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되살아난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역사
샤울레이의 십자가 언덕을 뒤로하고 나는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로 길을 나섰다. 버스로 대략 3시간 정도의 거리다. 그렇게 늦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거리가 제법 깜깜해졌다. 숙소를 찾아가 푹 쉬고 다음 날의 여행 계획을 훑어보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도 마찬가지로 아침 일찍 일어나 도시를 둘러보기로 했다. 나는 도시에 먼저 도착해서 역시 또 모든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 곳을 찾았다. 멀리서 도시를 한번 보고 구석구석 둘러보는 것이 나의 여행 방법이다. 빌뉴스 시내의 게디미나스 성이다. 이 성은 1400년대에 처음으로 지어진 빌뉴스 성곽의 일부분이다. 대부분 성곽은 1700년대 러시아-폴란드 전쟁에 휘말려서 파괴되었다. 이 요새는 파괴되지 않고 남아있는 일부분이다.
이 성곽의 이름인 게디미나스는 리투아니아 왕의 이름이다. 그는 리투아니아의 영토를 확장해서 지금의 리투아니아 빌뉴스를 건설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전설에 의하면 게디미나스 왕은 이곳 일대에서 황소 사냥을 하였다. 사냥이 끝나고 잠이 들었을 때 이 언덕에서 커다란 무쇠 이리가 울부짖는 꿈을 꾸었다. 그래서 왕은 대신에게 해몽을 부탁했는데 대신은 이곳에 도시를 지으라는 계시라고 설명했다. 이곳에 도시를 지으면 장차 웅장한 우리 국가의 수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게디미나스는 이곳에 도시를 건설했고 도시를 흐르는 빌니아 강에서 이름을 따 빌뉴스라고 지었다고 한다.
돌로 된 계단을 지나 게디미나스 요새로 한 걸음씩 올라갔다. 경사가 생각보다 있었지만 길이 잘 되어 있어서 올라가는데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요새 안쪽에는 중세 시대에 사용한 갑옷이나 무기 등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꼭대기 전망대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요새 꼭대기에서 펄럭이는 리투아니아 깃발을 확인한 후 나는 빌뉴스의 도시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역시 높은데 있는 요새라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빌뉴스는 정말 내륙 도시의 느낌이 물씬 느껴졌다.
게디미나스 요새의 아래를 내려다보면 리투아니아 대공의 궁전이 바로 보인다. 이곳 또한 폴란드-리투아니아 왕국의 중요한 유적이다. 요새를 둘러본 후 내려가서 궁전에 가보기로 하였다.
요새를 구경하고 나서 리투아니아 대공의 궁전을 찾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 매표소가 있는데 이곳에서부터 시작해서 궁전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리투아니아 대공의 궁전은 사실 예전 그대로 모습이 아닌 최근에 복원된 건축물이다. 대공의 궁전은 게디미나스 요새가 만들어졌을 때와 비슷한 시기인 1400년대 완성되었는데 1800년대에 철거되었다 2018년에 새로 복원되었다고 한다. 지하에 있는 이 구조물은 당시 처음 지어질 시기에 있었던 원형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한다. 과거의 흔적을 토대로 그 위에 리투아니아의 역사를 다시 복원한 셈이다.
지하와 1층에는 리투아니아의 유적들이 전시되어 있고 더 올라가면 리투아니아 대공이 머무르던 궁전을 복원해 두었다. 이곳을 복원하면서 역사가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과거의 모습을 그냥 흉내만 낸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은 도시의 미관을 해칠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빌뉴스의 역사적인 모습을 다시 복원하고 리투아니아의 대통령 거처로 사용하겠다는 목적으로 복원을 시작하였다. 지금 대통령 거처로는 사용되고 있지 않지만 2013년 리투아니아가 유럽연합의 의장국이었을 때 각 국가 각료들이 모인 회의장이었고 지금은 리투아니아의 종합 박물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쭉 둘러보면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역사를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빌뉴스를 한 번에 둘러보고 그 빌뉴스의 기원이 되는 역사를 대략 알게 되었다. 멀리서 바라본 모습을 마음속에 담고 이제 도시를 구석구석 둘러보기로 하였다. 다른 도시와 다르게 바로 느껴지는 빌뉴스에서의 앞으로 여행이 기다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