나는 그 비결을 그의 낙천적 성격과 건강관리라고 생각한다. 도쿠가와는 천하 삼인 중에 가장 장수했다. 오다는 45세에 쿠데타로 인해 살해당했다. 뛰어난 지휘관이자 정치가였지만 오다는 부하들에 대해서 지나칠 정도로 혹독했다. 오다는 자연사 한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지만, 그의 혹독한 통치로 인해서 자기 스스로 명을 재촉한 것이다. 히데요시는 62세에 병사했다. 당시 기준으로 평균 이상을 산 셈이지만 통일을 이룩한 후에 시스템을 구축할 시간을 벌지 못하고 사망한 것은 히데요시의 처지에서는 매우 아쉬운 일이다. 도쿠가와는 75세로 근대 평균수명에 육박할 정도로 장수 했다. 도쿠가와가 오래 살지 못했다면 그의 인내의 결실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큰일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건강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사람은 어리석게도 건강할 때는 건강을 돌보지 않고 아플 때 건강을 돌본다. 항상 건강이 최고다 건강이 우선이라고 말하고 다니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살지 않는다. 나도 마찬가지로 건강에 소홀하다가 크게 아팠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다시 괜찮아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건강을 챙기지 않았다. 이제는 이런 굴레를 벗어나야 할 이유를 이 책을 읽고 나서 알게 되었다. 도쿠가와의 성공 비결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결국에는 건강하게 살아있어야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다른 것들은 몰라도 지금이라도 건강을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