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국 아르메니아에서 즐기는 물놀이
아르메니아는 국토가 바다와 접하지 않는 내륙국이다. 바다가 없다면 아르메니아 국민은 바다에서 해수욕하고 싶다면 외국으로 나가야 하는 것일까? 아르메니아에는 바다가 없지만, 산정호수가 100여 개가 넘게 있다. 나는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세반호수에 찾아갔다. 마치 크기가 바다같이 넓다고 한다.
수도 예레반에서 30분 정도 차를 타고 달리니 세반호수에 도착했다. 바로 호숫가에 도착했는데 호수가 넓다는 것이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많은 아르메니아 사람들이 호숫가에서 물놀이를하고 있었다. 해수욕장 아니 바다가 아니니 여기를 호수욕장이라고 불러야 할까? 아르메니아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호숫가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세반호수 뒤쪽에는 나지막한 언덕이 있다. 언덕 위로 올라가면 세반 호수가 더 잘 보일까? 언덕 위에는 아르메니아에서 가장 특별한 수도원이 있다고 한다.
수도원으로 올라가는 길 양옆으로 호텔, 레스토랑 그리고 기념품 가게가 있다.
언덕이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올라가는 길에 사람들이 많다. 다른 사람과 부딪히지 않게 조심하자.
언덕을 절반정도 올라온 뒤 보이는 경치다. 대략 호수의 넓이가 짐작이 된다.
호수 언덕 위에 있는 바너반 성당이다. 기독교를 최초로 국교로 공인한 국가답게 아르메니아에는 수많은 교회 건물들이 있지만 호수 위에 지어진 교회는 이곳이 유일하다. 그런 특별한 성당답게 많은 사람이 성당을 찾아와 기도하고 있었다. 과거에는 이곳이 언덕이 아니라 호수로 둘러싸인 섬이었는데 전쟁 시에 피난처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호수의 수위가 줄어든 지금은 땅이 이어져서 직접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언덕이 되었다.
언덕 끝으로 올라오니 이제야 호수 크기가 실감이 난다. 이렇게 훌륭한 호수가 있으니 아르메니아 사람들은 해수욕하러 굳이 외국으로 찾아갈 필요가 없다. 세반호수의 해발고도는 1900 미터가 넘는데 아마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고지대 호수라고 생각한다. 면적은 대략 1200제곱킬로미터로 서울 면적의 약 2배이다. 얼마나 넓은 호수인지 대충 짐작이 간다. 세반호수는 과거 소비에트 시대에 대규모 공사로 인해서 면적이 줄고 수심이 낮아지는 등 환경파괴의 위기를 맞기도 하였다. 하지만 스탈린 사후에 그 공사들이 취소되고 환경 보전의 목소리가 높아져 지금과 같은 깨끗한 호수환경을 지킬 수 있었다. 현재 아르메니아 정부에서도 세반호의 수질과 주변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 큰 노력을 하고 있다.
환경 보전과 국토 개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전 세계 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국토 개발은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환경파괴가 극심하다면 그 대가를 나중에 치러야 할지 모른다.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두 가지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그 균형을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세반 호수의 경우를 봤을 때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개발과 환경 보호의 균형을 충분히 맞출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많았다면 호숫가에서 물놀이를 제대로 즐기고 싶었지만, 시간이 많지 않아 아쉬웠다. 만약 아르메니아를 여름철에 방문한다면 시간을 여유롭게 잡아서 물놀이를 즐기는 것도 좋지 않을까?