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의 예술, 역사, 풍경을 한 번에 둘러보다
어제 예레반에 도착한 나는 피곤했지만 아침에 일찍 눈을 떴다. 호텔을 나서면서 나는 오늘 구경할 것을 머릿속에 상상하며 길을 걸었다. 여름이었지만 아침 공기는 선선했고 아직 햇살도 그렇게 따갑지 않았다. 오늘 가 볼곳은 예레반 도심에 있는 종합 미술단지 '케스케이드'와 아르메니아의 거대 동상 '어머니 아르메니아'이다.
예레반 캐스케이드 입구에서 커다란 한 동상이 눈길을 끌었다. 예레반의 중심지 '공화국 광장'을 비롯한 여러 도시계획을 디자인한 아르메니아 건축가 알렉산드르 타마냔 동상이다. 타마냔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양손을 탁자 위에 얹은 채 내려다보고 있다. 동상에 묘사된 타마냔의 모습에서 그의 건축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그의 인생의 업적을 한 번에 묘사한 동상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그의 열정과 국가를 위한 헌신에 찬사를 보낼 것이라 생각하였다.
화단 그리고 동상이 잘 어우러져서 멋진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뒤로 보이는 쭉 뻗은 계단으로 다가가 보았다.
계단이 길게 위로 쭉 뻗어있다. 계단은 총 570여 개 높이는 450미터에 달한다고 한다. 중간중간에 미술품과 그리고 분수가 설치되어 있다. 케스케이드라는 말 자체는 작은 폭포라는 뜻인데 멀리서 보면 흡사 폭포 같아 보이기도 한다.
타마냔 동상 근처에는 한국인 예술가 지용호 작가의 작품이 있다. 페타이어로 웅장한 사자의 모습을 만들었다. 폐타이어로 만든 검은 사자는 주변 화단의 꽃과 풀들과의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나는 타이어와 같은 평범한 소재를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낸 작가의 아이디어와 손재주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케스케이드는 바깥의 계단을 통해서 올라갈 수도 있지만 실내의 에스컬레이터로도 올라갈 수 있다. 날씨가 덥기때문에 내려갈 때 바깥으로 가기로 하고 올라갈 때는 실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였다.
에스컬레이터 양옆으로도 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로 올라올 수 있는 최상층까지 올라왔다. 예레반 시내가 보이는 탁 트인 풍경이 멋있었다. 하지만 날씨가 더워서 그런 생각이 오래가지 못했다.
에스컬레이터 꼭대기 뒤쪽은 그때 당시는 공사 중이었다. 1980년 착공해서 단계적으로 시공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자금이 끊겨 몇 번이나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자금이 모이면 다시 공사를 반복하고 있다. 저 위에 높이 솟은 기념탑을 보려면 공사장 옆으로 난 길을 지나서 올라가야 한다.
마침내 나는 케스케이드 꼭대기에 있는 소비에트 아르메니아 50주년 기념비에 도착했다.
소비에트 아르메니아 50년 기념비는 아르메니아 역사의 한 부분이었던 소비에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구조물이다. 소비에트 아르메니아 발전의 상징인 동시에 소비에트 정권의 억압을 동시에 떠오르게 하는 기념물인 셈이다. 이 기념비가 아르메니아의 암흑기를 상징하기 때문에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과거를 잊지 않고 고난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나 역시 이런 의견에 대해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나는 도시를 내려다보며 우뚝 서 있는 기념비인 아르메니아의 어머니 동상으로 향했다. 동상을 둘러싸고 있는 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근처 상인에게서 구입한 생수 한 병을 마시며 목을 축이고 동상 가까이 다가갔다. 이 동상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남편과 아들을 잃은 여성들에게 헌정된 동상으로, 그들의 용기와 희생을 상징한다고 한다.
아르메니아의 어머니 동상은 아르메니아 사람들이 여러 세대를 걸쳐 국토를 수호하고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희생한 것을 국민들에게 상기시켜 준다. 동시에 아르메니아 사람들의 꺾이지 않는 의지와 조국에 대한 변함없는 헌신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아르메니아 민족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다.
동상 주변에 앉아 도시를 내려다보면서 나는 아르메니아의 아름다움과 역사에 감탄하며 경외감과 경이로움을 느꼈다. 예레반은 내 마음을 쏙 들었다. 오늘 케스케이드의 미술품 폭포를 따라 예레반의 정상까지 올라간 여행의 추억을 마음속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